주황색 신호등이 켜지고 딜레마존에서 끼익 소리를 내며 멈춰 섰다. 앞에는 버스가 있었고 신호등은 정지선과 너무 가까운 곳에 위치했다. 뒤에서 미처 멈추지 못한 차량이 내 차와 충돌했다. 나는 그 사고로 많이 다쳤다.
대부분은 뒤차가 잘못이라고 생각하지만 간혹 급하게 멈춘 내 탓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언제든 옳기만 한 것도 틀리기만 한 것도 없다. 다만 누구의 잘못인지를 떠나서 사고가 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
초록불에서 빨간불로 바뀌기 전에는 늘 주황색불이 켜진다. 주황색불이 켜지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딜레마에 빠지는데 그 상황을 딜레마존이라고 한다. 가끔 딜레마존에서 잘못된 선택을 하면 큰 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에 주황색불은 초록불이나 빨간불보다 위험하다. 그 짧은 주황색불에서 우리는 어떤 결정을 해야 할까.
딜레마존에서 사고가 나는 경우는 지나가야 할 때와 멈춰 서야 할 때를 정하는 생각이 나와 내 앞차 또는 내 뒤차의 운전자의 생각과 다르기 때문이다. 이 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에서 어느 하나 확실히 옳고 그른 건 없다. 그 찰나에 잘못된 선택을 하더라도 아주 짧은 순간이므로 잘못을 판단하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우리는 딜레마존을 빠져나간 이후에나 잘잘못에 대한 판단을 할 수 있다.
아이들의 청소년 시기는 딜레마존에 있는 것과 같다. 어른들은 어떤 경우에는 어린놈이 뭘 아냐고 건방지다고, 어떤 경우에는 다 큰 놈이 그런 것도 모르냐고 한심하다고 말한다. 그 아는 것과 모르는 것, 그걸 상황에 따라 결정해야 하는 혼란스러움을 견뎌내는 게 사춘기이다. 우리는 간혹 아이들에게 건방지거나 한심하거나 둘 중 하나의 문제를 짊어지게 한다. 물론 어떤 상황에는 어리고 어떤 상황에는 다 큰 게 맞다. 하지만 그 기준이 모호하다는 거다. 이는 운전 중에 갑자기 바뀌는 주황색불에서 딜레마를 겪는 것과 같다.
딜레마존에서 어떤 것이 옳고 어떤 것이 그른지를 판단하는 건 어른도 어려운 일이다. 같은 상황에도 여러 가지 의견이 있다. 그건 어떤 상황을 중점적으로 바라보느냐에 달렸다. 누군가는 사춘기 아이들에게 강압적으로 예절을 교육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하고 누군가는 사춘기 아이들에게 사랑으로 훈육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한다. 어느 쪽도 틀린 건 아니다.
아이들은 아이와 어른의 경계인 딜레마존에서 방황 중이다. 아직은 판단이 미숙하기 때문에 작은 실수로 언제든 그곳에서 크게 다칠 수 있다. 그러니 아이와의 관계에서 자꾸만 어긋난다면 조금 더 성숙한 어른이 생각과 행동을 달리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가장 중요한 건 아이들이 다치지 않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