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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연 Apr 01. 2023

딜레마존에 있는 아이들



출처 네이버블로그



주황색 신호등이 켜지고 딜레마존에서 끼익 소리를 내며 멈춰 섰다. 앞에는 버스가 있었고 신호등은 정지선과 너무 가까운 곳에 위치했다. 뒤에서 미처 멈추지 못한 차량이 내 차와 충돌했다. 나는 그 사고로 많이 다쳤다.


대부분은 뒤차가 잘못이라고 생각하지만 간혹 급하게 멈춘 내 탓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언제든 옳기만 한 것도 틀리기만 한 것도 없다. 다만 누구의 잘못인지를 떠나서 사고가 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


초록불에서 빨간불로 바뀌기 전에는 늘 주황색불이 켜진다. 주황색불이 켜지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딜레마에 빠지는데 그 상황을 딜레마존이라고 한다. 가끔 딜레마존에서 잘못된 선택을 하면 큰 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에 주황색불은 초록불이나 빨간불보다 위험하다. 그 짧은 주황색불에서 우리는 어떤 결정을 해야 할까.


딜레마존에서 사고가 나는 경우는 지나가야 할 때와 멈춰 서야 할 때를 정하는 생각이 나와 내 앞차 또는 내 뒤차의 운전자의 생각과 다르기 때문이다. 이 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에서 어느 하나 확실히 옳고 그른 건 없다. 그 찰나에 잘못된 선택을 하더라도 아주 짧은 순간이므로 잘못을 판단하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우리는 딜레마존을 빠져나간 이후에나 잘잘못에 대한 판단을 할 수 있다.


아이들의 청소년 시기는 딜레마존에 있는 것과 같다. 어른들은 어떤 경우에는 어린놈이 뭘 아냐 건방지다고, 어떤 경우에는 다 큰 놈이 그런 것도 모르냐한심하다고 말한다. 그 아는 것과 모르는 것, 그걸 상황에 따라 결정해야 하는 혼란스러움을 견뎌내는 게 사춘기이다. 우리는 간혹 아이들에게 건방지거나 한심하거나 둘 중 하나의 문제를 짊어지게 한다. 물론 어떤 상황에는 어리고 어떤 상황에는 다 큰 게 맞다. 하지만 그 기준이 모호하다는 거다. 이는 전 중에 갑자기 바뀌는 주황색불에서 딜레마를 겪는 것과 같다.


딜레마존에서 어떤 것이 옳고 어떤 것이 그른지를 판단하는 건 어른도 어려운 일이다. 같은 상황에도 여러 가지 의견이 있다. 그건 어떤 상황을 중점적으로 바라보느냐에 달렸다. 누군가는 사춘기 아이들에게 강압적으로 예절을 교육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하고 누군가는 사춘기 아이들에게 사랑으로 훈육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한다. 어느 쪽도 틀린 건 아니다.


아이들은 아이와 어른의 경계인 딜레마존에서 방황 중이다. 아직은 판단이 미숙하기 때문에 작은 실수로 언제든 그곳에서 크게 다칠 수 있다. 러니 아이와의 관계에서 자꾸만 어긋난다면 조금 더 성숙한 어른이 생각과 행동을 달리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가장 중요한 건 아이들이 다치지 않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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