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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연 Apr 07. 2023

답정너_ 그래서 답이 뭔데?



답은 언제나 정해져 있다. 산들산들 바람이 부는 봄에는 언제나 설레어야 하는 것처럼.





나는 겨울을 좋아한다. 너무 추워서 물을 뿌리자마자 얼어버리는 시아의 베리아 같은 그런 추위 말이다. 그런 날, 가만히 있으면 얼어버릴 것 같아서 자꾸만 꼼지락거리는 손과 발의 움직임과 차갑고 건조해진 입술의 서걱는 하찮은 감정을 말이다. 하지만 봄이 되면 설레어야 한다.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봄은 참 희망차고 아름다운 계절이니까. 사계절이 분명한 우리나라에서는 언제나 봄이 정답이니까. 


봄에는 생각이 많아진다. 정신이 번쩍 드는 추위에 오그라들었던 머리와 마음이 할 일을 잃기 때문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과 걱정은 나를 잠식시킨다. 그래서 나는 봄이 싫다. 생각이 많아져 불면증이 심해지는 그 날들 때문이다. 차가운 공기에 따뜻한 이불을 목까지 올려 덮으면 잠이 잘 온다. 이불 안에서의 생각은 오로지 따뜻해지는 것뿐이고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없다.


그러나 답은 언제나 정해져 있다. 각자의 다름을 인정한다는, 그래야 좋은 사회가 된다며 깨어있는 척하는 사람들은 자신과 다른 의견을 내놓는 사람들에게 그건 틀렸다고 말한다. 그리고선 자신의 말이 맞는다는 것을 끊임없이 증명하려 하고 설득한다. 그래 답은 정해져 있다. 그런데 나는 조금은 다른 관점의 답을 내놓고 싶다.


MBTI의 F와 T를 나누는 결정적인 질문은 이런 것이다. '나와 의견이 맞지 않는 사람들, 즉 자신과는 다른 의견, 틀렸다고 생각하는 의견을 가진 사람도 존중받아야 한다.'라는 질문. 나는 줄곧 그 질문에 yes를 선택했지만 이제 no를 선택해야 할지도 모른다. 답은 언제나 정해져 있고, 다른 의견은 틀린 거니까.


겨우내 앙상한 아파리 하나 남지 않은 가지는 봄에 피울 새싹을 품고 있다. 겨울 추위에 얼지 않을까 꽁꽁 숨겨둔 가지를 가만히 들여다본다. 그곳에 희망이 있다.


이미 새싹이 자라나는 그 시점에 새 생명이 잉태되는 거라면 희망은 봄이 아니라 겨울에 있다.


보이는 것만 믿는 사람들과 그 가치를 중요시 생각하는 사람들 중 힘이 센 것은 전자이다. 보이지 않는 것의 가치를 증명하고 설득하는 일은 너무 힘든 일이다. 그 가치라는 건 절대 이미 일어난 일의 결과를 바꿀 수 없다. 하지만 미래지향적이다. 그건 앞으로 반드시 잘 될 거라는 염원과도 같다.


그래서 굳이 내게 나의 답이 뭐냐 묻는다면, 나는 사계절 중 봄을 가장 싫어한다는 거다. 겨우내 얇은 나무숨겨 놓은 새싹은 언제나 봄의 영광이므로. 하지만 겨울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알 거다. 봄의 영광은 언제나 겨울로부터 시작된다는 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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