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에 최종 원고를 넘기고서 그 다음날 조카의 사망 소식을 들었습니다. 스물다섯 살 밖에 되지 않은 그 아이가 왜 죽음을 선택했는지 알지 못합니다.
언니. 대건안드레아의 발인 날, 나는 9년 만에 다시 저승사자를 만났어. 환청이 너무 심했었는데, 저승사자가 나타나고선 환청이 멈췄어. 난 이제 잘 모르겠어. 그가 나를 구하러 온 건지 나를 데려가려는 건지. 근데 그를 만나고 조금 안심이 됐어. 살고 싶기도 죽고 싶기도 했으니까. 어느 쪽이든 상관없을 것 같았어. 환청만 없앨 수 있다면 말이야.
언니 그거 알아? 삶과 죽음은 늘 함께 있어. 삶을 선택하든 죽음을 선택하든 마찬가지라는 거야. 우리는 지금도 매 순간 삶을 선택하고 있어. 자의든 타의든. 우린 매 순간 아주 힘들고 버거운 순간들 속에 있지. 나도 가끔은 다른 선택을 하고 싶기도 했어. 산다는 건 너무 힘든 일이잖아. 언니. 대건안드레아는 이 힘든 이승의 삶 대신 하느님 곁을 선택한 것뿐이야. 그러니 우리 조금만 슬퍼하고 하느님 품 안의 대건안드레아의 평안을 기뻐하자.
그래 언니, 어쩌면 우리에게는 태어날 때부터 사랑받을 자격이나 행복해질 권리 같은 건 없었을지도 몰라. 그래도 언니. 불우했던 어린 시절에도, 죽을 고비를 몇 번이나 넘기면서도 우리 씩씩하게 살았잖아.지금부터 내게 허락된 행복이 있다면 언니에게 다 줄게. 우리 그냥 살자.
언니, 전생을 믿진 않지만 우리는 아마 전생에 너무 많은 죄를 지었을지도 몰라. 언니 말처럼 나라를 팔아먹었을지도 모르지. 그러니 언니. 우리 앞으로 다시는 태어나지 말자. 사람으로든, 꽃으로든, 벌레로든, 아니 우리 돌멩이로도 태어나지 말자. 우리 언젠가 대건안드레아를 만난다면, 그냥 늘 그와 함께 하느님 품 안에서 행복해지자.
앞으로 늘 행복할 일만 남은 대건안드레아. 내 조카, 사랑한다.이모가 너무 미안하고 늘 사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