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J에게.

by 김소연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 중에서 방황 중일 때 그는 내게 말했다. 이왕이면 좋아하는 것을 해보라고. 당장 눈앞에 보이진 않지만 그 길을 만들어보라고. 하지만 좋아하는 일은 경제적이지 않았고 나는 늘 좌절했다.


죽고 싶은 만큼 힘든 그에게 나는 참 몹쓸 사람이었다. 나는 늘 내 이야기를 했고 그는 최선을 다해 정답도 없는 내 물음에 성실히 답했다. 하지만 어느 대답을 하든지 내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이기적 이게도 나는 내가 생각하는 최선의 방법, 차선의 방법도 아닌 다른 의견을 제시하는 그의 모습이 한심하기까지 했다. 그는 언제나 내가 우울할 때나 누군가와 다퉜을 때, 또 고민이 있을 때 어떻게 알았는지 내게 말을 건넸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 나는 단 한 번도 먼저 안부를 묻지 않았다. 그래서 당연한 듯 그가 죽을 만큼 힘든 순간에도 그를 그냥 지나쳤다.


생각해 보면 내 주변인들 중에서 그처럼 내 말을 귀 기울여 들어주는 사람은 없었던 것 같다. 늘 생각보다는 실천을 하는 게 낫다며 용기를 주던 그는 어느 날 내 곁에서 영영 사라져 버렸다. 그래서 그가 떠난 것이 슬프다기보다는 조금 아쉬웠다.


어제는 그가 세상을 떠난 지 2년째 되는 날이었다. 그래서 그가 꼭 듣고 싶다던 내 이야기가 담긴 책을 그에게 보여줄 수는 없지만, 그가 내게 유언처럼 남긴 나는 꼭 잘될 사람이라는 그 마지막 말을 되새긴다. 그게 진실이 아니라 내게 해준 위로였을지라도 이제는 그의 말처럼 살아보고 싶다. 좌절하지 않고, 실망하지 않고 언제든 그가 바라던 씩씩한 모습으로, 꼭 잘될 사람처럼 말이다.


J. 조만간 네가 애타게 기다리던 그 책이 출간 돼. 네가 죽고 싶은 마음을 실천하지 않고 생각만 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 봤어. 그랬다면 분명 이 책을 보며 기뻐했을 텐데 말이야. 출간일을 너의 기일에 맞추려 했는데 조금 늦었다. 조만간 꿈속에서 만나자. 에게 가장 먼저 들려주고 싶으니까 서둘러야 해.



keyword
작가의 이전글사랑받을 자격 출간 소식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