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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연 Jun 12. 2023

습관처럼 무언가를 기억하려는



습관처럼 네이버 앱을 켜고 단어 검색한다. 이전부터 알고 있던 단어였고, 누구나 아는 단어이고, 아주 쉬운 단어이다. 검색을 할 만큼 거창한 단어도 사자성어도 아니다. 나는 강박증이 있어서 맞는지 아닌지 확인하는 버릇이 있고, 또 내 상황에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난독증이 있어서 책을 읽을 때에도 같은 문장을 여러 번 반복해서 읽고 내가 그 책의 내용을 이해하고 있는지 의심하곤 한다.


 언젠가는 내가 이전에 쓴 글이 이해가 되질 않아서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그 글에 단어가 적절하게 사용되었는지 검색을 해보다. 사실 그 글을 쓸 당시에도 검색을 했음이 분명하지만 말이다.  언젠가는 같은 글을 열 번씩 천천히 읽고도 오타가 난 줄도 모르고 있던 적도 있었다. 글을 쓰는 사람이 난독증이 있다면 얼마나 우습겠냐만은 사실 나의 깊은 내면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독증이 있음에도 작가가 되려고 노력하는 모습에 누군가는 박수를 쳐 줘야 하는 일이다. 그러니 나는 나 스스로기특해하고 만다.


나의 불안은 내가 어떤 일에 자격이 없을지 고민되이 아니라 그로 인해 쓸모없는 생각확장되는 일이다. 그래서 생각을 멈추고선 나를 위로한다. 나는 내가 부끄럽지 않다고. 간혹 논리에 맞지 않는 글을 쓰고, 처음에는 A가 맞다는 글을 쓰려했는데 글의 마지막에선 결국 B가 맞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해도. 또, 난독증이 있고, 공모전 당선이나 등단을 하지 못한 못난 사람이라도 난 괜찮다.






예전에 알던 한 친구는 어렸을 적에 호주 한 십 년쯤 살았는데 그녀는 현지인처럼 영어를 잘했다. 나는 학창 시절에 영어가 이해되지 않아 참 힘들었는데, 가끔 어렸을 때 외국에서 살다 온 친구들을 만나면 그게 부러웠다. 이해되지 않는 낯선 환경에서의 언어와 경험이 그들에게 가져다 줄 무한한 가능성이 말이다. 다 자란 어른들이 생각을 바꾸기 어려운 건 자신이 경험한 세상과 타인이 경험한 세상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미 서로를 이해하기에 머리가 너무 커버려서 마음으로는 이해하지만 머리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까닭이다. 가슴으로 이해할 수 있는 건 오로지 감성적인 것뿐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간혹 내용도 모르는 팝송을 좋아하기도 하지 않던가. 주 발랄한 음색에 어두운 가사나, 우울한 음색에 우스꽝스러운 가사 따위는 눈치챌 필요도 없지 않았던가.


그녀는 한국인이지만 나와는 조금 달랐고, 생각은 여유로워 보였다. 가끔 그녀를 만나면 그녀는 늘 네이버 앱을 켜두고 무언가를 했다. 처음에 나는 그녀가 신문기사를 검색하거나 아니면 어느 카페의 게시판에서 글을 읽는 줄 알았지만, 어느 날 우연히 보니 그녀는 네이버 추천 영어단어를 보며 중얼대고 있었다. 때 나는 그녀를 의아하게 바라봤고, 그녀는 말했다.


잘 아는 것도 금세 잊게 돼. 자주 쓰지 않는 건.


그래. 맞. 생각해 보니 나도 우리나라 말이 가끔 어색해서 사전을 찾아보는 걸. 일상생활에서는 전혀 쓰지 않지만 글을 쓸 때에는 필요한 단어가 꼭 있잖아. 린 그걸 자주 잊고 있잖아. 어쩌면 우리는 닮은 구석은 하나도 없지만, 비슷한 생각을 가진 평범한 사람일지도 몰라. 우리는 서로를 특이한 사람이라 일컫지만 말이야.


잊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이 사랑이다. 무언가를 깊게 오래도록 사랑하려면 내가 그것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잊지 않아야 한다. 자꾸만 잊으려는 감정을 끌어내 기억해야 하는 것이다. 내가 글을 쓰고 싶어 자주 잊는 단어를 수첩에 적어 놓는 것처럼 말이다. 그녀도 그랬다. 잊지 않으려 애썼다. 그녀는 언제든 사정이 좋아지면 다시 외국에서 살고 싶다고 했다. 신은 늘 잊으라고 재촉하고 인간은 늘 잊지 않으려 애쓴다. 그게 무엇이든, 아픈 기억이든, 내 생에 쓸모없어서 자주 잊게 되는 무엇이든 그건 사랑이었다. 언제든, 신의 뜻보다는 나의 뜻이 더 힘이 세기를 기도한다. 래서 나는 내게 소중한 그것들을 보란듯이 기억해 낼 것이다. 것은 낯선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낯선 환경에서도 나를 지켜주는 힘이 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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