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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연 Jun 17. 2023

내 이름은 김소연 A



학창 시절 출석부에 적힌 내 이름은 김소연 A나 김소연 1이었다. 학기 초가 되면 반 편성을 하는데, 그때 선생님들의 일은 성적순으로 아이들을 늘어놓고 문제가 있는 학생들을 다른 반으로 떼어놓거나 적극적이거나 소극적인 아이들이 한 반에 배치되지 않도록 분배하는 일이었고, 이름이 같은 아이들의 원만한 학교생활을 위해 그들을 떼어놓기도 했을 거다. 하지만 학창 시절 내내 출석부에 적힌 내 이름이 김소연 A 혹은 김소연 1이었던 걸 보면 아마 한 학교에 김소연이라는 아이가 꽤 많았던 모양이었다. 물론 김소연만 있는 건 아니었다. 소연이라든가 정소연이라든가 이소연, 소연, 소연 등등, 그때는 소연이라는 이름의 전성시대였다. 한 반에 소연이는 늘 서너 명 이상이 있었다. 그래서 친구들도 선생님들도 우리를 헷갈려 하곤 했다. 언제나 우리의 이름 앞에는 어떤 수식어가 붙었다.





내 친구는 매우 특이한 이름을 가졌는데 그 아이는 자신의 이름이 매우 특이해서 싫다고 했다. 그녀의 이름은 어떻게 보면 여자이름 같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남자이름 같기도 해서 중성적인 매력이 있다. 그러니 녀의 이름 앞에는 어떤 수식도 필요 없었다. 하지만 그녀에게 가장 중요했던 그 이름을 오로지 자신이 혼자 차지한 데서 나오는 불만이었다. 도 그럴 것이 내가 여태 나 본 사람들 중 그 이름을 가진 사람 오직 그녀 한 명뿐이다. 아마 내가 그 친구의 름을 말다면 다들 생전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라 말할 거다.


어린 시절의 어느 날 그녀는 두꺼운 전화번호부를 꺼내 자신의 이름과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이 있는지 아봤는데 그녀의 이름과 같은 사람이 한 명도 없어서 좌절했다고 했다. 나는 그녀에게 전화 가입자가 아닌 사람이 더 많지 않냐는 어쭙잖은 위로를 했다. 그녀는 자신은 평생 나쁜 짓을 한 번도 못 해볼 거라며 한탄을 했지만, 나도 이 흔한 이름으로 나쁜 짓은 하지 않고 살았으니 억울할 일이 없다.


그녀가 원하는 건 언제든 흔한 이름 뒤의 세상으로 숨을 수 있는 통로였다. 그건 치 개명을 해도 지워지지 않는 상처, 주홍글씨처럼 새겨진 그녀만의 문신 같은 거였다. 여전히 그녀는 그 이름으로 살아지만 언제든 개명신청을 할 명분이 그녀에게는 있다. 흔한 이름이 싫어서 개명신청을 하고 싶은 나보다 더 확실한 명분 말이다. 


시대마다 유행하는 이름이 있다. 부모님은 유행에 민감한 분이셨나 보다. 하지만 자식의 이름을 지을 때 부모가 원하는 건 자신의 아들딸들이 좋은 이름을 가지고 좋은 세상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자식은 부모의 희망이고 소망이다. 세상의 우두머리가 되거나 평범한 행복을 갖고 살아가거나 하는 등의 작은 바람이다. 다소 유행에 민감하거나 그보다는 다른 가치관을 가져도 괜찮다.


아이들의 이름을 지을 때 작명소에서는 여러 개의 이름을 지어줬다. 그중에 딸은 예쁘면서도 친근한 다소 흔한 이름으로, 아들은 뜻이 예쁜 한 학교에 한 명도 없을 만한 특이한 이름을 골랐다. 한데 지나 보니 딸은 흔하지 않은 이름을 아들은 흔한 이름을 원했다. 각자 원하는 걸 미리 알았으면 어땠을까. 아들은 어른이 되면 개명을 할 거라고 말하지만 어른이 된 후에는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다. 흔한 이름이라 해도 세상에서 숨을 수 있는 통로 같은 건 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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