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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연 Oct 10. 2023

친구 같은 엄마



친구 같은 엄마





친구 없는 아이




_ 저는 이상한 아이라서 친구가 별로 없어요. 여태 내가 만난 친구들은 나와는 다른 사람인 것 같더라고요. 친구들하고 대화하면 생각이 많이 달랐는데, 나도 그들과 비슷한 생각을 가진 척 연기하지 못했어요. 친구를 이해해 보려는 의지도 별로 없었고요. 버지가 내게 말한 이상한 아이라는 건 정말 맞는 말일지도 몰라요.


_ 보통 정말 이상한 사람들은 본인을 이상한 사람이라고 하지 않아요. 저도 친구 별로 없요. 제가 이상한가요?



 정신과 의사는 내 또래지만 어른 같았다. 나는 조금 안심이 됐다. 친구가 없어도 괜찮다고 말해줘서 그런 건 절대 아니다.







친구 같은 엄마



 "너는 왜 친구가 없니?" 엄마는 내게 늘 그걸 궁금해했다. 태생적으로 MBTI, E인 엄마는 인싸였고 엄마 주변엔 늘 사람들이 득실댔다. 엄마는 사춘기 딸들보다 친구 많았다. 친구들과 지인들을 만나 인맥관리를 해야 해서, 사춘기인 딸들에게는 흔한 티셔츠 한 장 허투루 사주지 않았지만, 엄마는 예쁜 옷을 입었고, 예쁜 구두를 신었고, 짙은 화장을 했다. 지금 칠십이 된 엄마는 지금의 딸들보다 키도 크고 늘씬했다.



 많은 친구들을 관리해야 하는 엄마는 늘 바빠서 자주 집을 비웠는데, 아버지는 그걸 아주 못 마땅해했다. 낮이 아니라 밤에도 자주 불려 나갔기 때문이다. 마는 자주 일탈을 했고 그때마다 언니는 아주 착한 아이가 됐다. 엄마가 말한 자신의 일탈 이유는 너무 이른 나이에 아무것도 없는 집에 시집온 것 때문이었다. 엄마의 일탈 후엔 집안 가전제품이 자주 날아다녔고, 언니와 나는 방 안에서 나오지 못했다. 언니는 귀에 이어폰을 꽂고 좋아하던 변진섭 노래를 아무렇지 않게 큰소리로 불러댔다. 어렸을 때 내가 본 부모님에 대해 말하자면 아버지는 여자친구에게 화가 난 소년 같았고, 엄마는 딸들보다 친구를 더 좋아하는 철부지 소녀 같았다. 리집에서 젤 어른스러운 건 언니였다.



 친구를 좋아하던 엄마는 딸들에게도 친구처럼 대했다. 허물없이 나를 이해해 주고 응원해 주는 자상한 친구 같은 엄마가 아니라 정말 말 그대로 친구였다. 너는 너, 나는 나. 같이 밥 먹으면 꼭 더치페이를 정확히 해야 하고, 내가 엄마보다 더 잘나면 질투가 나는. 네 할 일은 네가 해야 하고 나는 내 할 일을 하는 룸메이트 같았다. 그러니 엄마로서의 간섭이나 집착 때문에 힘든 일도 없었지만 엄마로서의 애정도 별로 끼지 못했다. 지만 엄마는 자기 나름대로 정한 규칙은 정확히 지켰다. 그게 딸들의 성에 차지 않았을 뿐이다. 엄마는 그게 합리적인 거라 생각했고, 늘 엄마를 좋아했던 아버지는 엄마 편이었다. 마는 내가 아는 사람들 중에 가장 쿨한 사람이다.



 엄마가 없을 때 딸들을 갈구며 분위기를 험악하게 만들던 아버지는 엄마 얼굴을 보고 나서 가전제품 하나만 집어던지면 곧장 엄마에게 사과를 하곤 했다. 사과 후에 엄마가 그 사과를 받아주면 아버지는 신상 장난감을 손에 쥔 세상 신난 어린아이처럼 헤실헤실 웃어댔다. 엄마의 일탈에 고스란히 지옥을 맛본건 딸들 뿐이었다.



 아버지는 엄마가 있을 때와 없을 때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지만 쿨한 엄마는 그런 건 신경쓰지 않았다. 엄마는 친구 같은 딸들의 고통은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우리는 친구니까. 그러니까 딸들을 위해서 집을 지켜야겠다는 생각 따위는 하지 않았다. 그래도 오늘은 남편이 조금만 화가 나길 조금은 바랐을 거다. 언니와 나는 사는 게 지옥이었다. 제든 백마 탄 왕자 비스한 거라도 생기면 곧장 이 집을 탈출하리라 마음먹었다.



 남자가 여자를 좋아해야 결혼 생활이 행복하다던데, 그건 어디까지나 당사자들 이야기일 뿐이다. 친구 같은 부모가 좋다는 말도 다 거짓말이다. 친구 같은 부모는 별로 좋지 않았다. 엄마는 엄마다워야 하고, 아버지는 아버지다워야 한다. 나는 지금도 친구는 필요 없다. 특히 아직도 나와 친구관계를 유지하친구 같은 엄마라면 더욱더. 나는 내 아이들에게 친구 같은 엄마는 되지 않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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