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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159cm 0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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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연 Mar 06. 2024

진짜와 가짜를 구분해 내는 힘




  마음이니까, 그게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구분해 낼 수 있어야지. 안 그래? 잘 들여다봐. 답답해도 치료를 멈출 수는 없잖아. 오랜 시간 병원에 입원해 있던 친구는 병원 생활을 오래 해서 우울증에 걸릴 것 같다고, 죽는 게 낫겠다며 하소연을 했으나, 겉으로 보기에는 전혀 우울증 같아 보이지 않았다. 우울증을 가진 사람은 눈빛부터 다르다. 하지만 내가 아는 정보, 그게 아닐지도 모른다. 내가 아는 우울증에도 한계가 있을 거다. 난 친구에게 편견을 가지고 있는지도 몰랐다.




 내가 알던 그녀라면 우울증에 걸릴만한 성격은 전혀 아니었다. 그 사람 얼굴만 봐도 그 사람에 대해 잘 알아본다고 말하던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은 잘 알아보는 눈을 가졌을지는 모르지만, 자신에 대해서는 잘 알아채지 못한다.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거울을 들여다봐도 자신의 진짜 모습은 보지 못하는 거다. 우리는 우리의 모습을 거울로밖에 볼 수 없다. 거울로는 _타인을 바라보는 것처럼_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없다. 그녀도 마찬가지다. 우린 똑 닮은 구석이 있다. 이 모든 건 거꾸로 뒤집혀 보이는 거울 탓이다. 아무리 객관적인 사람일지라도 뒤집힌 세상을 바로 보려면 시간이 한참 걸릴 거다. 반전된 세상을 단박에 꿰뚫어 보는 탐정의 시선이 없다면.








 명탐정코난 극장판 '흑철의 어영'에서 코난은 범인이 좌우 반전시켜 놓은 cctv를 한눈에 알아봤다. 물론 범인도 한눈에 알아본다. 나는 사람을 잘 보는 사람이라 생각했지만, 그런 눈은 가질 수 없을 거다.




 진짜 배고픔과 가짜 배고픔을 구별하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세상을 살며 허기짐을 느껴본 상처받은 영혼들이라면 더욱이 그 둘의 다른 감정을 이해하기 어려울 거다. 그래서 오늘은 폭식을 하고, 다음날엔 자극적인 음식을 찾는다. 그래도 해소되지 않은 스트레스로 인해 몸무게는 점점 불어난다. 자신을 바로 볼 수 있다면, 이렇게까지 되지 않았을 거다. 원하는 걸 알맞게 치유해주지 못해서 해소되지 못한 갈증은 엉뚱한 곳에 집착하게 되어있다. 나는 절식에, 그녀는 폭식에 중독되어 있었다. 우리의 건강은 점점 나빠졌고, 집착은 점점 심해졌다.




 절식으로 인해 말라가는 나와 폭식으로 인해 불어나는 몸을 가진 그녀는 이상하게도 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체중계의 숫자가 더 낮아지길 갈망하는 것. 다른 몸, 다른 상황에도 왜 우린 같은 것을 보고 있을까. 어차피 보통의 사람은 되지 못할 거라서, 그래서였나. 몸에서 살을 깎아내길 바라기보다 온전치 못한 마음을 덜어내길 바랐다면, 우리는 달라졌을까. 그래도 달라지는 건 없었을 거다. 세상 대부분의 사람들은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으니까.



 

 뭐든 하나에 집착하는 건 건강하지 못하다는 뜻이다. 하루에도 수십 번 체중계에 올라가는 사람은, 건강하지 못할 확률이 높다. 그런다고 해결될 건 아무것도 없다. 가끔은 체중계가 고장 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자꾸만 빠지는 살에 희열을 느낄 때도 있었는데, 생각해 보면, 그런 것에 연연하지 않는 지금이 오히려 행복하다. 뱃살이 조금 만져지는 지금. 나는 조금 행복해졌다. 누군가의 좌절은 어쩌면 생각차이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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