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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159cm 0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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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연 Feb 21. 2024

아주 사소한 차이로




 한 겨울에도 늘 얇은 점퍼 차림의 나는 해마다 봄에 오한이 자주 든다. 겨울은 괜찮지만, 늘 환절기에 감기에 걸린다. 올해도 날이 따뜻해질 입춘 즈음에 감기에 걸렸다. 사람은 자신이 태어난 계절에 가장 약하다고 한다. 겨울에 태어난 친구는 추위를 많이 타고, 여름에 태어난 친구는 더위를 많이 타고, 봄에 태어난 나는 봄을 탄다. 




 겨울보다 봄이 더 추운 이유는 간단하다. 아주 추운 날씨에는 몸을 오들오들 떨며 체온을 유지하려 애쓰지만, 그럭저럭 쌀쌀한 날에는 조금 견뎌내고 싶어서다. 그래서 아주 사소한 한기는 오래도록 몸에 머문다. 그저 몸뿐 아니라 마음도 봄을 타는 것 같다. 따뜻하게 내리쬐는 햇볕과 싸늘한 공기는 서로 이질감이 있지 않은가. 그런 사소한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 마음에 들지 않는 것들엔 언제나 면역력이 약하다. 길에 침을 뱉는 아저씨를 보면 괜찮던 속이 울렁거리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도 그냥 그럴 수도 있다고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미성숙한 나는 언제나 그렇지 못했다. 봄이 되면 나이를 한 살 더 먹어 성숙해질 준비를 할 만도 한데 그런 준비는 조금 더 미뤄두고 싶다. 해마다 늘 한 살만큼 더 성숙해지는 건 내겐 무리다.







 연인들이 서로에게 실망해 헤어질 결심을 하는 이유는 아주 사소한 일들이 대부분이다. 음식을 먹을 때 쩝쩝거린다든지, 다정한 말없이 전화를 먼저 끊는다든지. 그런 이유 말고도 며칠이 지나면 왜 다퉜는지 기억조차 없는 그런 사소한 이유도 많다. 연애를 여러 번 하다보면 익숙해지기도 할 것 같은데, 결국 늘 같은 이유로 이별을 선택한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기도 하지만, 절대 익숙해지지 않을 잘못을 의도 없이 반복하기도 하니까.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김수현의 대사처럼, 인간이 철들기에 인생은 너무 짧은 시간이다.




 이 짧은 인생에서 나는 좋아하는 걸 찾기보다는 싫어하는 걸 즐겨 찾는다. 예를 들어 내 이상형은 좋아하는 부분이 아니라 싫어하는 걸 제하는 방식이다. 내 이상형은 쌍꺼풀이 진하지 않은 사람. 팔이 짧지 않은 사람이다. 굳이 부정적으로 말하는 이유는 내 이상형이 무쌍에 팔이 긴 사람이 아니어서다. 두 가지 말을 비교하면 같은 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나처럼 예민한 사람이 아닐 거다. 나는 그런 사람이 부럽지만, 그래도 이상형을 바꿀 생각은 없다. 아주 사소한 차이는 결국 듣는 이로 하여금 큰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니까. 실제로 친구에게 팔이 짧지 않은 사람이 좋다고 말했더니, 친구는 오랑우탄이 이상형이냐는 황당한 말을 했다. 그러니까 이해가 쉽게 자세히 설명하자면 내 이상형은 팔이 짧지 않은 사람이지 팔이 긴 사람이 아니라는 거다.




 상실에 좌절하는 건 상실의 크기 때문이 아니다. 겨울보다 봄이 더 춥고, 긍정적인 것보다 부정적이지 않은 게 더 나은, 아주 사소한 걸로 예민해 지는 게 어쩌면 당연한 걸지도 모른다. 연인들이 이별하는 이유가 아주 사소한, 고작 그런 걸로? 라고 할만한 것이라 해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그래서 아주 사소한 차이로 나는 사는 내내 철이 들지 않을 수도 있다. 내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도 진리가 아닐지도 모른다. 보이는 게 다는 아니니까. 어쩌면 드라마에 나오는 천년을 살아온 외계인이 고작 마흔살인 지구인보다 젊어 보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사는 내내 내가 언제 어른이 될지 고민스러워도 괜찮. 고작 백 년 살아가는 인생에서 어른을 따지는 건 별에서 온 천살이 보기엔 아주 우스운 일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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