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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연 Sep 02. 2021

네가 어떻게 나한테 그래?

지금 마침 슬럼프가 왔거든요

 


 사람들은 때론 과도한 자기연민에 쌓이거나, 때론 나르시스처럼 자신에 대해 과한 자신감을 가진다. 누군가 ‘네가 어떻게 나한테 그래?’라는 말을 한다면 이 두 가지 중 하나일거다. 요즘은 SNS에서 디엠을 주고받는 사람이 한정적이고, 개인적인 질문을 하면 대답을 하지 않지만, 예전 초창기에는 디엠이 오는 것만으로도 반가웠던 시절이 있었다. 불과 일 년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일 년 전쯤 디엠 하나를 받았다. 인스타에서는 댓글로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라도 디엠으로는 그리 친하지 않은 게 보통이다. 그 분과도 그런 관계였었지만, 대뜸 내게 자신의 은사님께서 책을 출간했는데 북 콘서트에 나를 초대하고 싶어서 연락을 했다고 말했다. ‘오실 거죠?’라고 묻는 그에게 ‘당연히 못 간다.’라고 대답한 게 큰 화근이었다. 내가 말한 ‘당연히’라는 말이 꽤나 거슬렸던 모양이었다. 그 즈음은 딸의 시험 기간이었고, 나와 비슷한 나이의 그가 당연히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것 같았다.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그의 말투에서 꽤나 기분 나쁜 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는 끝까지 정중했다. 잘 알겠다며 잘 지내라며 인사를 하고 대화를 마쳤다. 내겐 당연히 친하지도 않은 생전 처음 보는 그의 은사님의 책 출간보다 내 딸의 시험이 더 중요하다. 시험 몇 주 전부터 만성 소화불량으로 쓰러지기를 반복하는 예민한 아이었기 때문이다.


 그 이후, 어떤 작가님으로부터 이야기를 전해 들었는데, 꽤 여러분을 거쳐서 내게 온 이야기였다. 내가 한 ‘당연히’라는 말은 나를 참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었다. ‘어떻게 자신에게 그럴 수 있냐?’라는 말이었던 것 같다.


 그때, 문득 생각났다. 그 분께 내가 그러면 안 되었다. 책을 출간하기 전에 그에게 헌시를 부탁 했을 때에도, 내게 시집에 들어갈 시를 자신이 읽기 편하게 한글파일이 아니라 pdf파일로 정리해서 보내라고 했던 사람이었는데 말이다. 그때 나도 속으로 수없이 그에게 ‘나한테 어떻게 그럴 수 있냐?’ 물었었다. 출판사에 원고를 보낼 때도 pdf파일이 아니라 한글파일로 보내는데 그는 무슨 자신감으로 내게 그런 요구를 했을까? 수없이 물었다. 그러면서 내 자존감은 계속 떨어졌다.


 그 이후, 난 그보다 더 많은 팔로워를 모으기 위해 하루에 다섯 개씩의 게시물을 올렸다.

 작가가 되고 싶은 욕망만으로 작가가 되기 위해 내가 그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은 글을 잘 쓰는 게 아니라 열심히 쓰는 것뿐이었다. 그때의 난 그보다 글을 못 쓴다는 열등의식에 사로잡혀 있었던 시기였다. 하지만, 결국 그 이후에 난 시를 쓰지 않았다. 그의 시에 비해 내 시가 참 형편없어 보이기도 했고, 그와 경쟁을 하고 싶지 않았던 이유가 더 컸다.


 이제 다시 시를 쓰고 싶다. 그 이후 일 년 동안이나 쓰지 않았던 시를 말이다. 내가 싸워야할 상대는 그가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라는 걸 느끼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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