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의 무례함

지금 마침 슬럼프가 왔거든요

 또 시작이다. 글을 올릴 때 마다 드는 생각이다. 또 그가 이상한 댓글을 남겼다. 그는 늘 이해 불가능한 댓글을 남기며, 이렇게 이야기한다. ‘제가 이해력이 딸려서 그래요.’ 비단 내 계정에만 그런 건 아니다. 그가 남기는 댓글의 수준은 이렇다. 누군가의 억울하다는 내용의 글에는 ‘오늘 재밌는 일 있으셨나보네요.’ 누군가의 우울하다는 내용의 글에는 ‘오늘은 정말 자신에게 기분 좋은 일이 있었다.’라든지, 내가 집필한 새로운 에세이의 ‘작가의 말’에는 ‘이제 정말 작가 같다’라는 댓글을 남겼다. 그를 모르는 누군가가 그 댓글을 본다면, 그와 내가 마치 오래전부터 알았던 친구인가보다. 라는 생각을 할 것 같다.

 그는 참 부지런하기도 한듯하다. 단 한 번도 그 글에 알맞은 댓글을 남기지 않으면서도 내가 올린 모든 글에 댓글을 남긴다. 그의 말처럼 읽지 않는 것인지, 읽어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인지 난 잘 모르겠다. 우리 아이들이 내 계정에 남긴 그의 댓글을 보며 킬킬거리며 웃는 것도 너무 싫다.

 그는 그 즈음에 브런치작가가 되었다. 그는 특별히 내게만 알려준다면서 계정을 알려주었는데. 그 계정에서 그의 글을 읽으며 깨달았다. 그가 내 글을 읽지 않은 게 아니라 이해하지 못했다는 걸. 적어도 그는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는 어떻게 브런치작가 심사를 통과했을까? 의문이다. 맞춤법부터 문장구성, 내용까지 허술하기 짝이 없는 그런 글을 말이다.

 그의 브런치 계정을 둘러보고 나는 더 이상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신뢰하지 않게 되었다. 내가 아는 글 잘 쓰는 작가님들은 브런치작가가 되기 위해 몇 번의 도전이나 하고, 아직도 합격하지 못하는 분들이 있다. 그 이후, 난 한동안 브런치에 글을 쓰지 않았다.

 그는 또 다른 작가의 글을 링크로 보내며 정말 잘 쓴 글이라면서 읽어보란다. 그런 디엠을 받으면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왜 작가에게 다른 작가의 글을 보내지? 그는 나를 어떻게 보는 걸까? 차라리 내 글에 비판적인 댓글을 남겼던 다른 꼰대 작가가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좌절감을 느끼게 하는 방법은 정말 여러 가지가 있는 것 같다. 내가 예민한 것인지, 아니면 만만해 보이는 것인지, 내겐 정말 이상한 인친들이 많다. 일면식도 없고, 대화를 한 적도 없었던 그들은 익명이라는 이유로 타인을 괴롭게 한다.

 그에게 더 이상 내 계정에 오지 말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낸 후, 난 마음이 너무 편해졌다. 이렇게 간단하게 해결될 문제였는데, 너무 심각하게 나를 괴롭힌 셈이다. 모든 인연이 소중하지만, 모든 인연을 유지해야하는 건 아니다. 다른 이들에게 어떻게 보이냐?라는 것보다 내 스스로 만족한 삶이 더 의미 있는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