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지 않아서 불행해

행복하지 않아도 괜찮아

by 김소연




“넌 행복하니?” 그녀가 물었다.

“요즘 그렇게 행복한 사람이 있을까? 불행하지만 않아도 성공한 인생이지.”

그녀는 매일 궁금하다. 자신이 잘 살고 있는 것일까. 의문이 든다고 했다. 그녀는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노처녀이다. 그녀는 삼십대 중반까지만 해도 결혼을 안 하는 거라 우겼었지만, 그녀도 이젠 안다. 자신이 결혼을 안 한 게 아니라 못했다는 걸. 결혼은 정말 사랑하는 사람과 해야 한다는 그녀는 이제 아무나와 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녀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는 아니다.




그녀는 꼭 이상형과 결혼을 하고 싶다고 했었는데, 좋아하는 취향도 확실하다. 그녀의 이상형은 외모와 성격적인 면까지 정말 자세해서, 이 세상에 그런 완벽한 사람이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였었는데, 그런 점에서 나와는 정반대이다. 나는 좋아하는 취향이 아니라 싫어하는 취향이 확실한 사람이다. 그녀는 이런 나를 보며, 이상형에 좋아하는 사람이 아닌 싫어하는 사람을 제외한 이상형이 어딨냐 비웃으며 나를 바람둥이일거라든지, 부정적인 사람이 아니냐 말했었다.





우리도 누군가에게 완벽한 사람이 될 수 없지 않은가? 정말 싫어하는 면을 가진 사람만 아니어도 이미 그 사람은 내게 호감형이다. 대신 난 내가 싫어하는 사람을 곁에 두지 못한다. 완벽한 사람을 곁에 두고 싶은 그녀와 조금이라도 싫은 사람을 곁에 두고 싶지 않아하는 나, 둘 다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건 마찬가지이다.


완벽한 사람을 만난다면 과연 사랑할 수 있을까 생각이 해봤다. 예전에 어떤 사람이 말하길, 누군가에 대한 연민도 사랑일 수 있으며, 어쩌면 ‘사랑이라는 감정의 근본은 모성애이다.’ 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완벽해 보이는 사람을 대하는 나의 태도는 그리 긍정적이지 않았다.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할 때, 내가 주는 사랑이 아니라, 받고 싶은 마음이라면 그건 진정한 사랑이 아니지 않은가. 그녀는 사랑에 대한 이 기본적인 개념을 여태 이해하지 못한 게 분명하다. 그 나이에 아직도 잘생긴 사람이나 자신에게 무언가를 해줄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걸 보면 말이다.





결혼을 한다고 해서 외롭지 않은 건 아니며, 많이 행복해지지 않는다. 하지만, 결혼만 하면 행복해질 거라 말하는 그녀에게는 말해도 통하지 않는 개념이다. 인간의 외로움은 내면에서 나오는 것이며, 나를 사랑하는 어떤 사람이라도 내면의 외로움을 완벽하게 감싸주지 못한다. 뭐, 사실 그런 일로 그녀와 언쟁을 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 행복에 집착하는 그녀와 불행하지만 않으면 된다는 나는 친구지만, 다른 인생을 살고 있으니 말이다.


어떤 이는 행복하지 않아 불행한 인생이고, 어떤 이는 불행하지 않아 괜찮은 인생이다. 사실, 어느 것이 정답인지는 모른다. 다만, 인생에서 정말 행복했던 시절은 그리 길지 않으므로, 행복했던 추억을 가진다는 것이 바로 행복한 인생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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