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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기환 May 25. 2018

개발자가 '이 것'까지 하라고?

개발만 하면 안 되나요?


이 전 글에서 "개발하고 있는 게 아니라 만들고 있다!"라고 말한 의미에 대해 써보려고 합니다.

※ 중앙일보의 '콘텐츠 만드는 팀' 이야기입니다. 타 언론사 및 타 부서는 다름 (아마도)






전 회사에서 프론트 개발자가 하는 일은 디자이너가 보내준 psd를 한치의 오차도 없이 UI 개발을 하고 스크립트로 인터렉션을 구현하는 것이었습니다. (최대한 간단하게 써봤습니다 ㅎㅎ) 프론트 개발이라는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는 일은 없었죠. 개발자만 수십 명이었으니까요.



기획서 없이 어떻게 디자인, 개발을 해????


언론사로 이직을 했더니 이전에 하던 고민과는 완전히 다른 것들을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일단 팀에 기획자가 없었습니다. 기획자가 없으니 '기획서'도 없지요. 개발도 개발인데 디자인... 은 어떻게 하지?? 싶었는데 어떻게 되더라고요 ^^ ;;


스페셜 페이지 나와라 뚝딱! (feat. 도깨비)


일반적으로 기획, 디자인, 개발(프론트, 백엔드), QA 일정을 잡고 서비스 오픈일을 결정하는 것과는 달리 언론사는 오픈일도 이미 잡혀 있습니다. 항상 그렇지는 않았지만 대선, 총선, 남북 정상회담 등 날짜가 이미 박혀있는 이슈들은 어쩔 수 없죠. 갑자기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가 터진다거나 북한이 미사일을 계속 쏴대면 더더더 빨리 오픈해야 하고요.

사내 컨퍼런스에서 애로사항에 대해 떠들고 있는 잭슨




기자는 있고 기획자는 없다.

언론사니까 당연히 기자는 많습니다. 그런데 기획자가 왜 필요한지 모르더라고요. 기획서... 비슷한 것이라도 있어야 할 텐데... 전체 일정 체크도 제일 말단에 있는 개발자가 챙겨야 했습니다.

"디자인 완성본 언제 나오죠? 기사는요?? 배너는? (내일 오픈인데...)"

회의록도 없었고, 카톡으로 모든 것이 넘어왔지요. 이미지, 텍스트 등... 공유 문구, 이미지도 따로 요구를 해야 하고 심지어 콘텐츠 CMS 등록도 개발자가 해야 했습니다. 이직을 하고 이전 회사에서 안 하던 많~~은 것 들을 더 하게 되었습니다.

- 작년부터는 기자가 카카오 오븐으로 기획서 비슷하게 만들고, 구현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합니다. 슬랙으로 프로젝트 별로 관리도 하고 말이죠. CMS 등록은 지금도 개발자가 함.






적응을 하고 보니 장점도 있더라고요. 다른 회사에서는 개발자가 할 수 있는 영역이 딱 정해져 있다면, 언론사에서는 원한다면 모든 것을 해 볼 수 있었습니다. 스타트업 같은 느낌? (다녀본 적 없음 ㅎ)


필요한 일러스트는 직접 그려버린다!


개발자로 왔지만 디자인을 해도 되고, 일러스트를 그려도 되고, 기획을 직접 해도 됩니다. 가끔 모델이 되기도 하고 영상 출현도 하죠. 앉아서 개발만 하는 것을 선호하는 분들은 어떨지 모르겠는데 저는 좋더라고요. (디발자라서 그런가?)


손 모델중인 잭슨




기획도 해볼까?


일이 엄~청 많다가 갑자기 멈춰있을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 직접 아이디어도 내고 만들어 보기도 합니다. 팀 회의 때 정식으로 발제를 하죠. 물론 킬 당하기도 합니다. 킬 방지를 위해 구현을 어떻게 할지 먼저 만들어서 보여드립니다.


"모바일에서 화면의 과자를 과자를 이렇게 막 문지르면요 속 안이 보여요. 재밌죠? (맞죠?)"


사무실 창가에서 저렴이 삼각대와 스마트폰으로 과자 촬영중


양이 적은 과자를 고르고 사진을 찍고 누끼를 따고 개발을 하여 오픈을 합니다. 많지는 않지만 이렇게 오픈을 하는 것도 있다는 겁니다. 나름 재밌다고 생각했는데 페이지뷰는 별로 안 나왔습니다. 엉엉


보시고 재미있다면 공유를 ㅎㅎ




이렇게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는 곳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낚시성 제목으로 시작을 하기는 했지만 꽤 즐거운 경험입니다. 다음 주에 잡혀있는 개발이 없는데 뭔가를 빨리 기획을 해야 하나!!? (아~ 나 휴가지... 케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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