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세상을 위해 불법으로 세상을 바꾼 사람들
유럽에서는 EU 공식 카탈로그에 기재된 하이브리드 종자의 과일과 채소만 판매를 허가했습니다. 이는 전체 농산물 시장의 3%에 해당하는 품종으로 제한되어 나머지 200만 명의 농부가 재배한 97%의 품종은 불법으로 간주되어 왔다고 합니다. 살충제에 강한 대기업의 품종만을 허가해 식품 다양성과 유기농 농산업의 발전을 막고 소수가 모든 시장을 독식하는 상황에 강력히 대응하기 위해 프랑스 푸드 리테일러 카르푸가 나섰습니다.
언뜻 보면 범죄 조직을 연상시키는 그들의 비장한 이름은 'The Black Supermarket’입니다.
프랑스 에이전시 Marcel이 진행한 이 캠페인은 암시장을 컨셉으로 부조리한 법에 불법으로 맞섭니다.
비장하고 단호한 표정의 농부들을 담은 포토스타일과 블랙 색상의 조합을 통해 프린트와 영상, 스토리에 블랙 유머가 가미된 문구로 현재 농산물 법의 아이러니함을 강조하고 고발합니다.
* 브뤼셀 법에 의해 금지된 Brussel Sprout을 조명하는 블랙유머
이미지 출처: COTW (campaign of the world)
까르푸는 엄청난 금액의 벌금을 각오하고 불법으로 규정된 97%의 유기농 생산업체들과 5년간의 후원 계약을 체결하여 다양한 품종의 질 좋은 과일과 채소를 매장에서 판매하도록 했습니다. 매장 입구에는 금지되었던 품종 하나하나를 디스플레이하여 얼마나 많고 다양한 유기농 농산물이 존재하는지 알리고 그동안 이 많은 것들이 법적으로 금지되었음을 임팩트 있게 보여줍니다.
매장을 방문한 고객들은 마음껏 불법 농작물을 구입하면서 묘한 스릴감과 함께 블랙 슈퍼마켓을 지지하는 마음과 참여의식이 생기게 됩니다.
이 캠페인은 약 10개월간 운영이 되어 70톤의 농산물을 판매하고, 농산물 법 개정에 85000여 명의 동의 서명을 얻어 결국 EU가 새로운 규정을 승인하도록 만들었습니다. 2018년에 이어 2019년 칸의 광고제에서 크리에이티브 영향력 부문 골드 라이온상을 수상한 이 캠페인은 고객들의 진정한 참여를 유도하고 입법상의 변화에 영향을 미친 것을 높게 평가받았다고 합니다.
Marcel- Tha Black Supermarket 캠페인 영상 /이미지 출처: COTW ( campaign of the world)
지하철로 매일 출퇴근을 하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엄청나게 어려운 일일지도 모릅니다.
특히 장애인을 위한 시설과 노선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곳 이라면요.
세계 각국의 도시, LA, 워싱턴, 도쿄 등은 지하철에 장애인이 접근 가능한 시설을 80% 이상 제공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파리의 지하철은 303개의 지하철 역 중 겨우 9개의 역이 있는 14호선에만 해당하는 약 2%에만 시설이 설치되어 휠체어로 이동하는 장애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고 합니다. 장애인들에게 매우 부당하고 불편한 접근 권한을 제공하고 있었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런 점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죠.
이러한 문제는 파리가 곧 다가올 2024 올림픽 및 장애인 올림픽의 개최도시 중 하나이기 때문에 더욱 우려가 되었습니다. 이에 항의하기 위해 APF France Handicap과 에이전시 Brand station은 세계 이동의 날 (2018년 5월 16일) 동안 수백 명의 자원 봉사자들과 장애인들과 함께 파리의 지하철역에서 불법 스턴트 캠페인을 열었습니다.
출처ㅣVimeo : Brand Station- APF Case
그들이 생각한 아이디어는 되도록 많은 사람들에게 장애인들의 입장을 느껴보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파리의 지하철 맵을 장애인들이 유일하게 이용 가능한 14호선 라인만을 남겨두고 다시 디자인하여, 모든 역의 기존 맵 위에 덮어 붙였습니다. 만약 파리의 지하철 노선이 단 한 개밖에 존재하지 않는다면 얼마나 불편할지를 강조한 것입니다.
출처ㅣVimeo : Brand Station- APF Case
그야말로 대대적인 불법 활동으로 파리 전체의 지하철 맵을 바꿔버리자, 수많은 사람들이 인증 사진을 올리기 시작했고, 그 결과 5억 5천만 건의 언론 노출과 정치인들의 주목을 끌어 정부가 구체적인 조치에 나서게 이르렀습니다. 2024년 파리 올림픽까지 60%의 지하철 시설을 장애인이 이동 가능하도록 개선하겠다고 말이죠.
소수만이 특혜를 받거나 반대로 대다수의 무관심으로 소수의 권리가 박탈당하는 상황을 바꾸기 위해서는 발상의 전환과 행동하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앞으로도 이와 같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크리에이티브가 많아지길 바래보면서, 어느 한쪽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모두를 위한 Inclusive 한 배려의 필요성과 디자이너로서, 사회 구성원으로서 나는 세상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깊이 생각해보게 됩니다.
사례 출처
https://campaignsoftheworld.com/outdoor/carrefour-black-supermarket/
https://www.dandad.org/awards/impact/2019/impact/499/france-accessib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