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동찬 Jun 05. 2020

아임 파인, 땡큐 - 부제(단풍국 워킹홀리데이) #5

#5 로키산맥과 함께하는 캠핑

로키산맥에서 하는 캠핑!


나는 평소에 캠핑을 즐겨가는 편은 아니다

좋아하기는 하지만 장비도 없고 무엇보다 귀찮기 때문에!

그래서 한국에서도 친구들과 몇 번 다 같이 간 것이 전부다


그렇지만 낭만과 경험을 중요시하는 내게 로키산맥에서의 캠핑은

생각만 해도 가슴 떨리고 설레는 일이었다.

낮에는 로키산맥과 호수를 보고 밤에는 쏟아지는 별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캐나다 생활의 버킷리스트에 캠핑을 추가했다.


몇 달 전부터 같이 일하는 한국사람들과 계획을 잡고 예약을 했다.

캠핑장비도 사들이고 텐트도 빌리기로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캠핑 가는 날이 되었다.


그런데 그 당일 날 새로운 코워커(직장동료)로 캐나다 퀘백 출신인 네브라는 친구가 왔다.

새로운 친구를 환영해주고 싶어서

“우리 캠핑 갈 건데 같이 따라갈래?”라고 네브에게 물어봤다

돌아오는 답은 “슈얼, 와이낫” 흔쾌히 따라가겠다고 했다.

한국인들 사이에 홀로 껴있어서 소외감을 느낄까봐

우리는 서로 한국말을 쓰지 말고 영어로만 대화하자고 했다.

그렇게 우리는 잘 안 되는 영어로 서로를 조금씩 알아갔다.


네브는 18살이었고 농구선수 출신에 퀘백에서만 자랐다고 했다.

로키산맥 쪽은 처음이고 대학교를 가기 전에 시간이 나서 이 쪽을 여행 다니고 싶어서

약 2달간 여기서 일하며 여행을 할 계획이라고 했다.

네브는 내가 캐나다에서 사귄 첫 외국인 친구이기 때문에

나중에 더 자세히 얘기하도록 하고 본론으로 돌아와서


우리는 렌트카를 빌려서 다 같이 장을 보고 캠핑장으로 이동했다.

두 개의 캠핑사이트를 예약했지만 사이트 하나가 꽤 넓어서

텐트 두 개를 다 한 사이트에 치고 놀자고 했다.

군필자들이 몇 명 있어서 텐트 치기는 수월하게 끝났고

네브도 우릴 따라서 같이 잘 따라와 줬다.


그렇게 텐트 치는 걸 끝내고 주위를 둘러볼 여유가 생겼다.

온통 높은 나무에 둘러싸인 숲 그 뒤로는 로키산맥이 보였다.

언제 봐도 적응이 안 되는 스케일의 로키산맥의 산들

내가 꿈꾸던 풍경 그대로였다. 저녁을 먹기 전에 시간이 남아서

가만히 앉아서 쉬기도 하고 스케이트 보드를 타기도 하면서 재밌게 놀았다.

그리고 캠핑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대망의 바베큐 시간이 찾아왔다!

된장찌개와 삼겹살, 비빔면 등 전형적인 한국 스타일의 바베큐를 준비했다.

마침 네브에게도 한식을 소개해주고 싶었던 우리는 각자 역할을 나눠서

삼겹살을 굽고, 된장찌개를 끓이고, 비빔면을 만들었다.

그리고 바베큐에서 빠지면 안 되는 술까지! 맥주 한 캔씩 하면서 음식들을 만들었다.

네브도 거리낌 없이 우리와 같이 먹길래

“너 18살인데 술 먹어도 돼?” 물어보니

자기가 있는 주에서는 안되는데 여기서는 18살부터 마실 수 있다고 했다.

캐나다는 역시 주마다 법이 다르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


시간이 지나 이윽고 모든 요리가 완성되었고

우리는 긴장되는 마음으로 네브에게 우리가 만든 한식을 건넸다.

의외로 네브는 입맛에 맞다며 잘 먹어줬고

된장찌개는 무려 세 그릇이나 먹어서 우리 모두 뿌듯해했다.

그렇게 맛있는 바베큐 시간이 끝나고 불멍 시간이 찾아왔다.

불을 피우고 그 주변에 둘러앉아 마시멜로를 구워 먹었다.


장작 타는 소리밖에 안 들리는 고요한 시간, 위를 올려다보니 별들이 떠있었다.

그렇게 한참 동안 불이 타오르는 소리와 맥주 캔 따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불이 꺼져가고 있었고 어느새 잘 시간이 되었다.

 텐트에서의 잠자리를 불편해하는 사람들을 숙소에 데려다주고

텐트에 남은 사람은 6명

네브에게 첫날이니 편안한 숙소에 가서 쉬라고 했지만

텐트에서 자고 싶다고 해서 네브도 남게 되었다.

그중에 두 명은 차에서 잤고 나머지 네 명은 텐트에서 잤다.

6월쯤 되는 초여름이었지만 추울걸 대비해서 매트를 깔고 롱패딩을 입는 등 중무장을 하고 잤다.

하지만 그렇게 중무장을 해도 추워서 새벽에 몇 번 깼다.


투둑 투둑 빗방울이 텐트를 때리기 시작했고 동이 트기 시작했다.

라면을 끓여먹고 커피를 내려 마시는 여유로운 아침을 맞이하는 캠퍼의 모습을 기대하고 잠들었지만

막상 깨보니 추위에 벌벌 떠는 피난민 같은 몰골의 우리만이 남아 있었다.

비가 제법 내리기 시작했고 우리 중 대부분이 아침에 출근을 해야 해서

급하게 철수하고 떠나기로 했다. 그렇게 여유로운 아침은 물 건너가고

얼른 부랴부랴 짐을 싸고 장비들을 정리해서 떠났다.


이 이후로 캠핑을 몇 번 더 갈 줄 알았지만

이것이 로키에서의 처음이자 마지막 캠핑이 되었다.

아직도 일상에 지쳐 휴식이 필요할 때면

불멍을 하며 하늘에 수놓은 별들을 바라보던 이때가 가끔 생각난다.

 

 



이전 04화 아임 파인, 땡큐 - 부제(단풍국 워킹홀리데이) #6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