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여름휴가
조금 이른 여름휴가를 받았다.
7,8월은 극성수기라 너무 바빠
시간을 뺄 수가 없어서
6월에 조금 이른 여름휴가를 떠나게 되었다.
갑자기 받게 된 휴가에 어디를 가야 할지 고민했다.
후보지로는 쿠바, 라스베가스, 퀘벡, 빅토리아 등이 있었다.
4박 5일간의 짧은 휴가여서
내가 가보고 싶었던 곳 중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던 곳들을 골랐다.
많은 고민 끝에 결정한 곳은 빅토리아!
빅토리아에만 있으면 할 게 없다고 해서 밴쿠버까지 같이 묶어서 가게 되었고
갔다 오면 바로 성수기 시작이라서 후보지 중
가장 가까운 곳으로 골랐다.
밴쿠버까지는 비행기로 2시간이면 가고 밴쿠버에서 빅토리아까지도
배 타고 2시간 정도면 갈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빅토리아 2일, 밴쿠버 2일로
계획을 잡고 휴가를 출발했다.
오랜만에 가는 혼자 여행이라 설렜다.
빅토리아를 제일 먼저 갔는데 마침
내가 간 날에 축제를 하고 있어서
도시가 생기 넘쳤고 볼거리도 엄청 많았다.
길거리에서 공연도 하고 마켓 같은 것도
많이 열려있었다.
혼자라 심심할 줄 알았는데 덕분에
재밌게 돌아다닐 수 있었다.
빅토리아는 영국풍 정원도시, 꽃의 도시
등으로 불리는데
캐나다 다른 도시들과 달리
건물들이 유럽 느낌이 난다.
가장 유명한 건물은 빅토리아 주 의사당인데
앞에 잔디밭에 앉아서
바로 앞에 있는 바닷가 부두를 바라보고 있으면
한적함과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다.
나는 바닷가 있는 곳을 여행 가면 바다가 보이는
펍 같은 장소를 가서 낮술로 맥주를 마시곤 한다.
여기서도 어김없이 바다 바로 앞에 있는 펍에 들어가서 바다를 바라보며 2-3시간 동안 맥주를 마셨다.
취기가 좀 올라오자 바닷가에 있는 도로를 따라
정처 없이 걷다가
알록달록하고 예쁜 부두가 나와서 구경 하러가서
피쉬앤 칩스 집을 발견하고 거기서 또
피쉬앤 칩스와 함께 맥주를 마셨다.
이쯤 되면 여행을 온 건지 술 마시러 온 건지
헷갈릴 정도였지만
오랜만에 다른 사람의 눈치 볼 일 없이
혼자 하고 싶은 걸 하고 다녀서 기분이 좋았다.
관광하러 여기저기 바쁘게 다니는 것보다는
이렇게 느긋하게 걷다가
여유롭게 맥주 한 잔 하는 여행이
나한테는 더 맞는 것 같다.
그렇게 여유롭게 피쉬앤 칩스를 다 먹고 나서는
노을을 보러 주 의사당 쪽으로 다시 걸어갔다.
바다가 잘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고 노래를 들으며 노을이 지기를 기다렸다.
노래를 3곡쯤 들었을까,
서서히 하늘 색깔이 변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강렬한 황금빛이었다가 주황색, 빨간색
이윽고 해가 다 지고 나서는 짙은 파랑, 보라색으로 하늘이 물들었다.
보라, 빨강, 주황색이 그라데이션 되어서 아름답고 조화롭게 어울렸다.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하늘이 변해가는 과정을
멍하니 보고 있으니
문득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은 바빠서 이렇게 오래도록 하늘을 볼 여유가 없었는데
여행을 와서 비로소 걱정 없이, 아무 생각 없이
온전한 노을빛을 즐길 수 있어서 행복했다.
노을을 바라보며 다음 날은 더더욱
아무것도 안 해야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