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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찬 Jun 07. 2020

아임 파인, 땡큐 - 부제(단풍국 워킹홀리데이) #7

#7 밴쿠버의 한 누드비치


누드비치.


이름만 들어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장소

밴쿠버 ubc대학 옆에 위치한 wreck beach가 바로 내가 간 누드비치이다.

같이 일하는 누나가 밴쿠버에 가면 꼭 가보라고 추천해준 곳이기도 하다.

우거진 수목을 뚫고 한참을 내려가야 닿을 수 있는 곳

해변 주위가 큰 나무들로 둘러싸여 있어서 외부에서는 이 곳을 볼 수가 없다.

그래서 이 곳이 누드비치가 되는 것이 가능한 것 같았다.

하지만 이 곳에서 옷 벗는 것은 강요가 아니다.

옷을 벗고 싶은 사람은 벗어도 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그냥 옷을 입고 편하게 있어도 된다.

처음에 우거진 나무를 뚫고 해변으로 내려가는 길에서는 과연 어떤 풍경이 펼쳐질까 기대했다.


이윽고 해변에 닿은 순간 아담과 이브를 떠올리게 하는 태초의 세상에 온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물론 옷을 벗지 않은 사람들도 많았지만 문화충격이었다.

살짝 충격받은 것도 잠시 시간이 지나자 금방 익숙해졌고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나도 해변에 누웠다.


그 풍경에 익숙해지자 조금 다른 것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자유롭게 뛰어다니는 사람들, 누워서 태닝하고 책을 읽는 사람들,

기타를 가져와서 노래 부르는 사람들, 춤을 추는 사람들.

모두가 남의 시선에 구애받지 않고 본인들만의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누드 비치라고 해서 남들의 시선이 정말 신경 쓰일 줄 알았는데 내 생각이 틀렸다.


가장 남의 시선을 신경 쓸 것 같았던 공간이 사실은 오히려

남의 시선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프라이빗한 공간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나도 그들과 동화돼서 나만의 시간을 즐겼다.

파도소리를 들으며 노래를 듣고 책을 읽고 글을 썼다.

이따금씩 멍 때리는 시간도 많았고

그 시간들은 모두 온전한 나만의 시간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해가 서서히 사라져 갔다.

구름이 많이 껴서 노을은 보기 힘들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위로 잔뜩 낀 구름 아래로 천국에서 내려온 빛이라고 표현해도 될 정도의

빛 내림이 내렸다. 그 빛 내림은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고 신기했다.

지금까지 수많은 노을을 만나왔지만 그중에서도 손에 꼽을만한 다른 형태의 노을이었다.

이번 여행이 끝난 후의 여독은 지독히 길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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