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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찬 Jul 01. 2020

아임 파인, 땡큐 - 부제(단풍국 워킹홀리데이) #8

#8 옥상에 누워서 본 오로라

옥상에 누워서 본 오로라

내가 살던 캔모어는 오로라 관측지로 유명한 곳은 아니었다.
캐나다에서 가장 유명한 오로라 관측지는 옐로나이프.
 하지만 운이 좋으면 옐로나이프 이외의 지역에서도 가끔 오로라를 만날 수 있다.
에드먼튼, 밴프, 캔모어 심지어는 캘거리에서도 가끔 관측된다.

오로라는 변수가 많기 때문에 오로라 지수라고 불리는 kp지수와 구름, 달 등의 상황이
종합적으로 맞아떨어져야 한다. 하지만 지표가 좋아도 못 보는 경우도 있고
못 볼 확률이 높을 때 오히려 보이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정말 운이 좋아야 볼 수 있는 것 같다.

오로라를 봤던 이 날은 kp지수가 높은 날이라 미리 오로라 어플을 깔아 놓았던 나는
오늘 오로라 관측 시도를 해봐야 하나 고민을 하고 있었다.
이유인즉, 오로라를 보려면 새벽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기다렸다가 못 보면 김만 새기 때문에..
사실 전에도 kp지수가 높고 볼 확률이 좀 있었던 날에 관측 시도를 했는데
그때는 정말 희미하게 떠서 육안으로는 안 보이고 카메라로 찍어야 살짝 보이는 수준이었다.

그래서 이 날도 일이 끝나고 같이 지내는 친구들과 같이
렌트카라도 빌려야 하나, 빌렸다가 아무것도 못 보면 돈도 날리고 시간도 날리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계속 고민하다가 결국 렌트카를 못 빌렸다.
그래서 그냥 거의 반쯤 포기하고 저녁을 먹고 쉬고 있었는데
룸메였던 동생이 옥상이라도 올라가서 기다려 보자고 했다.

피곤해서 핸드폰 조금 만지다가 그냥 자려고 했는데
귀가 얇은 나는 설득당하고 말았다.

“형 옥상 가서 오로라 기다릴 건데 같이 가요”
“어!? 내일 일도 해야 되고 오늘 좀 피곤한데.. ”
“오늘 뜰 것 같아요 오로라 볼 수 있는 기횐데 시도해봐야죠!! 떴는데 못 보면 억울하잖아요”
“그건 그렇긴 한데.. 일단 먼저 가 있어!”

그렇게 나는 무거운 몸을 이끌고 옥상으로 올라가게 되었다.
그때 시간이 밤 11시가 조금 넘었을 때였다.
시기는 한 6,7월 정도였고 원래 여름보다는 겨울에 오로라를 관측하기 더 쉽다.
여름이었지만 캐나다는 해 떨어지고 나면 춥기 때문에
롱패딩을 입고 나가서 오들오들 떨면서 기다렸다.

그렇게 한 시간쯤 기다렸을까
피곤하기도 하고 춥기도 해서 조금만 더 있다가 그냥 들어가려고 했다.
그런데 그때 저 쪽 능선에서 뭔가 푸른빛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게 보였다.

“야 저기 보여?? 저 쪽 푸른빛 돌지 않아??”
“대박 오로라인 것 같아!!!”

카메라로 찍어보니 오로라가 맞았다.
희미한 오로라에 신났던 것도 잠시
갑자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졌음을 감지한 나는
같이 지내는 사람들을 모두 다 불러 모았다.

카메라로 열심히 저 쪽을 찍고 있었는데
잠시 후 오로라가 점점 커지더니 하늘을 뒤덮었다.
살면서 처음 보는 말로는 표현이 불가능한 압도적인 풍경이었다.
‘절경, 장관 따위의 단어는 이럴 때 쓰는 거구나’ 하고 생각했다.

이 순간을 기록하고 싶어서 카메라로 정말 열심히도 찍어댔다.
하도 열심히 찍어서 배터리가 다 닳아버렸고 카메라를 놓은 채
옥상에 누워 눈으로 오로라를 즐겼다.

카메라로 찍느라 정신없을 때는 제대로 즐기지 못했는데
카메라를 놓고 눈으로 바라보니 그 압도적인 오로라가 제대로 보였다.

하늘을 뒤덮은 것은 물론 커튼처럼 일렁이기까지 했고 주변에는 수많은 별들이 있었다.
오로라 사이로 지나가는 별똥별을 봤지만 소원을 빌 정신도 없었다.
일렁이는 오로라를 보고 있자니 시간이 멈췄으면 싶었다.

누군가는 오로라를 보고 눈물 흘렸다던데 나는 울지는 않았지만 그 심경이 백 번 이해가 갔다.
그동안 멋지고 예쁜 자연경관들을 보며 감탄 정도만 했지
자연이 주는 위로란 걸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는데 오로라는 마치 날 위로해주는 것만 같았다.

이 이후로도 오로라를 본 적이 있지만
이 날 느낀 감동만큼은 따라올 수 없었다.

‘살면서 이런 순간을 다시 맞을 수 있을까?’
보고 있는 와중에도 흘러가는 지금 이 시간이 너무 아쉬웠다.
아마 머지않은 미래에 나는 또 오로라를 만나러 가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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