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의 아이

나에게

by 야호너구리

핸드폰 사진을 정리하다가 예전에 넣어놓은 내 유치원 졸업사진 속의 나를 보았다.


헐렁한 졸업 가운을 입고, 이유를 알 수 없는 자신감으로 활짝 웃고 있는 아이.


나는 저 아이를 안다. 하지만 저 아이는 나를 모를 것이다.


사진 속 아이의 눈에는 두려움이 없다. 세상은 온통 신기하고 재밌는 것들로 가득 찬 놀이터였을 것이다.


사람의 얼굴에는 인생이 드러난다고 한다. 하지만 이 아이의 얼굴에는 실패나 절망은 보이지않는다.


그저 순백에 가까운, 어찌보면 아직 표정을 그리지 않은 봉제인형처럼 보이기도 한다.


실패라는 단어도, 절망이라는 감정도 배우기 전의 얼굴.


나는 저 아이에게서 얼마나 멀리 와버린 걸까.


우리는 어느 갈림길에서 헤어져 각자 다른 길을 걷게 된 걸까. 내가 잃어버린 수많은 것들이,


혹시 저 아이의 주머니 속에 전부 들어있는 것은 아닐까.


가끔 저 아이가 나를 찾아와 묻는 것 같다. 지금 나에게는 없는 맑은 눈망울로 나를 빤히 쳐다보면서,


아저씨는 커서 뭐가 됐어요? 행복해요?


눈빛을 받아드릴 자신이 없어 고래를 돌리고, 아무 대답도 하지못한다.


그저 사진을 끄고 다시 가두어 버린다. 저 아이의 맑은 눈을 마주할 자신이 없다.


저 아이가 무슨 꿈을 꾸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최소한 아는 것은 이런 삶은 아니었을것이다.


어쩌면 나는 저 아이를 배신한 걸지도 모른다. 저 아이가 꿈꾸었던 어른이 되어주지 못했으니깐.


미안하다. 정말로 미안하다, 사진 속의 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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