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약을 좀 끊어야겠다 싶어서 2주간 버텨봤다. 처음엔 그럭저럭 괜찮은 줄 알았지. 근데 아니었다. 잠이 안 오기 시작하더니, 이틀 밤을 꼬박 새우고 결국 머리가 깨질 것 같아 쓰러졌다.
어제는 하루 종일 누워 잠만 잤다. 사람이 이렇게 자도 되나 싶을 정도로, 거의 스무 시간은 잔 것 같다. 우울이란 병이 원래 그렇다. 예고 없이 해일처럼 몰려오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약을 다시 먹는다고 바로 괜찮아지는 것도 아니다. 시간이 좀 걸린다. 며칠은 더 시체처럼 누워있어야 할지도.
사실 며칠 전부터 내가 좀 이상하다는 건 느꼈다. 갑자기 멀쩡한 물건들을 버리고, 내 물건만 골라 과하게 주변 정리를 하고, 밤이면 폭식을 했다. 모든 게 허무해서 아무것도 바라지 않게 되었다. 그때 알아챘어야 했는데. 우울이 심하게 오기 전에 나는 꼭 이런다. 근데 이번에도 모른 척했다. 바보같이.
하루 내내 자면서 별의별 꿈을 다 꿨다. 하늘을 날아다니고, 갑자기 부자가 되기도 하고. 프로이트 말마따나 꿈은 결국 이루지 못한 소원풀이 같은 건가. 뭐, 어차피 꿈은 꿈이다. 현실에서 이뤄질 리 없지. 그래도 그렇게 꿈이라도 꾸는 게 스트레스 해소에는 도움이 되긴 하나 보다.
예전에는 우울이란 걸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해서 더 힘들었다. 이제 보니, 이건 이기고 지는 문제가 아니라 그냥 같이 가야 하는 동반자 같은 거다. 평생. 그 사실이 가끔은 서글프지만, 어쩌겠는가. 다시 일어나서 걸어야지. 넘어져 있던 자리에서, 다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