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사람은 오지 않는다
다음 사람 얘기는 몇 번 나왔다.
정확히 말하면, 올 수도 있다는 말만 나왔다. 면접이 잡혔고, 이력서가 공유됐고, 자리가 어디가 좋을지 같은 실무적인 이야기도 오갔다. 모니터를 하나 더 들일지, 옆자리 책상을 비울지 같은 얘기들. 말만 들으면, 이미 반쯤은 와 있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며칠이 지나면 분위기가 바뀐다.
아직 고민 중이라고 했다. 다른 회사랑 비교하고 있다고도 했다. 요즘은 다 그렇다며, 조금 더 기다려보자는 말이 따라붙는다. 기다림은 언제나 합리적인 선택처럼 포장된다. 그 사이 나는 계속 일을 한다. 다음 사람이 오면 넘겨줄 거라는 전제로.
그러다 연락이 끊긴다.
아무도 안 온다고 말하지 않는다. 다만 그 이야기를 다시 꺼내지 않을 뿐이다. 다음 사람은 그렇게 조용히 사라진다. 오지 않았다는 사실조차 공식적으로 정리되지 않은 채로.
이쯤 되면 계산이 빨라진다.
이번엔 올까, 아니면 또 아닐까. 기대를 하면 실망이 생기니까, 아예 기대를 접는 쪽이 편하다. 다음 사람이 오지 않는다는 가정이 기본값이 된다. 가끔은 그게 현실을 더 정확하게 설명한다.
다음 사람이 오지 않으면, 인수인계도 계속 미뤄진다.
넘겨줄 대상이 없으니, 넘겨줄 것도 없다. 그 대신 내가 계속 맡는다. 임시라는 말은 붙지 않는다. 임시는 늘 영구보다 오래 간다.
회사 사람들은 이곳을 종착역이 아니라고 말한다.
환승역이라고 한다. 다들 잠깐 들렀다 가는 곳이라고. 그래서 다들 언젠가를 이야기한다. 이직, 전직, 다른 계획.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환승은 늘 나중이다. 지금은 아직 때가 아니라는 말이 붙는다.
다음 사람이 오지 않는 건, 나만의 문제가 아니다.
여기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머문다. 떠날 생각을 품은 채로, 당장 떠나지는 못하는 상태. 이 직장이 영원할까 봐서가 아니라, 영원이 아닐까 봐서. 다른 데로 가기엔 애매하고, 그렇다고 여기서 끝내기엔 확신이 없는 상태.
그래서 나는 오늘도 정리하지 않는다.
인수인계 폴더는 그대로고, 파일들은 조금씩만 정리된다. 누군가를 위해서라기보다는, 나 자신을 안심시키기 위해서. 아직 내가 이 일을 붙잡고 있다는 증거처럼.
다음 사람은 오지 않는다.
적어도 지금은.
그리고 그 사실은,
이곳 에서 가장 현실적인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