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영유아부 예배에서 첫째가 말씀 암송 스티커 열 개를 다 모아 상(선물)을 받는 날이었습니다. 전도사님께서 아이 이름을 부르시고 아이는 신나는 마음으로 앞에 나갔지요. 전도사님이 들고 계신 선물 바구니에는 주황 노랑 마라카스, 아기 딸랑이, 미니 탬버린이 여러 개씩 들어 있었습니다.
어떤 선물을 고를까? 첫째는 아주 오랫동안 그 앞에 서서 고민하였어요. 아이가 다소 긴 시간 결정을 내리지 않고 서 있으니 엄마인 저는 우리 아이 때문에 진행이 더뎌지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하였습니다. 아이의 선택을 서두를 마음으로 살금살금 다가가서 보니 아이가 마라카스를 집었다 놓았다 하는 거였어요.
"하연아, 그건 저번에 골라서 집에도 하나 있잖아. 오늘은 탬버린 고르면 좋겠는데."
그러나 마라카스와 탬버린 사이를 왔다 갔다 하던 아이의 손은 결국 마라카스를 집어 들었습니다.
"아이 하연아, 그건 집에 있는 건데.."
저는 계속해서 아쉬운 마음을 드러내며 아이를 데리고 자리에 들어와 앉았습니다. 이미 가져온 걸 어쩌겠나, 자리에 앉아서 한숨 돌리고 있었어요. 신랑도 저와 같은 마음이었는지 아이에게 같은 질문을 합니다.
"하연아 이건 집에 있는 건데 왜 또 골라왔어?"
그랬더니 아이가 동생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하는 거였어요.
"아 내가.. 이건 하여니(자기 자신) 갖구 집에 있는 거는 하민이 주여구."
아. 저는 뒤통수를 얻어맞는 기분이 들었어요. 저는 소유와 다양성의 측면에서 새로운 장난감을 받아오면 좋겠다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아이는 마라카스를 고르면 집에 똑같은 게 두 개 있게 되니, 두 살 어린 동생에게 하나를 흔쾌히 내어줄 수 있고, 자기 것을 빼앗길 염려도 덜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거였어요.
저는 어른인 저의 생각과 기준을 갖고 아이의 마음을 오해하고 또 엄마의 입맛에 맞는 선택을 하도록 은근히 (혹은 대놓고) 종용한 것이 미안하고 부끄러웠습니다.
미처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저는 아주 자주, '내가 생각하는 기준이 아이에게도 좋은(또는 옳은) 거야.'라고 생각하고 행동합니다. 제가 저의 이런 어리석음과 착오를 자주 깨닫게 해 주시고 저의 자격 없음을 잊지 않게 해 주세요. 하나님께 지혜와 능력을 구하며 하나님께만 매달리는 사람이 되게 도와주세요.
살아계신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했습니다. 아멘.
2023.12.10. 주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