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0월 20일 수요일
벤치도 놓고, 유행이라는 물방울 거울도 놓고. 현관에도 하고 싶은 게 많았다. 하지만 24시간 붙어 지내는 13개월 아기 데리고, '살면서' 보관이사 없이 할 수 있는 현관 리모델링의 현실적인 목표는 '톤 바꾸기'와 '중문 설치' 정도였다. 예산의 한계도 무시할 수 없었다.
톤 바꾸기는 페인트칠이나 필름 시공으로 할 수 있는데 당시 나는 페인트칠이라는 방법이 있다는 걸 몰랐기에 필름 시공을 선택했다. 금손들은 셀프로 작업하기도 하지만 나는 곰손이기 때문에(아기를 밀착 케어하느라 신발장에 붙어 있을 시간이 없기도 하고) 필름 시공 전문가에게 의뢰하기로 했다.
주방 새시를 이미 필름 작업한 마당에 현관 신발장/현관문 색도 바꾸려 하고 보니, 커다란 거실 새시마저 나무색아닌 흰색으로 바꾸고 싶었다. 나는 현관과 거실 모두 작업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고 필름지 이름과 색감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흰색 필름 선택지 앞에서 나는 머리가 핑핑 돌았다,
하얀빛이 이렇게 다양한 줄 몰랐다. 그 색이 그 색 같지만 그래도 넓은 면적에 도포되면 공간의 분위기가 크게 다를테니 고민이 많이 되었다. 각각의 필름 번호를 인테리어 카페와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 입력하며 후기를 샅샅이 찾아보았다. 팀장님이 보내주지 않은 브랜드의 필름들도 찾아보았다.
나는 선택이 어려워서 이랬다가 저랬다가 했다. 시공일을 이틀 남겨두고 현관문은 영림 ps022(딥 그린 중에서도 당시 후기들 중 내 눈에 가장 영롱해 보였던 색깔), 현관 신발장과 거실 새시, 베란다 문틀은 sg1160(가까이서 보면 나뭇결 무늬가 보이는 약간 따뜻한 느낌의 하얀색)으로 결정했다. 충분히 고민했기에 후회가 없다.
주방 필름 작업을 겪어봐서 두 번째는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시공 당일 집은 1차 작업 때보다 더
어수선했다. 아직 걷기보다 기기를 좋아하는 딸이 집을 휘젓고 다니지 않아 주어서 다행이었다. 아침 8시쯤부터 시작된 작업은 작업자 분들의 식사 시간을 포함하여 오후 3~4시가 되어서야 끝났다.
따뜻한 흰색과 스타벅스 느낌의 딥 그린색을 입은 현관 모습이다.
거실 새시와 다용도실 문틀 변신 후 모습. 따뜻한 하얀빛 테두리가 같은 톤의 커튼과 이질감 없이 어울려서 좋다.
화사해진 공간을 여유롭게 누리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참 바빴다. 작업 후 집안 곳곳에 남은 먼지들을 꼼꼼히 치우느라고 말이다. 당장 아기가 기어 다닐 곳이니까. 먼지를 없앤 후에도 쉴 틈은 없었다. 아기를 데리고, 주방 철거 이후 임시 숙소로 쓸 방을 찾으러 다녀야 했다. 철거일 D-3. 아직도 숙소를 정하지 않았다.
필름 시공팀에서는 커튼도 다시 달아 주고 일차적으로 청소도 해 주고 갔다. 보관 이사하면서 다른 공정들과 함께 공사했다면 아마 필름 바로 다음 날 도배나 다른 공정을 작업했을 것이기에 시공 팀에서도 구태여 깨끗하게 청소하고 갈 필요는 없었을 텐데 아기 있는 집의 특수성을 고려해 나름대로 깨끗하게 청소해주고 가느라 고생이 많으셨을 테다. 실력과 인성을 모두 갖춘 시공 팀장님을 만나 감사했다.
시공 비용
현관문과 신발장 35만 원
거실 새시와 문틀 37만 원
시공 인원
성인 남성 작업자 2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