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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자 Apr 30. 2021

"정말 잘 치는구나"

어린 연주자의 멋진 성장을 응원하며

회사 주최 음악콩쿠르 기사에 들어갈 사진을 찍기 위해 대회장으로 갔다. 경연 중에는 카메라 셔터를 누를 수 없어, 중등부 피아노 부문 본선이 끝나길 기다렸다. 연주를 마치고 나오는 아이에게 다가가 피아노 치는 모습 촬영협조를 구했다. 밖에서 기다리는 엄마에게도 허락을 받았다.  


할 일만 하면 될 걸 밑도 끝도 없는 질문이 솟았다. 피아노를 배우고 대회에 참가한 건 온전히 저 아이의 의지였을까. 엄마 아빠의 욕망일까. 다음 경연을 위한 휴식 시간, 사진을 찍기 위해 아이와 강당으로 걸어가며 ‘돌려’ 물었다.  


“피아노가 재밌어?” 

“네, 재밌어요. (피아노를 칠 때) 행복해요.” 아이의 표정도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난 짓궂게도 아이에게서 차갑고 건조한 답이 돌아올 줄 알았다. “재미없어요” “엄마가 시켜서 하는 거예요” 정도. ‘피아노 연주가 행복한 아이’라….   

피아노 앞에서 잠깐 동안의 포즈를 부탁했다. 그 짧은 시간에 아이는 깊이 몰입했다. 피아노 선율에 손과 팔, 머리와 상·하체가 부드러운 파도를 타는 것처럼 움직였다. 이름 모를 곡(아마도 쇼팽의 곡)이 강당을 가득 채웠다. 울리고 감겨왔다. 눈앞의 어린 연주자의 모습과 어우러져 하나의 완성된 퍼포먼스를 보는 듯했다. 1분도 채 안 되는 시간 사진을 찍었고, 그 사이 막연한 감동과 전율이 내 몸을 훑고 지나간 듯했다. 


강당을 나서며 아이의 어깨를 토닥이며 고마움을 전했다. “정말 잘 치는구나.” 그냥 그런 말이 툭 튀어나왔다. 표현되지 않는 여러 느낌이 그저 그런 시시한 말로 나와 버린 것이다.    


주접스럽게 나는 말을 잇고 말았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이 콩쿠르 출신인 거 알지?”

“네, 알아요.”

옆에 있던 대회 담당 직원이 말을 거들었다. 

“커서 조성진처럼 돼서…”

어린 연주자의 얼굴에 웃음을 번지는 동안 난 다시 말을 보탰다. 

“조성진처럼 되면 아류니까, 조성진보다 더 멋진 피아니스트가 되면 좋겠네.”  


아이의 이름을 물었고 기억해 두겠다고 했다. 

“너 유명해지면 아저씨 아는 척해줘야 돼.” 꼰대 멘트가 작렬했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중2 때 나갔던 콩쿠르에서 사진 찍던 아저씨가 ‘조성진보다 더…’라고 하던 말이 생각나요.” 아이가 훗날 멋진 피아니스트로 성장해 어느 인터뷰에 나와 나를 기억하는 이런 멘트를 날려준다면 몹시 설렐 것 같다는 상상을 하며 혼자 실실 웃고 있다.    /yaj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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