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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자 Jul 26. 2021

"제주에서 한 달만 살아보자"

<슬기로운 평대생활>

제주에서  달을 살고 돌아왔다. 특별한 계획은 없었다. 그저 하루하루 나를  챙겨보려고 했다. (지나고 생각하니 그게 계획이었네 ^^) 단출한 하루 일과를 그때그때 마음 가는 대로 메모했고, 그런 마음으로 사진을 찍었다. 회사에 복귀하고 다시   까이 지났다.   살이 이후의  달은 남은 '약빨',  이후의  달은 메모와 사진을 정리하며 제주에서의 감각을 다시 느껴보기로 했다.  달쯤 늦은 일기이자, 다시없을(거라 생각하면   같지만)   살이의 추억이다.     


"제주에서 한 달을 살아보자"


제주에서  달을 살아보기로 했다. 여행객으로 붐비는 제주 대신 강원도 양양이나 울릉도를 추천하는 이도 있었다. 솔깃했으나, 지난 연말 출장 가서 홀로 지낸  일간의 괜찮았던 제주의 기억을 압도하진 못했다.


20년 넘게 한 회사를 다녔더니 ‘근속 휴가’가 나왔다. 이 시간을 온전히 나를 위해 한 번 써보고 싶었다. 연차휴가를 붙여 한 달 휴가를 만들었다. 쉽게 주어지는 기회가 아니라서 객기를 부렸다. 한 회사에 다니면서도 이런 휴가를 낼 환경이 안 되는 부서의 동료들에게는 미안한 마음이었다.    


6월 한 달을 휴가로 정했다. 하루하루 다가오는 휴가에 설레거나 들뜨지는 않았다. 한 달을 무엇으로 채울까, 하는 은근한 걱정이 있었다. ‘뭐라도 해야지’하는 강박과 그걸 뜯어말리는 또 하나의 강박이 안에서 충돌했다. 나름 쉬쉬한다고 했는데 내 휴가는 이미 소문이 파다했다. “휴가 간다며? 부럽다”로 시작한 대화는 “뭐 할 거야?”로 이어졌다. 내가 뭘 하든 딱히 궁금할 이유가 없을 테지만, 의례적 질문에 나는 대체로 건조한 표정으로 반복적인 답을 했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게 목표다. 좀 쓸쓸하게 지내보려고.”

“오호~좋은데.” 긍정적 반응에 덧붙여 “그럼 휴대폰을 두고 가라” “노트북은 가져가지 마라”같은 무책임한(?) 조언이 이어지기도 했다.


휴대폰과 노트북은 챙겼다. 사진일기는 쓰기로 했으니까. 사실 혼자 쓸쓸할 시간을 즐겨보자는 생각은 있었지만, 휴대폰과 노트북 없는 ‘단절’의 시간을 버틸 용기까지는 없었다. 한 달 휴가를 낸 용기면 충분했다.  

 /yaj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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