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만든 어처구니없는 이 상황
남편이 한국으로 돌아간 지 벌써 5개월이 넘었다. 이 글을 쓰면서도 벌써 그렇게나 오래되었나 생각이 들 정도니 시간은 정말 빠르게 흘러가는 모양이다.
지난 9월 10일 자로 싱가포르 이민국(ICA)에서는 한국이 카테고리 2로 재분류되어 사전 입국 승인을 받은 이들은 시설 격리 14일에서 자가격리 7일로 확 줄어들었다고 한다. 직장인들은 싱가포르에 오퍼를 받아놓고도, 유학생들은 학교 개강일이 며칠, 몇 달이 지나가는데도 승인을 안 해줘 답보상태였던 이들의 비자 입국 승인이 서서히 풀리면서 무적 같던 격리의 족쇄(한때 21일인 적도 있었음)도 느슨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들의 틈바구니에서 무비자인 남편이 싱가포르 입국할 수 있었던 유일한 길인 그린 레인(비즈니스차 방문)도 올해 2월부터 중단된 상황이라 우리 가족은 그야말로 하루하루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 넋 놓고 생이별 중이다.
지난주 화요일은 첫째 딸아이 생일이었다. 보통 국제학교에서는 생일자가 당일 컵케익이나 도넛을 반 인원수에 맞춰 준비해 와서 나누어 먹으며 모두의 축하를 받는다. 특히 알레르기가 심한 아이들을 위해 반드시 견과류가 안 들어간 넛츠 프리 제품으로 가져가야 안심이다.
어처구니없게도 딸아이는 2년째 아빠 없이 보내는 생일을 보내고 말았다.(지난 6월이 생일인 막내의 경우도 마찬가지) 내심 아빠가 같이 없어서 속상하겠다 안쓰러워하고 있었는데 웬걸 그녀는 세상 신이 나서 집으로 돌아왔다.
학교에서 친한 친구들이 생일 서프라이즈 이벤트를 펼쳐준 것이다. 아침에 미리 와서 딸아이의 사진들을 출력해 와서 사물함에 가득 붙이고 반 전체(담임쌤까지)에 페이퍼를 돌려(받아낸) 축하 메시지, 여기에 각자 준비한 선물들이 사물함에 숨겨놓은 것. 그렇게 얼굴에 미소 한 가득, 양손에 선물 한 가득 들고 들어오는 딸내미의 얼굴은 그 어느 생일 때보다도 진심 행복해 보였다. 생일 당일 아빠의 부재는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는 눈치였다.
내가 생각해도 친구들이 참 기특하다 싶어 지인들에게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하니 외국 아이들 중에서도 괜찮은 아이들은 만난 것 같다며 다들 놀라워했다.
다시 한번 이곳에 와서 참 다행이다 싶었다. 아이들이 잘 적응해나가서. 좋은 친구들을 만나서. 한국에서보다 자존감이 훨씬 높아져서. 그래, 그래서 기러기 생활도 나름 버틸 수 있다고.
9월 8일 이후 백신 2차 접종까지 마친 싱가포르 거주자들은 독일과 격리 없이 양국 간 여행이 가능하다는 기사가 떴다. 왜 하필 독일일까 의아하긴 했지만 매우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어쩌면 한국도 가능성이 있다는 희망은 품게 되니까.
아니 그보다 우리 아이들이 언제 백신이 맞을까 하는 날짜 계산부터... 혹시나 올해 말 방학 때 독일 여행을 계획해볼까 하는 머리끝까지 여행자 마인드가 스멀스멀 올라오는 중이다. 그전에 남편을 상봉할 수 있을까.
(**현재는 11월 16일부터 VTL; Vaccinated Travel Lane 즉, 백신을 2차까지 맞은 접종자에 한해 한국과 싱가포르 간 여행길이 드디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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