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자고 덤비지 좀 말고
사람은 철이 들기 시작하면서부터 바보가 되는 모양이다. 그전까지 들리지 않았던 자기 안의 목소리를 듣게 되는데, 사실 그 목소리를 자세히 들어보면 분명 자신의 목소리가 아님을 알 수 있을텐데도 불구하고 '내 안의 것은 무조건 내것'이라고 쉽게 믿어 버린다. 어떻하면 성공한 삶을 살 수 있는지, 어떻하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지, 어떻하면 가치있는 삶을 살 수 있는지, 끊임없이 말하는 그 목소리는 내 것이 아니다. 어디서 주워 들은 것이 내 것 인냥 터를 잡은 것 뿐.
"꼭 이렇게 살아야 하나?" 내지는 "이런 삶은 너무 지친다" 내지는 "내키지 않으면서 하지마" 와 같은 소리를 잡음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게 내 목소리다. 오죽이나 헛 삽질 하는 것이 답답하면 그것이 내게 말을 다 걸까. 얼마나 뻘 소리에 현혹되었는지 자신의 목소리도 알아 듣지 못하니 말이다. 내가 왠만해서는 말을 안 하려고 했는데 하며,
인생은 그리 길지 않다. 어스름해질 무렵 죽음이 찾아와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우리가 무언가를 시작할 기회는 늘 지금 이 순간 밖에 없다. 이 한정된 시간 속에서 무언가를 하는 이상, 불필요한 것들을 벗어나 말끔히 털어버리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무엇을 버릴 것인지에 대하여 고민할 필요는 없다. 마치 노랗게 변한 잎이 나무에서 떨어져 사라지듯이, 당신이 열심히 행동하는 동안 불필요한 것은 저절로 멀어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우리의 몸은 더욱 가벼워지고 높은 곳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라고 니체는 말했고, "인간이 태어났을 때 소명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것, 자신의 쓰임새 이런 거, 거기에 부흥해서 무엇인가를 이끌어 내야 한다는 것, 그런 거 없어"라며 마왕은 말했다.
태어난 게 목적이야.
목적을 다 했어
지금 살고 있는 우리 시간은
신이 우리를 예뻐해서 우리한테
윙크하면서 보내준 보너스 게임이야
곰곰히 생각해 보면 신의 입장에서 참 난감할 것이다. 기껏 "잘 놀다 와"하며 등을 툭 밀어 내보냈더니, 웃고 떠들기도 빠듯할 시간에 신의 눈에도 보이지 않는 허공에 대체 뭐가 있다고, 냅다 달려들어 '너 죽고 나 죽자'며 멱살잡이를 하는지. "너 누구랑 싸우니? 그 심각한 표정 뭐야? 아무때나 눈 치켜뜨고 그러는거 아니야" 두 손 들어 말리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철 좀 들었다고 귓등으로도 안 듣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은 오늘도 어김없이 또 하나의 인간에게 당부를 전하고 등을 떠민다.
잘 놀다와
죽자고 덤비지 좀 말고
라는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길을 떠난 인간에게 신의 말이 먹혔을 리가 없다는 거 안다마는,
"왜 나에게만 이런 고통을 주는 거야?"라거나 "이럴 거면 왜 세상에 나오게 했어?"라거나 "다 필요없어. 악착같이 노력해도 왜 남과 같아질 수 없는거야?"라며 너는 수시로 원망할 것이다. "나는 뭔가를 이루기는 틀린 것 같아"라거나 "애초부터 나에게는 남과 같은 것을 누릴 자격이 없었나봐"라거나 "이번 생은 망했어"라며 너는 수시로 좌절할 것이다. "세상에 나를 이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라거나 "남은 남이고 나는 나일 뿐"이라거나 "사는 게 다 허망해"라며 너는 수시로 고립될 것이다.
그러니 내가 뭐라고 했더냐, 잘 생각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