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중에서
어떤 사안에 대해 자기 입장이 없다는 건,
그것이 자기 일이 아니라고
고백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건 그저 무관심일 뿐이고,
더 나쁘게 말해서
기득권에 대한 능동적인 순종일 뿐이라고.
<2020 제11회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중에서
'자기 입장'이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나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거나, 내 의견이 전체적인 흐름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 같거나, 어떤 방향으로 결정이 되든 관심이 없거나, 내가 그다지 호감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이 끼어 있는데 그 사람과 상충될 것 같거나 할 때 나는 입장을 말하지 않는 것을 택했다. 대게는 그랬다.
그것이 입김이 가장 센 사람을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행위가 된다는, 그 센 입김으로 나를 좌지우지하려고 들 수도 있다는, 뒤늦게 자기 입장을 밝히는 것이 '처음 입장을 밝히는 행위'가 아니라 '기존의 노선에 반기를 드는 행위'로 인식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던 어느 날,
입을 열었다는 것 자체로 연을 끊게 되었던 어느 날,
비겁하고 무관심하게 가식적으로 순종했던 댓가를 한번에 치른 어느 날,
그런 날이 오고야 말았다.
침묵도 편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