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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얄리 Aug 10. 2020

아름다운 이들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 중에서

아무리 내가 날개를 달고 먼 곳으로 떠나고 싶어도 나는 또한 우물을 파는 어떤 아름다운 이들과 연결되어 있다. 그들은 나에게 둘도 없이 소중한 사람들이고 내 삶의 일부는 여전히 내가 과거에 파놓은 우물에서 길어 올려지고 있다. 그리고 나를 슬프게 하는 이 사실들은 나에게 안정과 사랑과 평온이 필요한 순간 언제나 예외 없이 나를 지켜준다는 것을 나는 너무 잘 알고 있다.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 중에서


 삶이 때때로 권태로울 때 낯선 것들을 찾아서 어디론가 떠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이유, 이전에는 새로운 경험에 대한 두려움이었다면 지금은 잠시 놓아두고 가는 내 소중한 사람들이 눈에 밟혀서이다. 후자는 전자보다 더 강하게 나의 발목을 잡아 끈다. 시간이 가면 갈 수록...


 때때로 낯선 자극에 전율이 일어나고 나도 모르게 그것에 이끌려 몰입되려 할 때 왠지 모를 거부감이 함께 느껴진다. 아마도 "그 몰입이 지금 이순간 함께 하고 있는 내 소중한 사람들을 잠시 잊어 버리게 만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놓쳤던 시간들에 대한 후회를 가져 보았던 까닭일 것이다. 아주 사소하고 평범한 순간 앞에서 펑펑 울어 본 어느 날 이후, 나는 그것이 너무나 당연스러워 한 눈을 팔다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잃어버릴 어느 날이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매 순간 어제와 다를 것 없는 하루를 사는 것이 삶의 감옥에 갇힌 것처럼 느껴진다."라는 것이 내 마음을 괴롭히는 게 아니라 "매 순간 어제와 다를 것 없는 하루가 주어질 줄 알았는데 아니었던, 감옥처럼 느꼈지만 실제로는 나의 울타리였던 것들을 알아보지 못했던 것을 절실히 깨닫게 될 지 모른다"는 것이 내 마음을 괴롭게 만드는 것 같다. 오늘도 나와 함께 우물을 파는 아름다운 나의 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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