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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lla Aug 28. 2020

나를 찾기 위한 워밍업

나 이대로 괜찮은 걸까.

  22살 여름이었다.

그때의 나는 부모님께 더 이상 손 벌리지 않고 경제적으로 독립했다는 뿌듯함에 취해 나를 혹사시키고 있었다.

학교를 휴학하고 평일에는 관공서에서, 주말에는 휴게소에서 쉬는 날 없이 아르바이트를 한 지 6개월...

어쩌다 쉬는 주말은 너무 어색하고 초조했고, 오늘 일하면 벌 수 있는 하루 일당이 눈 앞에 아른거렸다.

휴학하고 '천만 원 모으기'가 목표였던 그때의 나는 돈을 많이 벌고 싶었다.


20살 때부터 해왔던 휴게소 아르바이트는 하루에 12시간씩 일했기 때문에 다른 곳보다 페이가 좋았다.

주말 이틀만 일했던 휴게소 아르바이트를 주 6일로 바꿨다.


잠이 많은 나는 항상 눈도 덜 뜬 채 새벽 6시 반에 휴게소 통근버스를 타러 집을 나섰고, 좁은 매장에서 쭈그려 앉아 손님이 없을 때마다 틈틈이 졸았다.

우리 매장의 직원은 나뿐이었기 때문에 식사 시간에도 손님이 오면 밥을 먹다가도 뛰어가야 했고 화장실을 갈 때나 잠깐 자리를 비울 때마다 옆 매장 이모한테 보고하듯, 부탁하며 자리를 비워야 했다.


하루 12시간 이상을 보냈던 일터였지만,  옆 매장 이모들의 텃세와, 한 번씩 맞닥뜨리는 진상 손님을 여유롭게 받아칠 여력이 없어 휴게소 뒷마당에서 혼자 엉엉 울기도 수차례... 너무 외로웠다. 열심히 살고 있다고 스스로를 위로했지만 그즈음부터 머릿속에 물음표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게 맞는 걸까? 지금의 이 일상이 나를 위한 게 맞나? 근데 나 왜 이렇게 불행한 거 같지?


진짜로  이집트 여행 같이 가는 거야?!

그 아이도 나와 같았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나와는 달랐지만 우리가 처한 상황에서 동질감을 느꼈던 것 같다.


P와는 휴게소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만났다. 소속과 하는 일은 달랐지만, 우리는 동갑이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모은 돈으로 배낭여행을 갈 거라는 공통점이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가까워졌다.


P는 이듬해 초에 유럽여행을 떠날 거라고 했다. 나는 이집트 여행을 갈 거라고 했다.


사실, 이집트로 떠날 거라고 입버릇처럼 말하고 다니긴 했지만 혼자 떠날 자신이 없었던 나는(일생 첫 배낭여행이어서 더 자신이 없었다.) 추운 겨울을 싫어한다는 P에게 말했다.


"유럽은 겨울에 가면 아주 추울 거야. 이집트는 겨울에 가도 추울 일이 없어. 같이 가지 않을래?"


별 기대 없이 뱉은 말이었는데, P는 아주 쿨하게도, 이집트는 겨울에도 따뜻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덜컥 내 제안을 수락했다. 이때까지도 나는 P의 수락이 농담인 줄 알았다.

생소한 이집트 여행을 이렇게나 단순한 이유로 수락한다고?!

 

 며칠 후, P가 이집트행 비행기표를 언제 결제할 거냐고 보채기 시작했다.

그제야 P의 대답이 진심임을 깨달은 나는 혼자 떠나기 겁났던 이집트 여행을 함께할 여행 메이트가 생겨서 좋기도 했지만 덜컥 겁도 났다.


진짜 떠나는 거야? 진짜로? 비행기표를 결제하는 그 순간이 얼마나 콩닥거리던지. 결제창이 닫히고서야 내 첫 배낭여행이 실감이 났다. 지금도 생소한 이집트 여행인데 무려 9년 전이었으니.

출국일이 다가올수록 설렘과 걱정이 뒤범벅돼서 밤마다 쉬이 잠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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