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 이집트야?"
이집트 여행을 떠나기 전 제일 많이 들은 말이다. 그리고 이집트 여행을 다녀오고도 제일 많이 들은 말이다.
모든 여행의 이유가 거창하지 않듯, 나 역시도 어느 노래 한 곡에서 시작됐다.
정확히 말하면 뮤직비디오 한 편에서 시작됐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모두 경험한 Y세대인 나는, '테크노 여전사' 이정현에게 매료돼 있었는데,
'너'라는 노래의 뮤직비디오 속, 클레오파트라 분장을 하고 피라미드 앞에서 춤추는 그녀의 모습이 어린 나이에 꽤나 인상 깊었던 것 같다. 뭔가 신선한 문화충격이었다고나 할까.
그리고 대학에 와서 역사를 전공한 것도 한 몫했다.
역사 덕후였던 나는, 이집트 여행을 결정하기도 전부터 언젠가 떠날 이집트 여행을 위해 이집트의 18 왕조를 공부하기 시작했으니.
사랑해, 이집트
그래서 이집트 여행은 만족스러웠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아주 시시한 이유로 시작한 이집트 여행은 아주 지대하게 내 삶의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되었다.
누군가가 나에게 살면서 제일 잘 한 선택을 꼽으라고 한다면,
제일 행복했던 시간을 말하라고 한다면,
내 모든 대답은 이집트 여행으로 향해 있다.
이집트에서 맞이하는 매 아침마다 나는 너무 행복했다.
"이집트에 정말 잘 왔구나."하고.
나일강을 달리다가도 아프리카 초원을 만났고,
아프리카 초원을 지나 사막을, 피라미드를 만났다.
여행 가이드북에서조차도 사기꾼을 조심하라던 이집트에서, 사람들의 순진무구한 호의를 맞닥뜨릴 때마다 나만 아는 '진짜 이집트'를 오롯이 여행하는 것 같아 내 마음은 자주 선덕였다.
아홉 번 화나도 열 번째 웃을 수밖에 없었던, 미워할 수 없던, 아니 사랑할 수밖에 없는 나의 이집트.
이제 내 생애 제일 행복했던 2주간의 기록을 시작해볼까 한다.
[앞으로 연재할 글들은 2011년 1월 이집트 여행 중 작성했던 여행일기를 기반으로 각색한 에세이입니다. 참고해서 재밌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