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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송이 Nov 03. 2018

#22화 바퀴벌레 이야기

 월요일 아침, 오늘은 다 같이 둘러앉아 ‘이야기 나누기’를 하기로 했다.

 “얘들아, 주말에 있었던 일도 괜찮고 요즘 고민이 있으면 그 이야기를 해도 돼.”

 차례는 내 오른쪽부터 시작되었다. 아이들은 주말에 공원에서 자전거 탄 이야기, 곧 있으면 콩쿠르인데 악보가 안 외워져서 고민이라는 이야기 등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한 가지씩 했다.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 

 “선생님 고민은 뭐예요?” 

 윤선이가 물었다.

 “음, 선생님의 요즘 고민은!”

 아이들이 기대하는 눈으로 날 바라보았다.

 “너희들이 너무 예뻐서 고민이야.”

 “에이~~~~~ 거짓말이죠.”

 “아니야. 진짠데?”

 “선생님, 그럼 주말에 있었던 이야기는요?”

 현지가 뭔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고 싶은 듯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주말에 있었던 일? 음... 아! 있다! 얘들아 선생님이 재밌는 얘기 해줄게!”

 “우와!!!” 아이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내 주위로 가까이 몰려들었다.

 “토요일에, 선생님이 밖에서 저녁을 먹고 집으로 들어왔어. 들어와서 불을 탁! 켰는데! 사사삭! 하는 소리가 들리는 거야!”

 “히익!”

 아이들이 긴장했다.

 “선생님은 ‘이게 무슨 소리지?’ 하면서 살금살금 집안으로 들어갔어. 그런데 천장에! 아침엔 없었던 까만 점이 있는 거야!”

 “꺄악!”

 “선생님은 무서워서 검은 점으로 살금살금 다가갔어.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 천장을 봤는데! 아니!”

 “흐익! 선생님 뭔데요? 뭔데요?”

 “까만 바퀴벌레 한 마리가 뙇! 하고 붙어있는 거야!”

 “꺄아악!!!”

 “그래서요? 그래서 어떻게 했어요?”

 “선생님은 바퀴벌레를 잡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에프킬라를 막 찾았어. 그리고는 바퀴벌레를 향해 조준했지.”

 아이들은 흥미진진하다는 표정으로 집중했다.

 “선생님은 꼭 한 번에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심호흡을 한 번 한 후에! 하나, 둘, 셋! 치이이이익!”

 “꺄악!!!”

 “그런데! 바퀴벌레가 갑자기 바닥으로 뚝! 떨어진 거야! 놀란 선생님은 와아아악! 소리를 질렀어.”

 “꺄하하하하하.”

 “선생님도 바퀴벌레가 무서우신가 봐.”

 선생님이 소리 지르는 모습이 상상이 되었는지 아이들은 까르르 웃었다. 보빈이가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며 날 재촉했다.

 “그래서 어떻게 했어요 선생님?” 

 “응, 떨어진 바퀴벌레가 재빨리 기어서 세탁기 밑으로 들어갔어! 그래서 선생님이 세탁기 밑에다 대고 에프킬라를 계속 뿌렸지. 치익 치익 치이익!!!! 선생님이 살충제를 엄청 많이 뿌렸기 때문에 당연히 죽었을 거라고 생각됐어. 하지만 확실하게 확인이 되지 않으면 잠을 못 잘 것 같았지. 잠자고 있는데 바퀴벌레가 기어 나올 수도 있잖아?”

 “으으으으윽 징그러워.” 

 “완전 소름 끼쳐요.”

 “그래서 세탁기를 밀고 확인하기로 결심했지! 쌤이 하나 둘! 하나 둘! 하면서 세탁기를 밀었는데! 바로 거기에!!”

 아이들이 긴장해 자신의 두 팔을 꽁꽁 싸맸다.

 “거기에! 살충제를 너무 많이 맞아서 하얗게 변한 바퀴벌레가 요렇게 누워있었어.”

 나는 바퀴벌레 시늉을 했다. 

 “와하하하하.” 

 “아, 선생님 놀랐잖아요.”

 “맞아요, 바퀴벌레가 갑자기 움직였다는 줄 알았어요.”

 아이들은 공포영화라도 보듯 긴장했던 마음을 내려놓았다. 

 “후유 다행이다. 선생님, 재밌어요. 재밌는 얘기 또 해주세요.”

 “다음에, 또 재밌는 얘기가 생기면 해줄게.”

 “히히. 네!”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아이들의 시간은 달라진다. 오늘처럼 웃으면서 이 시간을 채워갈 수도, 배우는 것도 없고 재밌는 것도 없이 지루한 하루를 보낼 수도 있다. 아이들과 함께 할 시간을 더 즐겁게 채울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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