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유치원 때 선생님이랑 데이트를 한 적이 있다. 스티커를 10개 모으면 선생님과 데이트하기가 상품이었기 때문이었다. 7살 때의 일이지만 지금도 생생히 기억나는 걸 보면 참으로 즐거운 기억이었나 보다. 그래서 나도 우리 반 아이들에게 이 상품을 걸어보기로 했다.
“3반! 오늘부터 권장도서 읽기를 할 거예요. 뒤에 쓰여있는 권장도서를 읽고 독서록을 써오면 선생님이 스티커를 하나씩 줄 겁니다. 스티커를 다 모은 사람에게는 선물이 있을 거예요.”
“정말요? 선물이 뭔데요?”
나는 내가 선생님과 데이트하기를 원했던 건 유치원 때라는 것을 감안해 두 가지 선물을 제시했다.
“응, 두 가지 선물 중에 고르는 거야. 하나는 선생님이 그 사람에게 필요한 걸 사서 주는 거고, 또 하나는...선생님이랑 데이트하기야.”
나는 ‘에이 그게 뭐예요!’ 하는 식의 반응이 나올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남자아이들에게서는. 그런데,
“우와아아아!!!!”
“진짜요? 진짜 선생님이랑 데이트해요?”
“우와아!”
교실은 흥분의 도가니였다.
“선생님 저 책들 도서관에 다 있어요? 일주일에 두 권씩 읽으면 되려나?”
벌써부터 계획 짜기에 돌입한 아이도 있었다. 나는 생각지 못한 반응에 당황했다. 아 초등학교 3학년도 이런 거 좋아하는구나. 나는 또 한 번 이들이 어린아이라는 것을 실감했다. 그렇게 그 날부터 우리 반은 책 읽고 독서록 쓰기 열풍이 벌어졌고, 결국 나는 무려 7명의 아이들과 데이트를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