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뽀송이 Nov 03. 2018

#24화 상품은 무엇일까요

 내가 유치원 때 선생님이랑 데이트를 한 적이 있다. 스티커를 10개 모으면 선생님과 데이트하기가 상품이었기 때문이었다. 7살 때의 일이지만 지금도 생생히 기억나는 걸 보면 참으로 즐거운 기억이었나 보다. 그래서 나도 우리 반 아이들에게 이 상품을 걸어보기로 했다. 

 “3반! 오늘부터 권장도서 읽기를 할 거예요. 뒤에 쓰여있는 권장도서를 읽고 독서록을 써오면 선생님이 스티커를 하나씩 줄 겁니다. 스티커를 다 모은 사람에게는 선물이 있을 거예요.”

 “정말요? 선물이 뭔데요?”

 나는 내가 선생님과 데이트하기를 원했던 건 유치원 때라는 것을 감안해 두 가지 선물을 제시했다.  

 “응, 두 가지 선물 중에 고르는 거야. 하나는 선생님이 그 사람에게 필요한 걸 사서 주는 거고, 또 하나는...선생님이랑 데이트하기야.”

 나는 ‘에이 그게 뭐예요!’ 하는 식의 반응이 나올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남자아이들에게서는. 그런데,

 “우와아아아!!!!”

 “진짜요? 진짜 선생님이랑 데이트해요?”

 “우와아!” 

 교실은 흥분의 도가니였다.

 “선생님 저 책들 도서관에 다 있어요? 일주일에 두 권씩 읽으면 되려나?” 

 벌써부터 계획 짜기에 돌입한 아이도 있었다. 나는 생각지 못한 반응에 당황했다. 아 초등학교 3학년도 이런 거 좋아하는구나. 나는 또 한 번 이들이 어린아이라는 것을 실감했다. 그렇게 그 날부터 우리 반은 책 읽고 독서록 쓰기 열풍이 벌어졌고, 결국 나는 무려 7명의 아이들과 데이트를 하게 되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23화 별별 질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