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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송이 Nov 03. 2018

#25화 우리 반 상어

 우리 반 칠판엔 사다리가 있다. 그 사다리 맨 위쪽엔 아이들의 이름표가 자석으로 쭉 붙어있다. 폭력을 쓰거나 나쁜 말을 하면 한 칸씩 밑으로 이동을 하는 시스템이다. 만약 하루에 두 번 이상 친구를 때리거나 욕을 하면 맨 밑에 있는 칸으로 이름표가 내려와 선생님과 상담을 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모두 돌아간 후, 문득 수업시간에 칠판에 그림을 그려줬더니 매우 좋아했던 것이 생각났다. 그리하여 사다리 맨 밑에 입을 쩌억 벌리고 있는 상어 한 마리를 그려놓았다. 다음 날 아침, 상어를 발견한 아이들이 와글와글 떠들기 시작했다.

 “우와 상어다!”

 “선생님이 그렸어요?”

 “하하하 저것 봐. 상어 배가 뚱뚱해!”

 “선생님, 이 밑으로 내려오면 상어가 잡아먹어요?”

 “응, 앞으로 나쁜 말 쓰고 폭력 쓰고 그러면 저 상어 뱃속으로 쏘옥 넣어줄 거야!”

 “꺄악!! 상어한테 잡아먹힌대!!”

 아이들은 정말 상어가 나타나기라도 한 듯 벌벌 떨며 소리쳤다. 생각지 못한 뜨거운 반응이었다. 그 후로 며칠간 아이들은 아침에 오면 상어에게 인사도 했다. 

 “굿모닝 상어!”

 “선생님, 상어 배가 좀 더 뚱뚱해진 것 같은데요?” 

 “어? 승빈이 이름표가 한 칸 내려와 있네? 이러다 상어에게 먹히겠어!”

 “이제 보니 이빨이 엄청 날카롭네. 어제 물고기 잡아먹었니?”

 그렇게 상어는 우리 반의 25번째 학생이 된 듯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들이 모두 돌아 간 후 협의실에서 협의를 마치고 교실로 돌아왔다. 그런데, 승빈이가 빨간색 분필을 들고 상어에게 낙서를 하고 있었다. 승빈이는 나를 보더니 화들짝 놀라 분필을 숨겼다.

 “승빈아, 집에 안 가고 뭐해?”  

 나는 칠판으로 다가가 상어를 확인했다. 상어 몸에 빨간 분필로 그려진 여러 상처들이 있었다. 나는 몰래 상어에게 상처를 내고 있던 승빈이가 궁금해 물었다.

 “승빈아, 왜 상어 이렇게 한 거야?”

 “......”

 승빈이는 겁먹은 눈을 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괜찮아. 혼내는 거 아니니까 이야기해 봐.”

 승빈이가 조금 편안해진 듯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무서워서요.”

 “뭐가?”

 “상어가 잡아먹을까 봐요.”

 “상어한테 네 이름표가 먹힐까 봐?”

 “네, 너무 무섭게 생겼어요.”

 나는 승빈이의 대답에 웃음이 터졌다.

 “하하하. 그래서 저렇게 해 놓은 거야?”

 “네...”

 승빈이는 내가 웃으니 자기도 긴장이 풀렸는지 대뜸 작품 설명을 시작했다.

 “이거는요 다른 더 센 상어가 와서 물은 거고요, 이거는 고래랑 싸우다가 피가 난 거예요. 그래서 지금은 힘이 다 빠졌어요.”

 “그렇구나. 잘 그렸네.”

 정말 무서웠는지 아니면 칠판에 낙서 한 번 해보고 싶어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승빈이가 상상해서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된 재밌는 사건이었다.      

 “어? 선생님, 상어 왜 이렇게 됐어요?”

 “상어가 다쳤어요.”

 “누가 그랬지?”

 그리고 다음 날, 다른 아이들에 의해 지워질 줄 알았던 상어의 상처들은, 아이들에 의해 더 심해졌다.

 “와아아아 눈도 빨갛게 하자!”

 “저기 뒤에 상어 오는 것도 그려!”

 “꼬리도 물린 것처럼 하자!”


 ‘저기, 너네 이 상어 좋아하지 않았니......?’

 무서운 아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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