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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day Jan 31. 2018

질문을 받았을 때

그냥 대충 혹은 간단하게 내가 지금 알고 있는 선에서만 대답해줘도 되는데 나는 항상 옳은 답, 좋은 답을 내놓으려고 애쓴다. 무슨 말이냐면 지금 내가 몰라도 찾아보고 알아낼 수 있는 부분까지는 알아내서 알려준다는 것이다.


예1
질문: 이거 16년엔 어떻게 진행했었어요?
나의 대답: 내가 아는 건 '16년 담당자는 B였다.' 정도다. 그것만 말하면 될텐데 또 찾아본다 그 B가 어떻게 업무를 진행했는지, 그리고 대답한다. 'B가 이렇게 이렇게 진행했었네요~! '


예2
질문: 방콕에서 꼬따오는 어떻게 가?
나의 대답: 나는 꼬따오에 안가봤다. 모른다고 하면된다. 그러나 찾아보고 대충 알려준다. 카오산 근처에서 버스타고 배타고 가면 되나봐 더 자세히 찾아봐바


이렇게만 쓰면 내 자랑 같기도 하고 굉장히 좋은 습관 같지만 이 습관? 성향? 때문에 나는 괴롭다.


저렇게 찾아보기 위해서는 나의 노오력과 시간이 들기 때문에 애초에 질문 받는 것 자체가 싫고 귀찮고 괴로워지는 것이다. 착한 아이 콤플렉스 같은 것인가, 아는 척하고 싶은 것인가. 괴롭지 말고 그냥 간단히 아는 것만 말해주면 되는데 그게 나에겐 쉽지가 않다.


불과 4,5년전 까지만해도 거절 못한 약속에 나가느라 뭔가 떠맡은 일을 하느라 괴로워하고, 다른 사람들이 안챙기는 업무까지 오지랖으로 내가 다 하면서 끙끙대고, 이런 대답들을 착실히 해야한다는 압박에 시달리는 멍충이었다. 겉으론 되게 친절한 사람처럼 보였겠지만 속은 엄청 괴로웠던 거다. 괴롭지 않고 저것들을 할 수 있었다면 그게 짱이었을텐데 그렇지가 않았다.


오랫동안 해오던 게 있어서 저 습관이 금방 사라지지는 않는다. 대신 나이를 먹으니 내가 그런 사람인 것을 인정하게 되었고 인정하고 나니 좀 더 요령이 생겨서 거절은 하되 내가 덜 괴로운 방법으로 돌려서 거절할 수 있게 되었다. (어느 정도는)


헌데 아직도 저 과하게 친절한 답변은 나아지지가 않는다. 사실 과하게 친절한 답변은 내 장점이기도 하다는 것을 나도 알고 있다. 그러니 앞으로 내가 해야할 것은


괴로워 할거면 간단하게 대답만 해주고
모르는 것 까지 찾아보고 알려줄거면 괴로워하지 말기 쫌


+ 그리고 조금 전 우연히 발견한 영상 하나

https://www.facebook.com/passionoil/videos/1547489381953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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