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내가 왜 남미에 간다고 했을까..

by someday

비행기를 타러 떠나던 그 날,

나는 지하철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했다.
시작하자마자 웬 눈물 타령, 정말 주책도 이런 주책이 없다.


은혜로운 회사가 내려주신 한 달짜리 안식휴가로 남미 여행을 가겠다고 다 질러놓고선, 막상 떠나는 날 인천공항으로 데려다주고 있는 남자 친구를 보니 뭔가 서럽고?! 외롭고?! 걱정되는?! 마음에 눈물을 뚝뚝 흘렸던 것이다.

그렇다. 프롤로그엔 그렇게 게으르게 내 맘대로 여행했다고 떵떵거렸지만 모든 이야기가 그렇듯 사실 시작은 그렇지 않았다. 시작은 쫄보였다.

혼자 가는 여행이 처음도 아니고 2주 이상 길게 가는 여행이 처음도 아닌데 뭐가 그리 서러웠을까. 지금 생각하면 코미디가 따로 없지만 그땐 나름 심각했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그 돈을 주고 그 먼 남미까지 가겠다고 했을까, 왜 10kg나 되는 배낭을 메고 왔을까, 그냥 짧게 다녀오고 집에서 쉴걸 그랬나, 남미는 위험하다는데 유럽을 갈걸 그랬나, (남자 친구랑 한 두해 만난 것도 아니고 평소엔 연락도 잘 안 하면서) 남자 친구가 보고 싶으면 어떡하지, 내 사랑 조카도 보고 싶을 텐데,,, 별별 생각을 다 하면서 눈물을 뚝뚝.


어렸을 적 나름 혼자 배낭여행도 다 잘 다녔는데 나이를 먹어서였을까 뭐가 달랐는지 잘 모르겠다.

정말 주책이다.


그렇게 몇 년 유학 가는 것 마냥 눈물의 이별을 하고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혼자 남겨지고 나니 마음이 좀 추스러졌다. 사실 좀 전까지 눈물을 흘린 게 민망할 정도로 언제 그랬냐는 듯 편안해졌다. 오히려 혼자 남겨지고 나니 마음이 가벼워지다니 허무했다.


왜 누가 달래주면 더 눈물이 나는 것처럼, 그런 것이었을까.


혼자 한 달을 여행하고자 마음먹었던 것도, 나이를 먹고 주변에 너무 의지하며 살다가 나약한 사람이 될까 봐, 나를 궁지로 몰아넣기 위한, 그런 이유도 있었다. 의지하는 게 뭐 어떻다고 나도 참.


어쨌든 역시나, 다행히, 나는 혼자서도 잘 하는 사람이었고 오히려 혼자 있을 때 더 잘 해내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마음을 진정하고 홀로 열몇 시간을 날아 미국 댈러스 공항에 도착해 6시간 동안 멍하니 앉아 혼자 놀기를 시전하고 또다시 비행기를 타고 열 시간 정도를 날아서 드디어 남미 땅, 페루에 도착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게으른 남미, 프롤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