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을 찾지 않아도 되는 세상에 살고 싶다.
요즘은 어딜 가도 맛집을 찾느라 바쁘다. 사무실에서도 집에서도 국내에서도 해외에서도..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 맛집을 찾을 수 있게 되었고 그럼으로써 식사의 성패는 식당의 책임이 아닌 나의 책임이 되어버렸다. 노오력 했다면 더 맛있는 곳을 찾을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찾지 않았기 때문에 맛이 없으면 노력을 하지 않은 내 탓이 되는 것이다. (혹은 친구 탓 혹은 애인 탓..?)
예전, 맛집을 '찾을' 수 없었던 사회에서는 그저 길을 가다가 식당을 발견할 수밖에 없었고 인테리어나 메뉴, 가격 그리고 지금 그 식당 안에 있는 사람 수 정도로 맛을 추정할 수밖에 없었다. 허나 이제는.. 맛집 조차도 노력 없이는 얻을 수 없는 시대, 맛집 조차도 성공해야 하는 시대인 것이다.
살아감에 있어서는 실패도 성공도 모두 필요하고 실패를 해봐야 성공도 가능하다. 그러나 현시대는 매일 2~3끼씩 먹는 식사에 조차 실패를 허용하지 않는 세상이 된 것이다. 여유도 시간도 없는 현대인은 한 끼도 놓치고 싶지 않고 한 끼도 실패하고 싶지 않아서 열심히 노오력해서 사람들의 평가와 기준에 맞는 맛집을 찾아내어 성공적인 한 끼를 결국 이뤄내고야 마는 것이다.
이 얼마나 각박한 세상인가
가장 자주 하고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실패조차도 용납할 수 없는 세상. 아니 어쩌면 각박한 세상이라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게 식사뿐이라(어떨 땐 것도 아니고) 그것이라도 열심히 골라서 맛있게 먹고 싶은 것일 수도 있겠다. 그래도 내 맘대로 먹는 건 좋지만 그것조차 열심히 하기는 참 싫은 것.. (제가 꼬였네요..)
사실 멋들어진 척 썼지만 그저 난 맛집 찾기가 어려울 뿐.. 선택하기도 어렵고 어차피 모두가 만족할 맛집은 없다. 그냥 끌리는 곳에 가보고 맛없어도 그러려니 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지고 싶다. 기회비용에 연연하지 않는 내가 되었으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내가 되었으면 좋겠다.
다음 여행엔 한번 해봐야겠다. 인터넷으로 맛집 찾기 금지 여행. 눈으로만 찾을 것, 짝꿍에게 제안해봐야겠다. 맛없으면 어쩔 수 없고 맛있으면 신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