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ro 가는 길

기차에서 떠올려보는 할머니

by someday


기차를 타고 파로 가는 길

앞자리엔 할아버지와 손녀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앉았다. 여자아이는 많아봐야 7살쯤? 귀엽게 생긴 아이는 계속 종알 종알 이야기를 하고 할아버지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아이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들어준다.

건너편 자리에 앉아 장난도 쳐주고
옆에 앉아 챙겨도 주고 피곤 하셨는지 결국엔 잠이 드신 할아버지.

이 둘을 보고 있자니
흐뭇하면서도 부러운 마음이 한가득.

나는 외가, 친가쪽 조부모님 모두 일찍 돌아가시는 바람에 내 기억속엔 친할머니 한분 뿐이다. 그 마저도 할머니는 따로 살았을 뿐더러 내가 8살때 돌아가셨다. 내 기억에 할머니는 굉장히 푸근하고 좋은 사람이었고 할머니가 돌아가셨을때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몇년 전에 엄마랑 이야기를 나누다 우연히 진실을 듣게되었고 나는 크게?! 실망했다. 우리 엄마는 딸만 셋을 내리 낳았고 그 시대 사람답게 아들을 원했던 할머니는 세번째로 나온 딸내미가 못마땅했다. 그런데 그 세번째 딸내미는 할머니가 뭐가 그리 좋은지 할머니 할머니~ 부르면 쫒아다녔지만 할머니는 대답도 잘 안해줬다고 한다ㅋㅋ 그 이야기를 듣고 피식 웃음이 나면서도 아니! 그런거였어?!?! 싶다가도 서운한 맘도 들고 내 기억속엔 그런 부분이 전혀 없는게 재미있기도 했다.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 한걸까나.


그래도 초딩1학년때,

할머니가 서울에 올라와 우리집에 몇일 머무른적이 있는데 할머니가 심심하실까봐 학교가 끝나자마자 부리나케 할머니한테 뛰어갔던 기억이 난다.


그때 분명 할머니는 나를 반갑게 맞이했었다!


뭐 당연히 서울 집에 혼자계시니까 못마땅한 딸랑구도 반가우셨겠지만 ㅋㅋ

그래도 아빠 꿈에는 한 번도 안나오셨다는 할머니는 어렸을 적 내 꿈에 몇번이나 등장 하셨고 아빠는 서운해하면서도 신기해 하곤 하셨다.

할아버지 할머니와 같이 자라면 오냐오냐 버릇이 나빠진다고 하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아빠엄마가 줄 수 없는 더 큰 인자함과 더 큰 포용력과 더 큰 무한사랑을 주는 존재가 있다는 것은 애정 결핍 따위에 걸리지 않을 수 있는 삶이리라.

지금 조카들은 이모도 있고 할아버지 할머니도 있고 장난감도 무지 많으니 더 사랑할 줄 알고 더 마음이 크고 더 티없는 아이들로 자라났으면 좋겠다.

나보다 아빠엄마가 본인들의 아빠엄마가 오래 사시길 바라셨겠지만,


나도 할머니 할아버지가 오래 살아 계셨다면 좋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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