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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day Oct 31. 2022

나일 수도 너일 수도 있었던 사고

지난 토요일 저녁, 친한 커플과 함께 저녁을 먹고 와인을 몇 잔 마신 뒤 미리 구입해둔 호박 머리띠를 소소하 장착하고는 집 앞 카페거리로 산책을 갔다.


경기권 아파트 단지 내의 카페거리라서 10-20대 보다는 귀여운 분장을 한 어린이들과 함께 나온 3-40대 인파가 더 많았다. 그래도 시끌벅적 따뜻한 분위기였고 아이들도 너무 귀여웠고 즐거운 밤 산책이었다. 사람이 많아 어디 들어가긴 애매했고 "몇 년 전이었으면 이태원 갔을 텐데! 이제 피곤해서 못 가겠어" 구시렁거리며 집으로 다시 돌아와 와인을 더 마셨다.


그렇게 밤이 깊어 헤어질 무렵, 이태원에 사고가 났다는 기사를 발견했다. 그때만 해도 사람이 너무 많아서 사고가 났고 1-2명이 사망했을 수도 있다.. 정도의 기사였던 걸로 기억한다. 친구들을 배웅하고 기사를 보며 아이고 어쩌냐.. 압사라니 말도 안 된다.. 에이 설마.. 병원에 가서 치료 잘 받았길.. 며 무서운 생각을 떨쳐내려고 웹툰을 보다가 잠이 들었다.


다음날 오전.

일요일엔 보통 점심이나 돼야 일어나는 나였기에 자고 있다가 오전 10시쯤 회사 팀장님의 전화를 받았고 이태원 사고 때문에 직원들의 안부를 확인한다는, 파트원들확인해달라는 연락이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 놀라서 기사를 확인해보니 149명이 사망했다는 기사가 떠있었다.


??


정말 나는 내가 꿈을 꾸고 있거나 잠결에 잘못 봤거나 오보일 거라고 생각했다. 아니 사람이 아무리 많았기로 서니 150명이 죽었다니??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그렇지 않나? 놀란 맘을 진정시키고 우선 파트원들 안전을 모두 확인했고 각종 기사와 트위터를 보며 많은 증언과 기사, 사고 현장의 영상을 목격했다. 너무나도 끔찍하고 믿을 수 없는 사실에 울고 있었더니 남편이 놀라서 나왔고 나는 말했다.


"이태원에서 어제 150명이 죽었대.."


이렇게 글로 쓰고도 아직도 믿기지가 않는 사실. 기사를 계속 보며 마음을 졸이다 보니 마음이 힘들어져서 일부러 안 보려고 노력했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일부 못된 사람들은 할로윈 파티에 왜 갔냐는 망언을 했지만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은 진심으로 슬퍼하며 애도했다.


아마도 대부분이 20대였으리라.. 그날 밤 이태원의 그 친구들은 나일 수도 있었다. 내 친구일 수도 내 동생일 수도 있었다. 단지 나는 그날 집에서 술을 마셨고 그 친구들은 이태원에서 마셨을 뿐이었다.


다행히 살아남았지만 그곳에서 현장을 목격하거나 전해 들었을 수만 명의 사람들의 마음은 또 얼마나 아플까. 너무도 가슴이 먹먹해서 그 어떤 말도 차마 할 수가 없었다.


2014년 세월호 사건을 겪었던 중고생들이 8년이 지나 20대가 되었을 텐데, 또 그 아이들의 친구의 친구의 친구들이었을 걸 생각하니 더 마음이 아팠다.


10~20대에 이렇게 충격적인 대규모 참사를 두 번이나 겪은 분들의 마음을 어떻게 위로할 수 있을까. 할 수 있는 것이 없고 일상은 일상대로 살아내야 함에 가슴이 계속 답답하고 먹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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