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AM Apr 19. 2023

일본 유학을 준비 중인 DANA씨

딱 세 번까지만 참는


요즘 어떤 시기를 보내고 계신가요?

요즘 저는 수험 공부를 마치고 휴식을 가지면서 아르바이트하고 있어요. 일본 유학을 위해 쉬는 날 없이 2년 가까이 공부를 해왔던 탓에 지금은 일본어 공부를 딱히 하고 있지는 않아요. 대신 언어라는 게 하루라도 공부를 하지 않으면 금방 뒤처지기 일쑤여서 드라마나 영화, 인터넷 기사를 보면서 감을 잃지 않을 정도로만 공부하고 있어요.


아르바이트는 라멘 가게에서 하고 있어요. 주변에 일본과 협업하는 외국계 회사가 많다 보니, 외국 손님들께서 영어나 일본어를 사용하실 때, 쓰고 계신 언어로 주문을 돕곤 했어요. 그러다 방문자 리뷰에 영어랑 일본어를 하는 알바생이 있다는 말이 달렸어요. 외국인 손님들이 부담 없이 방문하시게 되면서 손님도 점차 늘어난 덕분에 사장님께서 시급도 올려주셨어요.


그리고 단골손님들도 생겨서 지금 하는 아르바이트에 만족하면서 다니고 있어요. 영어권 손님보단 일어권 손님들의 비율이 더 높은데, 가끔 손님들이 저를 일본인으로 착각하시고 고향을 묻거나, 타국살이가 힘들진 않냐며 걱정해주시는 손님들도 있었어요. 어떨 때는 일본에 있는 것 같다면서 향수에 잠기시는 분들도 종종 계세요.



특별히 일본으로 유학 가려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딱히 특별한 이유는 없어요. 굳이 이유를 찾자면 해외로 유학하러 간다고 했을 때 제일 빨리 준비해서 갈 수 있는 곳이 일본이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인 것 같네요.


저는 11살 때부터 이유 없이 같은 학교 친구들에게 표적이 되어 평범한 학교생활을 보내지 못했어요.


당시 학교 내부에서는 학교폭력위원회가 열리기는커녕 사건을 덮기에만 급급했어요. 제 앞에 가해자를 앉혀놓고 사과 받으라거나 무시하면 될 걸 왜 이렇게 일을 만들어 놓냐며 저를 나무라는 선생들이 대부분이었죠. 사건은 제대로 해결되지 않았고, 가해자들과 같은 중학교나 집 근방에 있는 중학교로 배정되는 바람에 저에 대한 유언비어들은 사라지지 않았고 더 부풀기만 했어요. 저는 다른 지역으로 전학을 갈 수 있는 상황이 되지 못했고, 가해자들 또한 같은 동네에서 살았어요. 성인이 되어서도 저는 그들의 존재를 두려워하며 지내야 했고, 창살 없는 감옥에서 나올 방법은 제가 이곳을 떠나는 것뿐이라 생각되어 거의 도피성으로 해외 유학이란 길을 택하게 되었어요.



인터뷰 신청서에서 만성 우울을 가지고 있지만 그럭저럭 살아가신다고 하셨는데,

그런 마음을 진정시킬 때 하는 일이 있나요?

이전에는 해결 방법을 찾으려 애썼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냥 제 우울을 마주하고 있어요.


저는 우울함이 꽤 복잡한 감정이라고 생각해요.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야만 안정될 때가 있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야 무던해질 때가 있거든요. 요즈음에는 읽고 있는 책에서 좋아하는 구절을 필사하고, 그 기록을 한 번씩 더 읽어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면 마음이 잔잔해지더라고요.


그래도 약을 먹고 있는 사람이라 그런지 감정의 파동이 한없이 바닥으로 꺼질 때가 있어요. 약봉지 하나 제대로 뜯지 못했을 때 밀려오는 서러움에 우는 사람이 저예요. 그럴 때면 병원 주치의 선생님은 딱히 무얼 하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세요. 계획을 세우려고 할 땐 방을 치운다던가 화장실 청소를 한다는 거창한 계획 대신 일어나서 이불 정리하기, 물 한 잔 마시기 같은 아주 사소한 것부터 하면 조금씩 에너지를 되찾게 될 거라고 하시더라고요.



다나님의 애장품은 다나님에게 어떤 의미가 있나요?

꽤 오랫동안 써 온 일기장이에요. 엄청 어렸을 때 썼던 일기장은 버려져서 지금 소장 중인 일기는 4권뿐인데, 일기 한 권당 1년의 이야기가 담겨있어요. 기록형으로 아직도 소장하고 있는 물건입니다!


일기를 쓴다고 대부분 매일 쓴다고 생각하셔서 부지런한 사람이라고 말씀해주실 때가 많아요. 아쉽게도 저는 그런 말처럼 부지런하지는 못한 사람이에요. 그런 제가 일기를 꾸준히 쓸 수 있었던 건 매일 쓰는 것에 의의를 두기보다는 이벤트가 생겼을 때 주로 일기를 쓰기 때문인 것 같아요. 누구 때문에 화가 났다던가, 울었다던가, 계획을 세울 일이 있을 때라던가! 어릴 적 선생님께서 숙제로 내주시던 일기처럼 매일 쓰려고 하면 소재도 없고, 의무로 느끼게 되어 펜을 들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고요.



책을 많이 읽으실 것 같아요!

네, 특히나 종이책을 선호해요. 책을 사고 읽으면서 좋아하는 구절이나 문장들이 생기면 따로 공책이나 일기장에 필사해놓으니 새 책이나 다름없거든요. 그런 책들은 중고 서점에 되팔고 받은 포인트를 이용해서 다른 책을 사곤 했어요. 요즘에는 단종되는 책들이 많아지면서 제값을 받지 못하거나 버려지는 게 많아 환급 포인트가 많지 않아요.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e북으로 넘어오게 되었어요. 책은 무조건 종이지! 라고 생각했었는데 의외로 가독성도 좋고 밑줄 친 내용만 따로 모아서 볼 수 있는 게 꽤 괜찮고 매력적이더라고요.


아, 그런데 전 소설은 단 한 번도 읽어본 적도, 눈길이 간 적도 없어요. 누구나 한 번쯤 어릴 때 읽어봤다는 그리스 로마신화, 해리포터도 무슨 내용인지 모른답니다. 학생일 때 교과서에 나오는 짧은 내용의 소설이 제가 읽은 소설의 전부예요, 소설을 읽으면 지루하고 집중도 어렵더라고요. 저는 주로 자기 계발서랑 심리학 분야의 책을 많이 있었어요. 지금 기억에 남는 건 자존감 수업, 문제는 무기력이다 라는 책이 기억에 남아요.



자기 계발서 분야의 책에 관심을 가지게 된 시기가

언제인가요?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시작했어요. 초등학교 때였어요. 아마 사회 과목 아니면 국어 과목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정보의 출처를 남길 때는 지식in 같은 곳보다는 기사나 책에 기재된 내용들이 보다 더 정확한 정보가 많다고 알려주셨어요. 기사나 책은 적어도 한 번 이상의 검토를 거친다고 생각해 좀 더 신뢰를 가지게 되었던 것 같아요. 자기 계발서 책에 적힌 대로 살면 나도 글쓴이처럼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읽기 시작했어요.


한창 자기 계발서에 빠져서 읽던 시기에 문득 의문이 생겼어요. 베스트셀러 순위에 자기 계발서 책이 항상 놓여 있었는데 자기 계발서를 읽는 사람들이 모두 책의 내용을 삶에 반영했다면 왜 꾸준히 새로운 자기 계발서가 생겨나고 사랑받을까 하는 의문이요. 책에서 말하는 대로 사는 사람들이 다수라면 어째서 자기 계발서 분야가 계속 출판되고 있을까 생각이 들더라고요.


자기 계발서를 읽는다고 삶에 반영되는 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과 의문을 가지게 된 이후로는 자기 계발서 책이랑도 거리를 두게 된 것 같아요.



특히 좋아하는 책이 있으신가요?

산문집을 좋아하는 편이에요.


요새 읽은 책 중에 헤르만 헤세 『밤의 사색』 이라고, 검은색 고양이가 그려진 표지의 책이에요. e북으로 읽는 첫 산문집이에요. 좋아하는 구절이 많아 여러 번 반복해서 읽었어요. 필사해놓은 공책에 "잠은 자연이 주는 귀중한 선물이자 친구이고 피난처이며 마법사이자 따뜻한 위로자이다." 라는 문장이 있어요. 약 6년 동안 계속해서 수면제가 없이는 잠에 들지 못하는 삶을 살고 있는데요, 잠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수면의 질은 삶의 질에도 꽤 많은 영향을 준다는 것을 잘 나타낸 문장이라고 생각해 지금까지도 인상이 짙은 문장이에요.



삶을 살아가는 다나님만의 방식이 있으신가요?

딱 세 번까지 참는다.


인터넷에 떠돌던 글 중에서 얻은 방식인데요. 글에서 한 남성분이 여자친구 집에 놀러 갔어요. 여자친구 집에 남자친구가 잘못한 내용과 한자 필 必 자가 하나씩 그어져 있었다는 거예요. 필 必 자 3개 중 2개는 이미 그어졌고, 하나만 남아있었데요. 남자친구분이 이거까지 그어지면 ‘나 뭣 되는 거냐' 라고 말하는 부분을 읽고 이거 참 괜찮다 이거다! 생각했어요.


연예인 박나래같이 저는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퍼주는 걸 좋아해요. 받는 것보다는 주는 것에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죠. 그러나 저 또한 인간이기에 고맙단 인사조차 돌아오지 않을 때, 시간이 흘러 저의 정情을 당연하단 듯이 여기고 있는 사람을 마주하면 서러우면서 허탈하더라고요.


예전에는 지인들이 제게 먼저 연락하지 않는 것에 대해 많이 서운함을 표현했어요. 분명 제가 연락할 땐 답장도 빠르고, 만나자는 제안을 한 번도 거절하지 않은 친구가 한 명 있었어요. 그 친구는 친언니가 아닌 사람들에게는 선뜻 먼저 연락하기가 어렵고 무슨 일이 생기면 분명 상대 쪽에서 먼저 연락할 것이니 굳이? 라는 가치관을 갖고 있다며 제게 너무 서운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변명 아닌 변명을 하더라고요. 그래도 서운함은 가시질 않았지만 제가 좋아하기도 하고, 알고 지낸 시간을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해 연락을 계속 이어갔어요.

원래 그런 성격의 사람이니 네가 이해해줘야 한다고 말했기에 서운하단 생각이 들어도 얘는 원래 그런 애니까 라고 이해하려고 하면서 일기장에 제 감정을 글로 풀곤 했어요.


그러다가 정말 문득 이게 친구 관계가 맞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고, 저는 더 이상 인내할 수 없었고, 이젠 한계점에 도달한 것 같아 일기장에 늘어놓은 얘기들을 친구에게 통보하듯 얘기했어요. "나는 네가 내 친구이고, 전에 너의 성격이라며 사과했었을 때,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속은 서운했었다. 근데 정말 단 한 번도 먼저 연락하지 않는 네 모습을 보면서 내가 용기 내서 한 말은 무시당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라고요. 관계를 계속해야 할 이유가 없어 보였고, 일방적인 관계는 전부 다 놔버려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결과는 예상했던 그대로였어요. 친구는 사과와 변명이 섞인 답장을 보냈고, 저는 지금까지 왜 조바심을 내야했는지 지난 일들을 우스워하며 후련해졌어요.


그런데 한 1~2년 후 몇 달 전에 같이 갔던 콘서트 노래가 들려서 제 생각이 났다는 연락을 받았어요. 정말 생각지도 못한 타이밍이라 어리둥절했지만 이미 끊어낸 인연 다시 붙여봐도 소용없다고 생각해 그냥 무시했어요.



다나님이 좋아하는 문장이 있을까요?

영원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을 포함해 모든 것은 영원할 수 없어요. 특히나 감정이라는 게 항상 일관될 수 없는 거잖아요? 감정 기복 하나 없이 자신의 계획대로 행동하고 실천하는 사람은 인간이 아닌 로봇에 좀 더 가깝지 않을까요.


아무리 오랜 사귄 친구한테도 털어놓지 못할 고민이 있을 때가 있고, 상대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음에도 그의 행동이나 말투 등이 의아할 때가 있고, 만난 지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은 사람에게 모든 걸 얘기할 수 있는 안정감을 느낄 때도 있죠. 모든 상황에는 예외가 있듯이, 예측은 맞아떨어질 때보다 빗나갈 때가 더 많은 것처럼. 그래서 "영원"과"평생"이란 단어는 정말 덧없는 단어라고 생각해요.

이전 02화 Love Myself 장인 김현정씨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