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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M May 01. 2023

원체 역량이 뛰어난 박현희씨

아, 박현희 선수 오늘 좀 저조한데요 ~

박현희씨

요즘 어떤 시기를 보내고 계신가요?

저는 요즘 상실의 시기를 견뎌내고 있어요. 이제는 견뎌내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이겨내고 있다는 게 더 맞는 말인 것 같아요. 저는 모든 종류의 상실에 취약한 사람이에요. 어디선가 봤는데 무언가에 대한 상실을 자신을 상실한 것으로 착각해서 힘든 거라는 말이 있더라고요. 예를들면 금메달리스트가 금메달이라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때 목표를 잃은 게 아닌 자신을 상실한 것으로 생각할 때도 있는 것처럼. 오랜 친구를 떠나보내면 그 친구와 함께했던 자신을 잃는다고 생각하는 것처럼요. 그래서 저는 그런 연결을 안 하려고 하고 있어요! 그 안에서 충분히 행복했다고 생각하고 나쁜 건 다 잊으려고 해요. 성취만 기억하기! 그 안에 있던 나는 어디론가 가지 않는다는 것도 기억하기.


이 시기를 이겨내면서 타인에서 나로 집중의 지점을 옮겨오니까 해야 하는 것과 집중해야 하는 것들이 너무 많다는 걸 알았어요. 타인을 보느라 보지 못했던 나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바라보고 있어요. 그래서 하루하루가 너무 짧고 시간이 빨리 가는 시기를 보내고 있네요.



무슨 일을 하시나요?

현재는 웹 개발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동대문에서 원단 관련해서 일했었어요. 그러던 중에 개발을 잘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번 시작하게 되었는데 꽤 재밌다고 생각해서 본격적으로 개발을 배우러 부트캠프를 등록해버렸어요. 개발자로 취업하려고 시작했다기보다는 그냥 해볼까 하는 마음이었고 부트캠프를 종료하고 나서는 기왕 시작한 거 개발자를 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이어졌던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은 개발자입니다. 이 직업이 제가 살아가는데 목적지인 직업은 아닐 거예요. 저는 지금 어디론가 가고 있는 기차를 탔을 뿐이거든요.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할만한 현희님만의 좋은 습관 있나요?

저는 자기반성이 잦은 스타일이라서 자책감에 많이 시달리곤 해요. 그럴 때마다 제가 늘 하는 루틴이 있습니다. 바로 스포츠 중계처럼 해설자 더빙을 넣는 거예요.


Yam: 네?

현희님: ㅋㅋㅋㅋㅋㅋㅋ


스포츠 중계 같은 거 보면 해설자들이 ‘아 오늘 00 선수 오늘 좀 저조한데요 ~ 최근 슬럼프 때문에 힘들겠지만 이겨낼 거라고 믿습니다.’와 같은 식의 중계를 하잖아요. 이런 해설을 내 인생에 깐다고 생각하면 너무너무 행복해져요. 이거 진짜 좋은 방법이에요.


“아, 박현희 선수 오늘 좀 저조한데요 ~

저 선수 원래 역량이 뛰어난 선수이기 때문에 금방 이겨낼거라고 믿습니다.”


또 하나는 자꾸 떠오르는 나쁜 기억을 상자에 차곡차곡 담거나 절벽에 밀어낸다는 마음으로 덜어내 버리는 거예요. 옛날에 책인가 어디선가 본 방법인데 그때부터 따라 하고 있어요. 나레이션은 기분이 저조한 날이면 써먹는 방법입니다. 그러면서 진짜 제가 스포츠 스타가 된 것처럼 오늘의 잘한 것, 오늘 못한 것을 생각하면서 내일은 더 잘해야지 하는 것 같아요.



꼭 고치고 싶은 습관이 있나요?

타인이 이해할 수 없는 말이나 행동을 하면 이에 대해 이해하려고 하다 보니 생각하는 시간이 길어져요. 물론 애정하거나 관심 있는 상대에 한해서이긴 하지만요.


그 생각이 길어지다 보니까 고민도 많아지는 것 같아요. 그냥 제가 잔바람에 길게 흔들리는 사람인 걸까요. 아닌가..? 뭐 생각이 깊어지면 끝도 없이 깊어지는 게 고치고 싶은 습관이라면 습관이랄까요.


잡생각이 많은 스타일. 잡생각 안에서 *하루 총량 코인을 다 써버리는 것 같아요.

*하루 총량 코인 : 내향인들은 하루를 시작할 때 하루 에너지의 양을 갖고 시작하는데 해당 에너지를 코인으로 비유한다.



현희님의 인생의 낙은 뭔가요?

항상 다른데 그 낙을 즐길 때 음악이 항상 있었던 것 같아요. 저랑 여행을 가거나 일상에 함께하는 사람들은 항상 다 저한테 플레이리스트 유튜브 왜 안 하냐고 물어봐요.(웃음)


Yam: 요즘 자주 듣는 노래 추천해주실 수 있나요?

현희님: 저는 '이럴땐 이런 노래!' 하는 저만의 기준이 있어서 매일 매 순간마다 듣는 노래나 장르가 다른데 그래도 요즘 자주 듣는 노래를 추천해드리자면

ScHoolboy Q - Floating ft. 21 Savage

Yam: 이 노래를 자주 듣는 이유는요?


이 노래를 자주 들으면 노동력이 올라가는 것 같기도 해서 듣고 있어요. 근데 사실 저는 상황별로 노래를 들어서 일할 때는 외국 힙합 장르, 출퇴근할 때는 출퇴근용 노래 이렇게 다 정해져 있는 편인 것 같아요. 저는 *샹송도 듣고 피아니스트 클래식 음악도 듣고 장르를 진짜 다양하게 들어요.

*프랑스 대중음악의 큰 축을 이루는 노래 장르입니다.


Yam: 내일 월요일이니까 출퇴근용으로 노래 추천해주실 수 있나요?

Post Malone - my self


노래를 들으면 그때 그 상황이 너무 생각나요. 이건 완전 사담인데 예전에 만났던 친구를 카페에서 우연히 마주쳤었어요. 그다음 날 출근할 때 애플 뮤직에서 에디터 추천으로 노래를 돌려서 듣고 있었어요. 너무 괜찮은 노래가 들려서 가사를 찾아봤더니 카페에서 우연히 전 여자친구를 만났는데 어쩌고 뭐 이런 가사인 거예요.(웃음) 저 저격하는 건가 했어요..


joshua bassett - doppelgänger

I saw someone who looked like you at our favorite coffee shop …..


최근에 느낀건데 전 음악 취향 비슷한 사람이 이상형이더라구요. 모든 관계에 있어서요! 그 정도로 음악을 애정하는 것 같아요. 내 일상의 단조로움을 반짝이게 해주는 것 같달까요. 그리고 제가 굳이 말하자면 비혼주의자거든요. 그런 제가 이 노래대로 산다면 연애는 결혼이든 오케이다 하는 노래가 있어요.


Bruno Major - Nothing

But there's nothing like doing nothing with you Dumb conversations we lose track of time ……


제가 비긴 어게인이라는 음악 영화를 되게 좋아했어요. 틀어놓고 딴짓하기도 하면서 되게 여러 번 봤었는데 이 영화에서 주인공 아저씨가 주인공 여자한테 난 이래서 음악이 좋다면서 음악에 관해 이야기하는 부분이 있어요. 음악이 따분한 일상 순간까지도 의미를 가지게 해준다고, 평범함도 진주처럼 빛나게 해준다고 했던 대사가 너무 공감됐어요. 저한테도 음악이 그런 존재인 것 같아요.


Yam: 꽤 낭만적인 사람이시네요?

현희님: 어, 이런 게 낭만이라면 그럼 저 낭만적인 사람인가봐요 !


아 그리고 제가 예전에 체코 여행 갔을 때 들었던 플레이리스트가 아직도 있거든요. 가끔 듣는데 체코 여행한 기분이 되살아나는 것 같아서 너무 좋아요. 그 당시의 플레이리스트로 인해 그 시간이 생각나요.



힘든 일이 있을 때 이겨내는 나만의 방법

‘이럴 때였나 보다.’ 하고 생각해요. 때가 있다고 생각하는 편인 것 같아요. ‘내가 배움을 얻어야 했을 때인가 보다.’, 일 때문에 힘들 때도 ‘아, 내가 내 부족함을 깨달을 때였나 보다.’ 라고 생각하면서 어려움에 매몰되려고 하지 않는 편인 것 같아요. 내가 좀 더 나이스하게 이 시기를 극복하려고 하는 느낌이랄까요. 어떤 사람들은 힘들면 힘듦을 술로 이겨내기도 하잖아요? 그런 것처럼 저만의 방식이 있는 거 같아요. 저는 일단 제 생각과 마음을 정리해요. 그 후에 방법을 찾는 거죠. 일기를 쓰거나 재밌는 컨텐츠를 보거나 운동을 하거나 심리적으로 너무 힘들다면 상담을 예약해요. 거기에, 그 감정에 멈춰있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아요. 매몰 되기 쉽거든요. 다음에 비슷한 어려움이 있을 때 이런 힘듦을 안 겪을려면 제가 발전해야 되잖아요.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인생을 가볍게 사는 법을 모르는 것 같아요. 음, 그래서 내가 배워야되는 점은 인생을 가볍게 생각하기?



현희님의 삶에 난이도를 정하자면

상/중/하 중 무엇일까요 ?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난이도로는 난이도 상이죠.


Yam : 그 난이도의 삶을 나아가기 위해 취득하기 위한 능력이 있나요?

(돈 + 100, 체력 + 50, 사랑 + 70 뭐 이런 식으로)

현희님 : 저는 재물 100


그렇다고 생각했었죠. 그런데 제가 이번에 가족 여행을 가서 느낀 건데요. 전 가족을 진짜 편하게 생각하기도 하고 못 하는 얘기가 없거든요. 가족한테는 치부라고 느끼는 것도 부끄러운 것도 없는 것 같아요. 가족처럼 나의 모든 걸 이야기했을 때 나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그냥 나라는 사람 그 자체를 받아들여 주고 인정해주기만 한다면 모든 걸 다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게 참 어렵잖아요. 옛날에 부모님 사업 문제로 집안이 경제적으로 힘든 때가 있었는데 제가 하고 싶던 것들을 아무것도 못 하는 상황이었어요. 이게 그땐 저한테 치부였거든요. 그때부터 쭉 돈이면 다 된다. 이런 마인드도 좀 자리 잡았던 거 같아요. 내가 하고 싶은 거,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하고 싶은 거 다 할 수 있게 해주는 게 돈이니까요. 근데 그런 생각을 하는 제가 속물 같아서 현타오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돈에 대한 얘기는 안하게 되더라구요 사람들과 정치, 종교 이야기를 하기를 꺼리는 것처럼 불편한 주제라고 해야하나.


그치만 가족들과는 이 치부조차도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잖아요. 그래서 나 자체로 존재하는 게 가능한 것 같아요.


‘나의 업적이나 흠을 보고 가치평가 하지 않는 사람들하고만 있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 저는 ‘사랑이 모든 걸 치유해준다.’ 이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제가 사랑 만능주의는 아닌데요. 사랑은 우울도 상처도 주니까요. 그런데 그런 고난 속에서도 살아갈 수 있게 만드는 건 사랑인가 싶었어요.


결국에는 돈이 최고인가 하는 생각도 했었는데 돈도 벌려면 누군가의 믿음과 누군가의 애정이 기반이 되어야지 내가 힘을 내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생각해요.


나에 대한 사랑, 타인으로부터 얻는 사랑, 그리고 믿음. 이게 제가 삶이라는 게임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능력인 것 같네요.



현희님의 삶의 철학

내 가치를 무너뜨리는 일은 절대 하지 않는다.


저는 저를 사랑하거든요. 그런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이면 얼마나 사랑하는 거겠어요. 그래서 저에게 사랑을 주는 사람들과 저 스스로를 실망 시키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관습에서 벗어나는 일이나 도덕적으로 벗어나는 일도 물론이고. 이유 없는 힐난이나 문란한? 너무 거창한데(웃음) 그런 행동이나 말도 안하려고해요. 사실 불편해요.

그런 건 YAM의 모토가 '정돈되지 않은 날 것의 이야기' 잖아요? 음, 전 제 날것의 모습을 어디 내놔도 부끄럽지 않게 하려고 해요. 전 사실 인스타에 올리는 저의 멋진 순간보다 제 날 것을 저와 제대로 공유하고 본다면 절 좋아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너무 오만한가요?


얼마 전에 정말 행복했던 순간이 저한테 16년이 넘은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가 저한테 '넌 일주일 아니, 하루만 겪어봐도 얼마나 올곧은 사람인지 보이는 사람이야' 라는 말을 해줬는데 산전수전 다 겪은, 16년 치의 박현희를 봐왔던 그 친구가 그 말을 해주니까 정말 좋더라고요.



애장품으로 여러 개를 보내주셨어요.

의미를 하나씩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다이어리는 치부책이기도 하고 생각이 많아서 생각을 정리하려면 필요하거든요.


반지는 제가 반지를 안하고 나가면 엄청 불안해요. 외출할 때 절대 없으면 안 되는 것 중 하나가 반지예요. 에어팟도 마찬가지고요. 저번에 못끼고 나간 적이 있었는데 다시 들어와서 끼고 나갈 정도에요. 제가 사주에 금이 없는데 사주에 금이 없는 사람은 장신구를 많이 끼는 게 좋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웬지 그 후부터는 이게 없으면 하루가 안 풀릴 것 같은 기분? 그리고 이게 없으면 내 아이덴티티가 없어지는 기분?


맥북은 모든 게 다 들어있고 모든걸 다 할 수 있는 매개체라고 생각해요. 흰 천과 바람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다. 명대사의 흰 천과 같은 존재죠. 맥북 메모장에 모든 게 기록되어 있어요. 이것도 다이어리와 같은 역할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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