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AM May 22. 2023

Love Myself 장인 김현정씨

현재진행형 백수

요즘 어떤 시기를 보내고 계신가요?

백순데 너무 바빠요. 아니 사실 마음이 바빠서 불안해요. 급하고. 일하면 일하는 동안에 몰두하잖아요. 근데 일 안 하니까 무언가에 몰두를 못 해요. 일을 안 한다는 사실이 저를 불안하게 해요.


제가 요즘 들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있는데, '뭐 하는 분이세요?'라는 질문을 오히려 이름이랑 나이보다 많이 물어보더라고요. 수영이랑 영어학원을 다니면서 이렇게까지 직업을 많이 물어보는지 몰랐어요.


지금에서야 익숙하게 무직이다, 백수다 라고 하긴 하죠. 그런데 그 말을 내뱉고 나면 상대측에서 3초 정적이 흐르고 '아, 부럽다..' 소리해요. 그런데 그 정적이 이해는 돼요. 저조차도 백수가 되긴 싫거든요. 제가 백수가 부러운 적은 내가 졸릴 때, 아주 잠깐 부러워요 ㅋㅋㅋㅋ 내가 아침에 잠을 더 못 잘 때 그 순간 잠깐이요.


두 번째 직장을 오래 다닐 줄 알았어요. 제 기준에서 여유 있는 수준의 월급이 통장에 꽂히기도 했고 흔히들 아는 좋은 회사들 섞인 빌딩 숲 속에서 일하면서 그 안에서 우월감이 들 때도 있었어요. 뿌듯하기도 하고. '평생 할 수도 있겠는데..' 하면서 이 편안함에 익숙해지는 게 무서웠어요. 10년 뒤에도 내가 이러고 있을까 생각하니까 너무 무서웠어요. 저는 포기하는 용기가 가장 큰 용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때 딱 지금 아니면 못 그만두겠다 싶었어요. 발이 뜰 정도로 끼는 지옥철을 매일매일 타면서 내가 언제까지 다녀야 하나.


여름엔 최소 10분은 땀을 뻘뻘 흘려야 하죠. ‘계속 이렇게 살 수 있나? 계속 이렇게 사는 건가?…’하던 어느 날 사당에서 판교로 가는 버스를 탔어요. 앉아서 가는데 차 사고가 날 뻔한 거예요. 공사 때문에 무언가를 설치해놨는데 버스가 그걸 밟아서 피하려다가 버스가 크게 흔들렸어요. 너무 무서워서 소리도 못 질렀어요. 그때 든 생각이 '아 나 회사에서 마감해야 하는데' 생각이 들면서, 이 사고 나는 와중에 내가 이 걱정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현타가 왔어요. 출퇴근하는데 쓰는 이 시간도 아까웠어요. 길거리에서 하루 3시간을 낭비할 가치가 있는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때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많이 경험하고 행복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아빠가 서른 전까지 사람은 계속 배워야 한다. 라고 하셨는데 그게 공감이 됐어요. 모든 기회를 한 살이라도 어릴 때 겪어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저는 바로 퇴사했습니다. 그리고 워홀을 가기로 결심했죠. 지금 그 모든 준비를 하고 있어요. 음, 지금은 저를 워홀 가려고 이것저것 다 해보려고 하는 사람 정도로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서론이 참 길었지만.



뭐가 제일 싫어요?

사람으로 이야기해도 되나?


저는 사람을 진짜 좋아해요. 뭐 보다시피 아시겠지만? 사람을 엄청 좋아해요. 근데 싫어하는 유형이 있단 말이에요 ? 제가 싫어하는 사람은 아마 대중이 싫어하는 사람일 거예요. 무례한 사람, 나를 겁먹게 하는 사람? 길거리에서 갑자기 소리 지르는 사람처럼요.


Yam: 저는 죽고싶어요. 그런 사람보면 

현정씨: 저는 죽고 싶다는 말하는 그런 사람보면 뺨을 쳐요 !


너무 싫어요. 이거는 좀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지만 어쨌든 남자가 선천적으로 신체가 더 강하게 태어났잖아요. 그런 부분에서 저는 늦은 밤 낯선 사람이 쫓아올까 봐 무서워요. 남자인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 혼자 집 갈 때, 혼자 택시 타는 게 무서워 라고 하니까 ‘그게 왜 무서워?’라고 이야기하는 게 낯설더라고요. 그 때 아 이게 내가 여자라서 무서운 거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어떻게 보면 저는 제가 겁을 내야 하는 상황들이 싫어요. 음 그냥 일찍 들어갈게요? 그럼 될듯 ? ㅋㅋㅋㅋ 그러면 되겠다 !



곧 워홀을 가시는 데 가서 제일 먼저 하고 싶은 게 무엇인가요?

저는 모든 날씨를 다 좋아해요. 저는 날씨 타는 사람 보면 뺨을 쳐요 ! 그거는 제가 바꿀 수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그냥 좋아하려고 애쓰는 거 같아요. '오 비 오네 우산 오케이~' 이렇게요.


근데 이번 겨울에 너무 추운 거예요. 그래서 따뜻한 나라 가고 싶고 그랬어요. 기분이 좋아지고. 어 나 날씨타네 ? 뺨을 맞아야겠다 ~


하여튼 그래서 호주 가면 좋은 날씨를 즐기고 싶어요. 호주의 날씨를. 그리고 스카이다이빙하고 싶어요. 제가 고소공포증이 있거든요. 제가 유튜브를 봤는데 고소공포증 있는 사람이 울면서 뛰는 걸 봤는데 문득 하고 싶어졌어요. 그리고 어차피 살면서 한 번 할거라면 호주에서 하고 싶었어요. 그 날씨 속에서!


 제가 따릉이를 서울에서 한 번도 안 타봤거든요 ? 거기서 자전거도 한번 타보고 싶고, 외국인 친구랑 놀고 싶고..


제 목표는 좀 오랫동안 금주하기에요. 지금 호주가 클린 호주래요. 4시까지만 영업하고 뭐 그렇게 ? 최대한 사람으로 대면 안 하는 상황을 만들어간대요. 오페라 하우스 주변을 걷고 싶어요. 거기가 엄청 예쁘더라고요. 공원에서 낮잠 자고 싶어요. 나무가 엄청나게 커서 그늘도 잘지고.. 그냥 좋을 것 같아요. 목표는 크리스마스까지는 거기서 즐겁게 보내기 ! 목표 안 정한 척 가스라이팅 .....



2023 계획

4월 10일 호주 가는 거 빼고 세운 게 없긴한데,..일단 잘먹고 잘살아보자. 돌아오지 않을 거 같아요. 제 인생에서 해외에서 나가 사는 일은. 이 인터뷰 1년 뒤에도 다시 하면 안 돼요 ? 일년 뒤에 저를 알고 싶어요.


갔다 와서가 진짜 걱정이긴 한데 옛날부터 막연하게 사업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직업을 물어봤을 때, 내가 사랑하는 직업을 말해야 할 것 같은 거예요. 어떤 일을 하든 내가 말할 때 자부심이 있어야 하는 일을 해야 할 것 같았어요.


'저 카페 사장이에요', '저 사업해요' 라기보다도 '저 무역해요' 처럼 제 전공을 살려서 이야기할 때 저는 제일 행복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다녀와서도 이어가게 되면 좋겠네요.. 무역이 힘들었어도 그때가 제 일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던 때라고 생각했어요.


아무나 대체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사업에 대한 마음은?

예전에는 많았어요. 평일에는 회사갔다가 주말에는 수업듣고 ? 근데 아직까지는 회사의 일원으로 있는게 좋은 성취감을 느낄 것 같아요. 여러 사람이랑 같이 일하는게. 저라는 사람이 .... 그래요



그래서 유튜버가 되신다고요?

저는 제가 너무 재밌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거든요 ? 영어 하면서 너무 슬픈게.. 저는 너무 재밌는 사람인데 ... 이걸 한국말로 했으면 너를 포복절도로 자빠뜨릴 수 있는데 외국어로는 도저히 표현 안 되는 게 너무 억울해요. 너무 노잼되고 너무 진지한 사람되고 ... 영어를 할 땐 너무 재미없는 사람이 된 것처럼 느껴져서 너무 슬프고..

저는 기록이 너무 좋은 재산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래서 제 애장품이 일기장인 것 같아요. 몇 년 후에 꺼내봤을 때 그 당시 했던 고민과 선택들이 지금에서도 도움이 많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기록은 꾸준히 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그리고 제가 잘될 거라서 나중에, 자서전에 실을 것들 미리 정리 중!


저는 블로그도 쓰거든요? 제꺼 너무 웃겨요. 제가 썼는데도 너무 웃겨요. 저는 제가 너무 재밌어서 이게 엄청 웃긴데 이걸 유튜브로 하고 싶다 생각했어요. 그리고 최근에 제가 N 드라이브를 보니까 제 사진이 별로 없더라고요. 제가 셀카를 잘 안 찍는데 요즘은 좀 찍어야겠다고 생각해요. 자아성찰... 도구 ? 결론적으로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저의 웃긴 재능을 썩히기 너무 아깝다는 겁니다.


Yam: 아... 블로그 주소좀알려주세요.


아 그리고 누군가 저한테 '블로그를 보면 네가 너무 매력적인 사람으로 보인다'라는 말을 들었어요. 그래서 음 나쁘지 않을지도 ? 기록용이더라도 유튜브? 한번 해보고 싶다. 주변 사람들한테 공유하고 내 일상 보여주고, 그런 식으로 해보고 싶어요.


Yam: 여기까지만 할까요?

현정씨: 아...끝났어요 ...?

Yam: 다음에 2편으로 돌아옵시다 ...^^

현정씨: 한 123탄까지 해요.

이전 01화 2년차 디자이너 하혜림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