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의 최종 결과, 만족도에 관하여
UX Design은 사용자 편에 서서 '그것'을 Design하는 작업이다. 누군가는 UX를 마음다짐이나 선언으로 받아들이기도 하지만 UX Design은 엄연히 Design(무엇을 어떻게 바꿀까)이 목적이며, 더 좋은 Design을 위한 일종의 방법론이다. 사람을 연구하는 게 목적이신 분은 사회학, 심리학, 뇌인지과학, 문화인류학 등의 학문을 하시는 게 맞다. UXer들은 Design을 더 잘하기 위해서 사람들의 경험을 파고들 뿐이다.
그러나 누군가의 경험을 들여다보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다. '뻔히 보이는 문제'는 여러분들에게만 보이는 게 아니다. 하기 쉬운 일을 선택하고 싶다면 말리지 않겠다. 그러나 그렇게 붙잡은 '빙산의 일각'을 가지고 마치 대단한 발견인 것처럼 스스로를 추켜세우는 UXer들을 지금까지 많이 봐왔다 =_=
우리는 Designer라는 소명감을 가지고 진짜 문제를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Designer들이 관여해야 할 '진짜' 문제들은 대부분 작은 길, 숨겨진 길에 있기 마련이다. 큰 길에서 마주하는 문제들은 이미 현실에 적용되어 있거나, Design으로 풀기에 적합하지 않은 문제들이 대부분이다. 행정력이나 건설, 개발, 치안 등이 뒤따라야 할 문제들과 Designer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들은 다르다.
도시 전체가 상전벽해의 변화가 있다면 또 모를까?
만족도는 UX의 품질을 가장 잘 대표한다. 우리가 특정 서비스의 UX 품질을 가장 직관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지표가 '만족도'이다.
불만은 불만의 이유가 있고, 만족은 만족하는 이유가 있다. 불만의 이유를 고충, 만족의 이유를 니즈라고 한다. 물론 불만과 만족 사이에는 이것도 저것도 아닌 중간 상태(soso)도 있다. 이 중간을 o이라고 놨을 때, 이보다 못한 것이 불만, 이보다 좋은 것이 만족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3가지 상태(불만, 중간, 만족)로만 서비스의 UX 품질을 파악하면 큰 길만 보고, 작은 길이나 숨겨진 길을 찾을 수 없다.
때문에 만족도를 정수(integer)가 아닌 실수(real number)로 바라봐야 한다. 다시 말해 불만(-1), 중간(0), 만족(1)이라는 3가지 상태값으로 바라볼 게 아니라, 소수점 단위까지 만족도의 단위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불만의 이유가 고충, 만족의 이유가 니즈기 때문에 우리는 결과인 만족도에 기반하여 고충과 니즈를 다음과 같이 세부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다.
과거의 나쁜 기억은 쉽게 잊어버린다. 그것이 반복되지 않는한..
현재의 나쁜 기억은 쉽게 표현된다. 더 나쁜 기억일수록 게시판, 상품리뷰, 블로그, 고객센터, SNS... 어디든 그 불만의 내용을 표출하고 싶어한다.
현재의 약간 나쁜 기억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넘어간다. (하지만 사람에 따라서 다르다)
현재의 약간 좋은 기억은 잘 설명할 수 있다. 아직 해당 서비스에는 없더라도 다른 서비스와 비교해서 설명하는 것이 가능하다.
현재의 좋은 기억은 남들에게 알리기도 한다. (하지만 사람에 따라서 다르다). 앞으로 '있었으면 하는' 니즈는 '아직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쉽게 설명하지 못한다.
미래의 니즈? "그건 그때 가봐야 하지 않을까요?" 미래의 니즈를 수집하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나와 내 동료들은 이 미래의 니즈를 찾는 것에서 일의 보람을 느낀다. 일종의 Quset랄까?)
여러분이 누군가의 경험을 이해한다는 것은 결과를 기준으로 그 이유를 찾아나가는 과정이다. 만족한다면 만족의 이유를, 중간이라면 아쉬움이 없는 지를, 불만이라면 불만의 이유를 찾아보라. 다만 이를 정수가 아닌, 실수(real number) 관점에서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시기 바란다. 가령 불만이라면 그 정도가 어느만큼인지 알려고 노력하는 것이 추가되면 된다.
그리고 한발 더 나아가 사람들의 경험은 실제 일상생활 속에서 표출된다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 고충과 니즈만 쏙 뽑아보면 좋겠지만 그 둘은 구체적인 행동에서 드러난다. 행동은 동기와 맞물려 있다. 우리는 무지성의 로봇이 아니기 때문에 뭔가 동기가 있을 때 행동하고, 행동하면서 고충이나 니즈를 느끼고 그것이 최종적으로 만족도로 이어져서 해당 제품/서비스에 대한 태도에 작용하는 것이다.
그 속에서 Design의 기회를 발견하는 것이 UX Design이다.
재밌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