뮈렌, 벵겐 + 라우터부르넨
뮈렌. 미친듯한 풍경. 알프스 융프라우의 산군들을 가장 눈부시게 바라볼 수 있는 위치.
알멘트호벨. 뮈렌보다 윗 동네. 때문에 뮈렌보다 훨씬 더 미친듯한 풍경을 접할 수 있는 곳.
2019년 가족들과의 스위스 여행 당시, 창문 바로 앞에 구름이 떠다니는 등 별 희안한 광경들을 많이 접했지만, 경치 하나만으로 Top을 꼽자면 (융프라우도 알페데시우시도 아닌) 뮈렌과 알멘트호벨이었다.
뮈렌에서 이렇게 멋진 풍경이 가능한 이유는 '라우터부르넨'이라는 계곡 위쪽에 자리잡은 절벽위 도시이기 때문이다. (벵겐은 그 반대쪽)
벵겐을 오르다가 찍은 라우터부르넨의 유명한 폭포. 말했듯이 뮈렌과 벵겐은 라우터부르넨이라는 계곡을 마주하는 절벽들이라서 폭포의 스케일이 어마무시하다.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이것을 보기 위해 라우터부르넨을 찾는다.
아침에 호텔 바로 앞 그린델발트 역에서 기차를 타고 뮈렌으로 향했다. 가는 길이 조금 복잡하다.
그린델발트 역(Grindelwald): 출발
쯔바이뤼치넨 역(Zweilütschinen): 인터라켄 방향 기차를 타고 가다 환승
라우터브루넨 역(Lauterbrunnen): 뮈렌으로 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거점
그뤼치알프 역(Grütschalp): 라우터브루넨에서 케이블카로 이동 후 뮈렌행 산악 열차를 타는 역
뮈렌 역(Mürren): 최종 도착 지점
그러나 나는 트래킹이 목적이기 때문에 그뤼치알프 역(Grütschalp)에서 내려 뮈렌까지 걸어갔다.
기대했던 것보다 풍경은 별로였다. 아직 아침나절이라 융프라우 산군들이 청명하게 보이지 않았다. 중간에 트레일러닝하는 사람도 만났다. 2~3km를 걸어 뮈렌에 도착했다.
뮈렌에 도착했는데, 관광객이라고는 채 30명도 되지 않는 것 같다. 안개까지 끼어 있어서 저 멀리 융프라우 산군들의 모습도 드라마틱하지 못하다. 게다가 눈 때문에 알멘트호벨까지 올라갈 수도 없고 해서.. 하는 수 없이 뮈렌을 차분하게 한바퀴 둘러보고 더 이상 볼 게 없어서 라우터브루넨으로 다시 내려왔다.
벵겐은 직접 오르기로 했다. 뮈렌에서 뭐 별로 건진 게 없어서 '벵겐만이라도..' 하는 심정이었다.
라우터브루넨 역 지하도 반대편으로 나가면 멋진 이정표가 있어서 길을 찾기는 어렵지 않다. 이쯤부터 날씨도 좋아져서 기분이 한결 들떠 있었다.
출발은 호기로웠다. 트래킹 4일째라 근육 피로도가 다소 있긴 했지만, 뮈렌에서 제대로 된 트래킹을 못했다는 아쉬움이 커서 벵겐까지는 멋지게 가보자 하는 마음이 컸다.
뒤로는 라우터브루넨의 멋진 풍경이 있고, 여긴 굽이진 오르막길이 있고. 오르막길을 돌면 여긴 다시 굽이진 오르막 길이 나온다. 힘들어도 괜찮다. 뒤돌아보면 라우터부르넨의 멋진 풍경이 있으니깐..
그런데 '굽이진 오르막길'이 30번 정도 반복되니까 서서히 한계치에 다다르기 시작했다. 절벽 마을 업힐은 경사도 꽤 가파랐기 때문에 오르기가 쉽지 않았다. 중간에 쉬는 일이 갈수록 잦아졌다. 어느 순간, 굽이진 길만 나오면 욕부터 나왔다. 저 길만 돌면 벵겐이 나타날거야 하는 희망은 '굽이진 오르막길'이 무한 반복되는 건 아닌가 하는 의심으로 바뀌었다. 길 옆으로 철로가 있었는데, 손을 흔들며 지나가는 관광객들을 부러운 눈길로 쳐다봤다.
마지막으로 쉬었던 벤치에서
드디어 벵겐에 도착했다. 저 위에 멘리헨이 보인다. 둘째날 눈때문에 포기한 지점보다 더 멀리에 있다.
잠깐 마음이 흔들렸던 문명의 이기 앞에서..
뮈렌과는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번화한(?) 벵겐. 마을도 훨씬 크고, 가게도 훨신 많았다. 일본인들이 운영하는 가게가 제법 눈에 띄었고, 일본인 관광객들을 위한 상품들도 제법 보였는데.. 마을에서 제일 큰 마트에 들어서자 입구부터 신라면이 반겨주고 있다니... (사진을 찍지는 못했지만, 뮈렌의 구멍가게에서는 불닭볶음면도 봤다 ㅋㅋ)
다시 라우터부르넨으로 내려와서 폭포를 멍하니 구경하다가 열차를 타고 그린델발트로 돌아왔다. 카메라 배터리가 나가서 찍은 사진은 없다.
그 다음날은 그린델발트 트래킹의 마지막 날이었다. 쉬렉호른 협곡을 중심으로 한 25-23번 코스. 유명하지 않아서 별로 기대가 크지 않았는데, (피르스트 트래킹과 더불어) 그린델발트 트래킹 최고 중의 하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