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십여년전의 기억
동네 골목길 양쪽에 즐비하게 작은 상가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거기에 1층과 2층은 상가, 3층은 가정집으로 되어있는 곳에서 나는 문구점을 하고 있었다.
바로 반대편 건물도 같은 형태로 1,2층은 상가 3층은 학원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우리옆 건물도 비슷한 형태로 거의 같은 형식으로 지어졌고 1층은 치킨집이 들어있었는데
젊은 신혼부부가 운영한 치킨 집에는 남자는 다른 일을 하는지 가게에 거의 없고 젊은 여자 혼자서 가게 일을 해 나갔다.
여자는 주변사람들과 별로 어울리지도 않고 아는 사람을 만나도 눈인사도 하지 않았다.
남편은 한쪽 손목이 절단된 장애를 입었는데, 그래도 일하러 나가고 가게일은 여자 혼자서 이끌어 나갔다. 치킨집은 배달보다는 가게에서 치킨과 맥주를 위주로 영업을 하는 것 같았다. 그들은 가게 뒤쪽에 살림집이 딸려있어서 영업이 끝난 새벽에는 부부가 큰소리로 싸울 때가 종종 있었다. 남자는 일 나갔다 들어오면서 곧바로 들어가지 않고 가게 뒤쪽 방문 앞에 귀를 바짝 대고 무슨 소리를 듣는지 가만히 서 있을 때가 있었다. 여자의 앙팡진 욕 소리 뒤에는 남자의 세간 던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고도 여자는 자기들의 싸움으로 주변 사람들이 신경 썼을 거라고는 생각을 안 하는지 오전에 태연히 영업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 남자는 아내가 하는 가게 주 고객이 남자들이다 보니 많이 신경이 쓰였는지 언제나 여자를 감시한 듯한 행동이 주변 사람들이 눈치 챌 정도로 심하게 보였다.
그날도 남자는 방으로 곧바로 들어가지 않고 방 뒤쪽에서 무슨 소리를 듣는 듯, 귀 기울이는 모습으로 허리를 반쯤 구부리고 서 있었다. 남자의 하는 행동이 참 가엽다고 느껴졌다. 같이 사는 아내를 믿지 못하고 일일이 감시하는 자신도 힘들겠지만 아내도 감시받고 사는 삶이 정상적인 삶은 아니라 괴로울 것 같은데 그녀의 표정으로 봐서는 그리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은지 싸울 때도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갖은 욕설이 난무 한 것도 여자 쪽이었다. 왜 아내를 의심하고 행동하는지 그 남자의 행동도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내를 못 믿는다면 굳이 남자들을 상대로 하는 영업을 안 해야지 그것도 서비스하는 업종이고 그중에는 술 취한 고객이 짓궂게 나올 수도 있을 텐데 그런 상황을 모르고 한 영업은 아닐 텐데 그 두 부부는 하루가 멀다하고 악다구니를 쓰며 싸움을 벌였다. 남자가 방으로 들어간지 얼마 안 되어 또 남자의 욕 소리가 들리더니 부엌으로 프라이팬을 던지는지 쨍그랑거리는 금속성 소리와 집기를 던지는 소리가 요란했다. 부부가 온갖 정성을 다 하고 머리를 짜내서 힘써도 영업이 제대로 잘 될지 의문인데 허구헌날 싸움질만 하는 집에 제대로 영업이 될 리 없었다. 그 부부는 얼마 있지 않아서 가게를 접고 말았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 이라는 말이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