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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 기 홍 Jul 07. 2020

악마의 속삭임

문밖에 서성이는 사람.
지난 사랑이 그리워 돌아왔다는.
홀연히 바람처럼 사라지더니,
슬며시 밤안개처럼 찾아오고선,
그리워, 보고파서 왔노라 말을 합니다.

바람이 흐트러 놓았던, 가슴 한편엔.
지독한 가슴앓이 즙으로 까맣게 죽어있는데.
새로운 사랑이 싹을 틔울 수 있을까 물었죠.
메마른 감정은 오래전 허공이 되어,
미처 치우지 못한 부유물만 떠다니는데.

그 찌꺼기들은 이미 독소만 남았습니다.

서성이는 문밖의 그림자도,
당신의 마음 같아 불안해 보입니다.
이리저리 움직임에 따라 크기도, 위치도

쉽게 변하는.

내 그림자는 한 곳만 바라보았는데.


무엇이 당신을 후회하게 했는지,

지금에서야 그것을 따라 돌아왔는지,

알 수는 없지만.


이젠, 덧없는 그 이유가 중요하지 않습니다.
내가 혼자되고, 당신은 떠난 것만 있을 뿐입니다.
무엇 때문인지도 몰랐던, 망연한 그때는 잊혔고.
삭막한 이별 들판에 홀로 떨었던, 웅크리기만 했던 기억만 존재합니다.
까닭 모르고 맞은 이별은 그랬습니다.

문 하나를 열 수 없는 사람.

그래도 당신은 이별의 까닭은 알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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