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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 기 홍 Jul 18. 2020

그대는 나의 나무.

잎새의 사랑

나를 품고 있기가 불편하지 않았나요

내가 살을 헤집고 나올 때 많이 아팠죠.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나의 그대여.


여리디 여린 내 몸이 혹시 상처 날까 봐

쏟아져 내려 때리는  버거운 빗줄기도

느닷없이 찾아와 흔들고 가는 바람에도

맥없는 몸이 꺾일까 단단히 잡아주었죠.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나의 그대여.


이젠 튼튼하고 굵은 마디를 가졌습니다

한 여름의 따가운 햇살도 마음껏 먹고

어설피 부는 바람 정도는 몸을 틀어 피합니다

퍼붓는 여름 비도 튕겨내며 노래합니다

푸르고, 푸르게. 넓고, 크게. 내 모습 보이시죠.


다행입니다. 다행입니다. 나의 그대여.


설익은 새벽이슬에 가을을 준비합니다

비록 한 철 짧은 삶을 살아갈 운명이지만

깊은 가을지나 하얀 눈의 그때가 올 때까지

그대의 손목을 꼭 잡고 놓지 않을 겁니다.


지난겨울 그대를 떠났던 가슴 저린 이별보단

그때 못다 준 사랑을 그대에게 드리면서

찬바람에 쓸려갈 순간까지 사랑하다 가렵니다

그대는 나의 나무, 나는 그대의 잎사귀.


그대 숨 속에 살아있, 그대 안의 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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