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품고 있기가 불편하지 않았나요
내가 살을 헤집고 나올 때 많이 아팠죠.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나의 그대여.
여리디 여린 내 몸이 혹시 상처 날까 봐
쏟아져 내려 때리는 버거운 빗줄기도
느닷없이 찾아와 흔들고 가는 바람에도
맥없는 몸이 꺾일까 단단히 잡아주었죠.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나의 그대여.
이젠 튼튼하고 굵은 마디를 가졌습니다
한 여름의 따가운 햇살도 마음껏 먹고
어설피 부는 바람 정도는 몸을 틀어 피합니다
퍼붓는 여름 비도 튕겨내며 노래합니다
푸르고, 푸르게. 넓고, 크게. 내 모습 보이시죠.
다행입니다. 다행입니다. 나의 그대여.
설익은 새벽이슬에 가을을 준비합니다
비록 한 철 짧은 삶을 살아갈 운명이지만
깊은 가을지나 하얀 눈의 그때가 올 때까지
그대의 손목을 꼭 잡고 놓지 않을 겁니다.
지난겨울 그대를 떠났던 가슴 저린 이별보단
그때 못다 준 사랑을 그대에게 드리면서
찬바람에 쓸려갈 순간까지 사랑하다 가렵니다
그대는 나의 나무, 나는 그대의 잎사귀.
그대 숨 속에 살아있는, 그대 안의 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