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연륜

by 양 기 홍
이제는 용쓸 필요 없으니 지렛대는 버리자고요. 고단한 짐만 될 테니까.


가야 할 길이 보이는 연륜이 쌓이니,

알지만 몰랐던 것들을 깨우치는 때가 많아졌습니다.

있지만 보지 못한 것들도, 들리지만 외면했던 것들도.


저만치 앞선 꿈을 좇던 바쁜 시절이 접히고.

인생의 시선이 내 자리를 가리킨다고 할까요?


헤쳐 나갈 길이라며 쉬이 멈춤 없던 욕망과

의지에 다 잡혀 뒤돌아봄을 모르던 숨 가쁨도,

후회로 남을 수 있음을 어렴풋이 짐작하기에

마음을 달리 써야 할 때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때가 되면 버릴 것들이 하나, 둘 생겨납니다.

그중엔 욕심과 미련이라는 이기심이 있더군요.

놓지 못한 욕망과 집착이 얼마나 허무한지를 안 거죠.


그대도

분명 피나는 노력과 숨 멎을 고통의 인내를 했을 겁니다.

감히 타인의 평가는 건방지 다할 긴 시간 동안 말이죠.

할 만큼 한 겁니다. 노력하면 안 될 것이 없다? 아뇨?

안 되는 것이 더 많았을 겁니다. 대체로 쉬이 놓지 못하는 것들은

거의 다 됐다는 닿을 듯 말 듯한 일이 아니었나요?

그래서 더 욕망하고 미련이 남지 않았던가요?


최소한 그런 일은 자신의 한계임을 인정하고 중년이라면

앓아야 할 아름다운 단념입니다. 앞으로의 등가 교환은

얼마든지 있음을 알 때이기도 하니까요.

산책길의 꽃들이나, 숲 속의 샘물, 심지어 도시의 소음조차 이렇듯 아름답고

활기찬 것들이었는지, 뜻밖에도 겉돌던 행운을 만났습니다.

하긴, 무작정 내달리기만 했으니, 어찌 보이고 들었겠습니까? 떨렸습니다.

이 설렘은 작가이면서도 미처 표현 못할 오묘한 환희입니다.

무엇보다 ‘언제쯤이나? 내게도?’라는 추상이 배제된 날 것이기에

너무너무 황홀합니다.


그대와 나,

이젠 머리가 아닌, 시나브로 가슴에 깊이 고였던 삶을 찰랑여야죠.

오늘이 내일이었던 어제를 생각하며, 혹시 남은 미련이 있걸랑 접자고요.

살아보니 미련이란 놈은 발목 잡기의 귀재요, 천재가 아니던가요?


과거가 빚은 나에 위축될 필요 없습니다. 현재에 친절하고 감동하자고요.

제아무리 찬란한 과거도 결코 현재보다 빛날 수 없습니다.

날마다 자유로운 오늘을 향유하며 힘찬 시절을 사는 겁니다. 배부른 소리라고

치부하지 말고, 생각해 보세요, 어느 때든 부족했습니다. 힘들었습니다.

그 틈에 간간히 있던 웃음과 행복을 기억하자는 겁니다. 아마 그때보단 조금은

수월한 시기가 아닐까요? 그겁니다. 만족의 질을 높이자는 겁니다. 꼭 쥘수록

빠져나가는 모래의 허망함을 아니까.


한때 알던 것들을 진정 안다고 말할 수 있는 삶의 가장 풍요로운 시절.

중년은, 맞이한 이만이 누릴 수 있는 가장 귀한 시절임을 느낄 겁니다.

이제껏 살아온 길은 백 갈래일지언정. 살아갈 길은 한 길이라는 깨우침은

해 왔던 것보다, 해야 할 것들이 더욱 중요해진 시절임을 안 겁니다.


중년의 방하착(放下着)은 고된 삶을 통과한 우리가 얻은 아름다운 기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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