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개사의 천태만상 현장일기(34)

중개사도 만류하는 계약이 있다는 사실

by 양콩


중개사로서 좀 미안한 고백을 하자면, 나는 빌라 매매를 권하지 않는다.

물론 모든 부동산이 입지와 수요 공급의 원칙에 따라 가치가 현저히 달라지기는 하지만, 빌라는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매입하는 순간부터 마이너스 곡선을 그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지방이나 외진 곳에 있는 빌라의 경우는 신축이든 구축이든, 소유하는 순간부터 리스크를 함께 안게 된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데에는 경험도 한몫한다.


30년 전, 신혼집을 구하던 시절이었다.

전세를 구하려는데 시부모님이 신축 빌라를 사주겠다고 하셨다.

당시에는 아파트 전세가보다 빌라 분양가가 오히려 저렴했기에, 대출을 최대한 끼워 매입하라는 권유였다.


그때의 나는 부동산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었다.

‘내 집이 생긴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히 설렜고, 신축 빌라는 모든 것이 새것이라는 점이 좋았다.

위치도 나쁘지 않았다. 구청 바로 앞, 웬만한 아파트보다 입지는 괜찮아 보였다.


그런데 5년쯤 살다가 직장 문제로 타 도시로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중개사무소에 매매를 의뢰했으나 단 한 번도 보러 오지 않았다.

결국 당시 벼룩시장에 직접 광고를 하여 분양가보다 30%를 내린 가격에 직거래로 처분하였다.


나의 첫 집이라 그곳을 떠난 뒤에도 가끔 생각나 조회해 보면, 매매가는 지금까지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때 알았다. 빌라는 위치가 좋아도 투자 가치를 갖기 어렵다는 사실을.

쓸데없는 오지랖이긴 하지만, 나는 직거래로 빌라를 매입해 준 매수인한테 간간이 미안했다.


이후 타 도시로 옮겨와 자격증을 취득하고 중개업을 시작했다.

내가 입점한 곳은 아파트 단지 내 상가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파트 뒤편에 신축 빌라가 지어졌고, 어느 날 건축주가 사무실로 찾아와 분양을 의뢰했다. 이 동네에서 오래 중개업을 해온 내가 분양을 맡아주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하다고 판단한 듯했다.


15년 전 당시 빌라 분양 한 채당 500만 원의 알선료를 제시하였고, 나는 빌라에 대한 다소 안 좋은 추억(?)이 있던 터라 망설였지만, 그의 끈질긴 유혹에 못 이겨 결국 분양을 맡게 되었다. 사무실 앞에는 광고판도 세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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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나는 빌라 분양 전담 중개사치고 빌라 분양에 진심이 없었다. 외지에서 광고를 보고 들른 손님이나 혹은 인근 아파트 거주자가 찾아와 빌라 분양 의지를 밝혀도 나는 일관되게 브리핑했다.


빌라는 시세 차익을 보기 힘들다는 점, 조금 더 대출을 받더라도 차라리 구축아파트를 매입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나은 선택이라는 점. 지금 생각해 보면 분양팀인지 분양 저지팀인지 모를 브리핑이었다..


그때 느꼈다. 사람은 한 번 마음이 꽂히면 상대의 말이 귀를 스쳐 지나간다는 사실을.


"빌라 분양은 신중하셔야 합니다. 손님이 이 집을 사면 저에게는 알선료가 들어오지만,

그럼에도 저는 적극 권하지 않습니다.

빌라는 경기가 좋아도 시세가 오르기 어렵고, 대부분 분양가 이하로 하락합니다.

지금 모델하우스가 좋아 보여도 급하게 결정하지 마시고 꼭 고민해 보세요."


그러나 한번 빌라를 분양하려고 결정한 사람은,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돌아오는 대답이 비슷했다.


"투자하려는 게 아니에요. 집값 오르고 말고는 신경 안 써요.

관리비도 안 나오니까 그냥 평생 살려고 사는 거예요."


하지만 여러 해 동안 수천 명의 내 집 마련 과정을 지켜본 중개사의 결론은 단 하나다.

어떤 마음으로 그 집을 매수하였든 간에 '영원히 사는 집'은 없다.


처음에는 경제적인 여건 등을 고려해 어쩌면 스스로 자기 합리화를 하며 그런 마음으로 매수를 하지만, 사람의 삶이라는 것이 그렇지 않다. 직장이 옮겨지고, 아이가 성장하고, 부모님을 모셔야 하고, 소음·채광·층간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고, 주변 환경이 바뀌기도 한다.


특히 빌라나 단독주택은 아파트에 비해 몇 년 지나지 않아 매도 의뢰가 들어오는 비율이 높다..

집에 쉽게 싫증이 나는 걸까, 아니면 다른 불편함이 있는 걸까.


삶이란 참 아이러니하다.

나의 소극적인 분양 태도에도 불구하고 총 5개 동 중 2개 동이 두 달 만에 완판 되었다.

건축주는 기뻐했지만, 나는 즐겁지 않았다. 결국 더 이상 분양을 못 하겠다고 통보했고 사무실 앞 광고판도 철거했다. 건축주는 섭섭해했지만, 나는 내가 사고 싶지 않은 집을 누군가가 나로 인해 사게 되는 그 과정이 아주 불편하였기 때문이다.


역시나 몇 년 후 다시 빌라를 팔아달라는 매도 의뢰가 빈발하였다.

분양 시에 내가 완곡한 만류했던 사실을 기억하는 그들은 내게 말했다.


"그때 중개사님 말씀 들었어야 했는데요. 입주해 살면서 그 말씀이 자꾸 생각났어요.

그땐 감사했고, 지금은 죄송해요."


분양가보다 떨어진 가격에 빌라를 처분해 주면서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다만 스스로를 위로했다. 그때 적극 권하지 않았던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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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 주변에 신축빌라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당시에는 아파트가 고공행진을 하는 시점이라 높은 분양가에 빌라 분양이 시작되었지만, 나는 분양팀의 어떤 제안에도 불구하고 분양을 거부하였다. 그러나 세상에는 나 혼자만 있는 것이 아니고, 또한 내 생각이나 방법이 모두 옳은 것은 아니다. 어떤 빌라는 조금 빠르게, 어떤 빌라는 미분양 할인 과정을 거치면서 분양이 완료되었다.


그리고 딱 2년 정도가 흐르자 다시 빌라 매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어떤 빌라도 분양가를 넘지는 못하고 오히려 수천만 원씩 하락한 가격에 내놓아도 팔리지 않았다. 특히나 30년 전의 나처럼 젊은 신혼부부가 남의 집 전세를 사느니 의리번쩍한 새 집을 신혼집으로 장만한 경우에는 마음이 아팠다.


대출을 full로 끼어 샀는데 대출 이자는커녕 하락한 매매가에도 쉽게 처분되지 않으니, 울며 겨자 먹기로 세를 놓고 옮겨가야 하는 상황이 안타까웠다. 개인차가 있지만 젊은 사람들은 직장 이동 수도 많은 데다 주거환경을 중요시하기에 빌라에 오래 머물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나는 빌라를 팔아달라고 찾아오는 젊은 부부에게 이렇게 말한다.


"팔 때 찾아오지 말고, 분양받을 때 인근 중개사무소 한 번씩 들러보지 그러셨어요. "


이런 글 썼다고 빌라 건축주나 분양팀한테 돌팔매질을 당할지는 모르지만,

나는 2026년 새해 첫 글로 이 글을 쓰기로 결심했다.


빌라 분양받을 때는 신중하세요.

영원히 사는 집은 없어요.

모든 집은 살 때가 아니라 팔 때가 더 중요해요.

굳이 투자 가치를 따지지 않더라도, 이왕이면 오르면 좋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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