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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콩 Aug 30. 2021

아는 사람이 더 무서운 부동산 계약

보증금 3000만 원짜리 월세 계약을 했다.


다른 공인중개사가  공동중개로 임차인을 모셔온 것인데... 40대 여성이 와서 계약을 했다. 여성은 말없이 신분증을 내밀었다. 주민등록 진위여부를 확인하고 계약서를 작성했다.


이틀쯤 후 그 공인중개사가 전화를 했다.


" 며칠 전 계약한 임차인이, 임대인께 이야기해서 보증금을 1000만 원으로 내리고 월세를 올리게 해달라는데요?"


임대인을 설득하여 임대조건을 변경하고 다시 계약서를 작성하게 되었다.


계약서를 작성할 시간을 잡으면서 나는,

기존 계약서를 반드시 들고 와서 반환하라~고 전달했다.


계약서를 재 작성하는 날, 임차인이 갑자기 일이 생겨서 못 오게 됐다고 상대 공인중개사만 참석했다.


기존 계약서는 가져왔느냐~ 물었더니,


"임차인이 오늘 계약 시에 와서 준다고 했는데 못 오는 바람에 아직 못 받았어요,  새 계약서를 가져가서 교체해줄게요"


라고 했다.


뭔가 조금 찜찜한 기분이 들어서 '그냥 기존 계약서를 들고 오면 교체해주겠다'라고 했더니, 같은 중개사끼리 왜 못 믿느냐고 기존 계약서를 반환받아놓을 테니 걱정 말라고 했다.


1주일쯤 후 국제전화가 걸려왔다.


본인이 그 월세집 임차인이라고 했다. 외국에 있는 관계로 아는 사람한테 대신 집을 알아봐달라고 했더니,  보증금 3000만 원짜리 월세집을 구했다고 월세계약서를 카톡으로 보여준 후 보증금 3000만 원을 빨리 보내라 해서 송금해줬다고 한다.


그런데 오늘 임대인한테 전화를 했더니 보증금 1000만 원짜리로 계약서를 바꿨다고 하더라~ 고 하면서 어떻게 해야 하냐고 한 걱정을 했다.


그러니까 원임차인도. 대리로 온 여자분도 같은 연령대 여성분이라 오래된 주민등록증 사진으로는 구분하기 어려웠다. 더구나 대리로 온 여자분은 신분증까지 들고 와 본인이 임차인인 것처럼 행동했기 때문에  의심의 여지가 없었는데 실은 대리인이었던 것이다.


임대인(매도인)이 직접 못 오고 대리인을 보낼 경우에는 위임 서류를 첨부하게 하여 확인하지만, 임차인(매수인)이 대리인을 보낸 경우에도 위임 서류가 반드시 첨부되어야 한다.


그러나 임차인이 외국에 나가 있어 인감증명서랑 위임장 등을 구비하기 번거로우니 절친 대리인에게 신분증만 주어 보낸 것인데,  그녀가 본인이 임차인인 것처럼 행세한 것이다.


상대 공인중개사에게 전화해서 기존 계약서를 반환받았느냐 물었더니.., 아니나 다를까 임차 대리인이 기존 계약서는 어디 뒀는지 못 찾겠다고 찾는 대로 가져다주겠다며 새 계약서만 가져갔다고 했다.


그러니까 임차 대리인이 일단 3000만 원짜리 계약서를 쓴 후 외국에 나가 있는 임차인에게 카톡으로 보여주고 3000만 원을 미리 받은 다음,  1000만 원짜리 계약서로 바꿔 간 것이다.

그러면 2000만 원 차액은 어디로 간 것일까?


그나마 임차인이 이를 임대인한테 확인하는 바람에 빨리 알게 되었으니 천만다행이었다. 상대 공인중개사에게 비상계엄령을 선포했다.


'당장 임차 대리인 찾아가서 기존 계약서를 받아오고, 2000만 원이나 더 받은 보증금도 즉시 임차인한테 돌려주라고 해라. 안 그러면 횡령과 사기로 고발할 수도 있다는 것을 전달하라' 했더니,


며칠 후 원 계약서도 반환받았고 다행히 써버리지 않았는지 2000만 원도 돌려주는 걸로 해서 잘 마무리가 되었다.


'아는 사람이 더 무섭다'는 말은 계약에도 통용된다. 잘 아는 사람이니 어련히 잘 알아서 해주겠지 하고 기본과 원칙을 소홀히 하면 낭패당하기 쉽다. 특히나 '아는 사람'과 직거래로 계약할 경우 '아는 사람'이라 제3자와 하듯이 하나하나 확인하고 챙길 수 없어서 믿거라 하고  하자는 대로 했다가 어려움을 호소하는 상담도 자주 받았다.


70세 박 여사님이 어느 밤 쭈뼛거리며 찾아왔다.

2년 전에 친구가 'OO아파트가 아주 저렴하게 나왔으니 갭 투자로  공동 구매하자. 3000만 원만 당장 보내라'라고 했다.


 워낙 부동산 투자에 밝은 20년 지기 친구라 믿고 3000만 원을 보냈는데, 2년이 다 되어 가도록 등기권리증 구경도 못했다고 한다. 그런데 친구에게 물어보는 건 마치 의심하는 것 같아서 말도 못 꺼내고 속만 태우고 있다고 했다. 한두 번 가까스로 물어보았더니 '집 잘 있으니 걱정 말라'라고 했단다.


동호수를 물어보고 바로 등기사항 증명서를 열람해보았다. 해당 물건은 10년 이내에 소유권이 변동된 이력이 없었다. 결국 실제로 계약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박 여사는 그날 밤 아들과 사위들을 불러 모아 가족회의를 한 후 친구 집에 쳐들어갔다. 그리고 3000만 원을 찔끔찔끔씩 돌려받고 있는데 3년이 지난 아직도 완제가 안 되었다고 한다.


인간관계를 잘 유지하려면 돈거래를 하지 말라는 옛말이 틀린 것 하나 없다. 부동산 계약은 큰돈이 오고 가는 거래이니만큼 지인과의 거래라도 중개사무소를 통해 조언을 얻고 원칙대로 절차를 밟아 거래하는 것이 서로에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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